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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견 가나다라의 새 가족 찾아 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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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3-25 10:58
수정 2020-04-07 13:33

[애니멀피플]윤정임의 보호소의 별들
폐가에서 태어난 혼혈견 4마리, 6개월간의 해외 입양 여정

해외 입양 후보에 선정될 당시의 가야, 나야, 다야, 라야. 겁이 많았지만 영리한 사 남매였다.
2019년 5월, 동물자유연대가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한 장모 치와와 ‘랩몬이’가 7마리 강아지를 출산했다. ‘일몬이’부터 ‘칠몬이’까지 이름 지은 강아지들의 입양은 순조롭다 못해 폭발적인 호응이 있었다. 한 마리당 스무 가족이 넘게 입양 신청서를 냈고 담당자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같은 시기, 버려진 폐가에 몸을 풀고 힘겹게 살던 떠돌이 어미 개 ‘마야’와 아기 강아지 가야, 나야, 다야, 라야도 동시에 입양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 녀석들에겐 단 한 건의 입양 신청도 들어오지 않았다. ‘랩몬이’의 아기들에게 신청서를 냈지만 아쉽게 탈락하게 된 가족에게 여러 차례 추천도 했지만 번번이 거절됐다.

그 사이 강아지들은 무럭무럭 자랐고, 몸집이 커질수록 입양의 기회도 멀어져 갔다. 이대로 나이가 들면 영영 가족을 만나지 못할 것 같았다. 많은 동물이 생활하는 동물보호소에서 긴장하고 경쟁하는 삶을 평생 살아야 할 수도 있기에 고민 끝에 해외 입양을 보내기로 했다.

동물자유연대는 해외 입양에 노하우와 신뢰가 쌓인 두 단체와 협약을 맺고 2018년부터 해외 입양을 진행해 왔다. 준비부터 입양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반려동물 문화가 안정적으로 정착한 캐나다로 입양 보낸다.

한 집으로 입양 간 나야와 다야.
해외 입양을 보낼 후보 동물이 선정되면 입양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연계 단체에 사진과 구조 사연, 건강 상태 등 자세한 프로필을 보낸다. 서로 합의가 되면 교정이 필요한 개는 동물 전문 훈련소로 입소시키고, 친화성이 있고 문제행동이 약한 개는 사회화 테스트를 위해 교육기관에 입소시킨다. 입양까지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이 소요된다. 훈련과 교육 외에도 각종 서류 작업과 새 가정에 도착하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건강 검진과 입양을 위한 영문 프로필 작성, 홍보, 상담, 해외 이동 봉사 섭외와 항공 예약 등 1마리를 보내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평균 300만원 이상이다.

높은 금액을 들여 훈련을 시키고 국내 입양에 비해 긴 준비 기간을 거치는 이유는 캐나다는 한국과 양육 문화, 환경, 반려인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많이 개들이 어울려 뛰어노는 운동장이 많은 캐나다에서 한국 개들은 겁을 먹고 움직이지 못하거나 탈출할 수 있다. 개와 고양이, 아이를 함께 키우는 가정이 많아 작은 동물과 어린아이에게 공격성이 있으면 안 된다.

한국에서 해외 입양을 떠나는 개들은 대부분 사람, 사회와 단절된 방치 상태에서 구조된 개들이 많다. 사람과 함께 살아 본 적 없으니 사람을 무서워하고, 갇혀 지냈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에 대한 경험치가 낮다. 산책하기 위해 목줄을 걸면 죽어라. 발버둥치고 목줄을 물어뜯는 일도 다반사다. 낯선 환경에 놀라 집을 탈출할 수도 있기에 훈련이 필수적이다.

한국에서 해외 입양을 떠나는 개는 연간 수천 마리에 달한다. 한국의 개들은 왜 먼 타국으로 가야만 하는 걸까. 안타깝게도 생명을 살리는 동물 입양도 유행하는 품종과 흐름을 같이 해 혼혈견과 대형견은 어리고 건강해도 한국 내 입양의 기회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외 입양만 가면 이 개들의 삶이 탄탄대로 꽃길일까? 어떤 개들은 당장 목숨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 해외 입양이라 공격성, 고립장애 등의 문제행동을 그대로 안고 급하게 떠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입양자는 개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고 개들은 낯선 나라에서 또 다른 형태의 잉여 동물이 될 수 있다. 동물자유연대가 해외 입양 후보 동물에 훈련과 교육을 투자하는 이유다.

구조 당시 피부병과 영양실조가 심했던 가나다라. 어미 개 마야가 버려진 폐가에 몸을 풀고 돌봐주는 이 없이 가, 나, 다, 라를 낳았다.
네 마리는 지난 2월 27일, 나야를 마지막으로 모두 캐나다 토론토에서 가족을 찾았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개들이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고 어둡고 시끄러운 화물칸에 갇혀 10여 시간을 날아가야 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발을 디딘 ‘캐나다’라는 나라에서 반려견이 누리는 평범한 일상을 보장받았다. 춥고 더운 곳에 방치되지 않고, 1m 목줄에 묶여 본능을 차단당하지 않고, 보살핌과 관심을 받으며. 긴 여정 참아 줘서 고맙고, 설명해 줄 수 없어 미안하고, 보낼 수밖에 없어 안타까운 우리 한국의 개 가,나,다,라의 가족 찾기 대장정이 6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윤정임 동물자유연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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