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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마리 개들이 일렬로 누워 수술을 받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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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6-18 13:00
수정 2020-06-18 13:51

[애니멀피플] 파주 자가번식 공장견, 그 이후
추가 번식 막기 위해 집단 중성화…아직 많은 개가 입양 기다린다

14일 동물권행동 카라의 더봄센터에서 53마리의 개가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 카라 제공

개들이 일렬로 누워 수술을 받고 있다. 수술대만 7대, 수의사만 22명이 왔다. 개 53마리가 차례로 올려져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 모두 하얗고 귀여운 발바리나 진도믹스견이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네요. 11시에 시작해서 3시쯤 끝났으니까요” (박상욱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지난 14일 동물권행동 카라의 보호소 ‘더봄센터’에서는 진귀한 풍경이 펼쳐졌다.

파주시의 한 농공단지 공장에서 대량 번식한 개들을 데려와 집단 중성화 수술을 시킨 것이다. 수의사 단체인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가 나서 자원봉사를 했다.

수의사 모임인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의 도움으로 개들은 큰 사고 없이 수술을 마쳤다. 카라 제공

파주의 한 농공단지 공장에서 일하는 김기진(59·가명)씨는 4년 전 산에서 개 네 마리를 구조해 키웠다. 개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 셀 수 없을 정도가 되더니,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며 100마리를 넘었다. 김씨는 동물단체에 구조를 요청했고, 카라가 나서 중성화 수술과 입양 홍보에 나섰다. (▶▶관련기사 ‘100마리 발바리가 똑같이 생긴 사연’)

한시가 급했다. 첫째, 중성화 수술을 해서 더 이상의 번식을 막아야 했고, 둘째는 최대한 많은 수를 입양 보내 김씨가 기르는 개체 수를 줄여야 했다.

지난 주말 동물권행동 카라가 주최한 입양 파티에서 한 참석자가 사진을 찍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달 말까지 파주의 한 공장에서 100마리가 넘는 개들이 살았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개체수가 급속도로 불었다. 파주/남종영 기자

동물권행동 카라는 파주 공장에서 임신한 개 그리고 새끼를 낳은 어미개와 새끼들을 우선 구조했다. 임신견은 구조한 뒤에 새끼를 낳기도 해, 현재 새끼개만 39마리 있다.

13~14일에는 입양 파티를 열었다. ‘귀여운애 옆에 귀여운애’라고 행사 제목이 붙여진 데는 이유가 있다. 근친 번식으로 불어난 아이들이라 다들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박상욱 활동가는 “지금까지 16분 정도가 입양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들은 카라가 정한 소정의 방식에 따라 입양 절차를 밟고 있다. 중간에 마음을 돌리는 이들도 있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입양자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파주 공장의 새 집에서 개들은 과거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많은 개체 수가 문제다. 카라 제공

14일 중성화 수술을 마치고 경기 파주의 공장으로 돌아온 개들. 카라 제공

파주의 공장은 새 단장을 했다. 주차장 한쪽에 개가 살 집을 설치했고, 중성화 수술을 받은 개 53마리가 돌아갔다. 이미 수술을 받은 개체 1마리를 포함해 김기진씨는 54마리를 돌보게 됐다. 암컷은 빨간색 목줄을, 수컷은 초록색 목줄을 찼다.

17일 파주 공장을 방문한 박상욱 활동가는 “수술로 인해 아픈 아이는 없는 거 같다. 개가 머물 곳을 만들었는데, 한 번도 갇혀 본 적이 없어서 밖에서 뛰어놀고 있다. 적응 시간이 필요할 거 같다”고 말했다.

카라의 활동가들이 맨 처음 파주 공장에 갔을 때, 거기서 사는 개의 수를 세기조차 힘들었다. 최종적으로 확인된 것은 127마리다. 중성화 수술을 받은 54마리가 공장으로 돌아가 살게 됐다. 카라가 구조한 개는 73마리다. 어미개 10마리, 새끼개 39마리가 있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개는 24마리도 있다.

귀엽고 하얀 개들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문의 (031)959-8600(더봄센터 입양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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