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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어질테다’…과도기의 몸살 ‘개춘기’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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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5-21 10:00
수정 2020-05-21 10:36

[애니멀피플] 조홍섭의 멍냥이 사이언스
6개월부터 말 안 듣고 말썽, “지나가는 일, 인내와 애정 필요”

낯선 사람의 말은 잘 들어도 주인 말은 안 듣는 ‘개춘기’ 강아지. 게티이미지뱅크

‘감정 기복이 심하고 제멋대로 행동해 감당하기 힘들다.’ 사춘기 청소년 이야기이지만 강아지도 마찬가지다. 생후 6개월부터 강아지는 성견이 되는 과도기의 몸살을 앓는다. 청소년기 개는 두뇌의 신경회로가 대대적으로 재편성된다. 두뇌를 적시는 새 호르몬의 영향으로 예민하고 예측불허의 행동이 나오기도 한다.

개를 오래 기른 사람은 경험으로 이런 시기를 안다. 산책길에서 더 멀리 제멋대로 가려 하고, 돌아오라는 명령을 묵살하곤 한다. 갓 돋아나는 영구치를 자리 잡게 하려고 가구를 마구 씹어놓기도 한다. 말썽은 많이 부리면서 말을 안 듣는 이 시기는 반려견이 가장 많이 버려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개에도 사춘기가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연구가 최근 나왔다. 루시 애셔 영국 뉴캐슬대 박사 등은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래브라도와 골든 리트리버 품종의 맹도견 69마리를 대상으로 5개월 때와 8개월 때 행동을 비교했다. 사춘기를 겪는 8개월짜리 개들은 5개월 강아지에 견줘 이미 배운 ‘앉아’라는 명령을 잘 듣지 않았다. 낯선 사람의 말은 잘 들어도 주인 말은 안 들었다.

산책길에서 주인 말을 듣지 않고 버티는 개. 이런 개는 일시적 사춘기의 혼란에 빠져 있을 뿐이어서 인내를 가지고 훈련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연구자들이 개 285마리의 주인과 훈련사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사춘기의 개는 이미 배운 명령을 대놓고 무시하거나 줄을 풀어놓고 “돌아와”라고 명령했을 때 즉각 따르지 않는 비율이 높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주인과의 관계가 불안정한 개일수록 주인과 더 많은 갈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과 비슷한 현상이다.

사춘기를 맞은 개는 짝을 찾아 떠나고 싶은 충동과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쥔 주인과 애착을 유지하려는 본능이 충돌을 일으킨다. 반항과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연구에 참여한 나오미 하비 영국 노팅엄대 박사는 “사람의 십 대처럼 사춘기는 개에게 일시적인 시기일 뿐”이라며 “말을 듣지 않는다고 야단치거나 감정적으로 멀어진다면 이상행동은 더욱 악화한다”고 말했다.

사춘기 청소년에게 필요한 인내와 관심, 정서적 지원은 개에게도 고스란히 해당한다. 실제로 개의 눈만 바라봐도 사람은(뒤이어 개도) 사랑과 유대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생물학적으로 사람과 개는 그만큼 가깝다.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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