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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세’ 덕분에 떳떳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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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2-04 10:44
수정 2020-02-04 14:08

[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검토’ 논란
반려인·동물 모두에게 이로울 수 있다

보유세를 걷는다면 해당 공무원을 증원할 수 있고, 이들이 반려견 등록과 개 학대를 감시한다면 우리나라 개들의 삶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겠는가? 게티이미지뱅크

농림축산식품부는 1월14일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통상적인 발표가 화제가 된 이유는 그 안에 ‘2022년부터 반려동물 보유세 또는 부담금, 동물복지 기금을 도입한다’는 방안이 담겼기 때문이었다.

세금이 늘어나는데 좋아할 사람은 없기에, 엄청난 후폭풍이 일었다. ‘왜 세금 못 거둬서 안달이냐?’ ‘별 xx같은 걸 세금 거두고 있네. 숨 쉬는 세금도 거둬봐라’처럼 분노에 찬 댓글들이 인터넷을 수놓았다. 반발이 거세자 농식품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이 아니라며, 국민적 합의를 통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명색이 정부 부처라면 슬쩍 떠봤다가 여론이 안 좋으면 확정된 게 아니라는 식으로 간을 보기보단, 세금을 걷어야 하는 정당한 이유를 설명하고 걷은 세금은 어디에 쓸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혔어야 했다. 그 경우 반려인들의 반발은 훨씬 줄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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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이 세금징수를 찬성하는 이유

사실 반려인 중에는 세금징수를 찬성하는 이가 제법 되며, 나도 그중 하나다. 첫번째 이유는 반려견 보유세가 함부로 개를 키우는 문화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8만 마리가 넘는 개들이 버려진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상당수는 개를 입양하는 게 쉬워서 생긴다.

펫숍을 지나가다 ‘저 개 키워야지’라며 충동적으로 입양하는 대신, 입양 전에 등록도 하고 세금도 매년 내야 한다는 걸 안다면 진정으로 개를 원하는 이만 키우게 되지 않겠는가? 유기견 발생의 근원이라 할 펫숍과 강아지공장도 줄어들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혹자는 보유세가 생기면 개를 갖다 버리겠다고 협박하는데, 그런 말을 하는 이들은 이미 개 키울 자격이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혹자는 보유세가 생기면 개를 갖다 버리겠다고 협박하는데, 그런 말을 하는 이들은 이미 개 키울 자격이 없다. 보유세라고 해봤자 월 1만 정도일 텐데, 그것 때문에 개를 버린다면 개 치료비로 수십만 원이 든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꺼이 치료해줄까?

보유세 찬성의 두번째 이유는 반려인들이 보다 떳떳하게 자기주장을 펼 수 있어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 유기견 보호에 쓰는 비용은 연간 20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 돈도 넘쳐나는 유기견을 감당하기엔 충분하지 않지만, 비반려인 입장에선 이게 불만일 수 있다. 개 버리는 건 반려인들인데 그 뒤치다꺼리를 왜 내 세금으로 하느냐? 하지만 보유세를 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가 세금을 낼 테니 유기견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고, 유기견보호소도 좀 더 좋게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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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제로 이어져 학대 예방

개공원도 마찬가지다. 일반 공원은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는 화약고 같은 곳이다. 목줄을 한다 해도 개가 싫은 사람은 개를 보는 것만으로 불쾌하고, 일부 무책임한 견주들로 인해 발생하는 개똥도 짜증을 북돋운다.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개만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드는 것, 개공원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개공원을 짓는 게 쉽지 않다. 2017년 기사를 보자. “서울 서초구에서는 지난달 완공된 반려견 놀이터가 개장 직전 600여개가 넘는 민원과 반대서명으로 결국 철거됐다.” 이들의 반대엔 내 세금으로 왜 개공원을 짓느냐도 포함되는데, 보유세를 낸다면 ‘우리 동네에도 개공원을 지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보유세 덕분에 개 등록제가 완성되며, 그 결과 동물학대가 줄어들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세번째 이유는 보유세 덕분에 개 등록제가 완성되며, 그 결과 동물학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유기견을 봐도 누가 버렸는지 알 수가 없다. 반려견 등록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전담할 공무원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미등록 시 불이익이 없다 보니 등록률이 30%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심심할 때 개를 입양했다가 바빠지면 버리고, 또 심심해지면 입양하기를 반복하는 이도 생기고, 개를 패서 죽여도 처벌할 방법이 없다.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개를 버린 게 확인되면 벌금을 부과하거나 다시는 개를 입양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조처를 하며, 미국에선 허리케인이 왔을 때 개를 방치하고 도망간 견주들을 찾아내 기소하기도 했단다. 우리나라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 보유세를 걷는다면 해당 공무원을 증원할 수 있고, 이들이 반려견 등록과 개 학대를 감시한다면 우리나라 개들의 삶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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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낼 테니 혜택 달라

물론 보유세 신설에 따른 부작용도 있긴 할 것이다. 일시적으로 유기견이 증가할 테고, 안 그래도 어려운 유기견 입양이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약간의 융통성을 보인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기존에 개를 키우던 반려인들은 5년 정도 세금을 유예해준다든지, 유기견 입양 시에는 세금을 깎아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머리를 맞대면 얼마든지 좋은 방안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신뢰다. 반려견 보유세를 찬성하는 애견인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이 개의 복지가 아닌, 다른 곳에 쓰이는 것을 걱정했다. 그간 우리나라 정부가 보여준 행태로 봤을 때 이런 불신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게 보유세를 반대하는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 세금 낼 테니 우리 개들에게 혜택을 달라고 요구하는 게, 돈은 안 내면서 개 복지를 책임지라고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그럴듯해 보이니 말이다.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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