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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셀럽의 반려견, 패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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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7-28 13:40
수정 2020-07-28 14:13

[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이수지 인스타그램

TV에서 개를 아끼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다 개를 사랑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숨돌릴 새도 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연예인이 개를 키운다면, 그게 진짜 사랑인지 따져볼 일이다.

개를 키우다 보니 어떤 연예인이 개를 좋아한다면 관심이 간다. 개를 키우는 연예인은 한둘이 아니며, 그들 중 일부는 개를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개 사랑을 과시한다. 하지만 TV에서 개를 아끼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다 개를 사랑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들 중에는 인기를 위해 개를 키우는 경우도 있을 테니 말이다.

실제로 한 아이돌 그룹은 멤버들 모두에게 개 한 마리씩을 키우게 했는데, 그 중에 한 명은 어릴 적 개에게 물린 트라우마 때문에 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단다. 비단 그 멤버 뿐일까. 숨돌릴 새도 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연예인이 개를 키운다면, 그게 진짜 사랑인지 따져볼 일이다.

반면 개를 안고 TV에 나오진 않을지언정, 묵묵히 개 사랑을 실천하는 연예인도 있다. 이효리씨가 그 중 하나다. 얼마 전 나온 기사를 보자. “가수 이효리가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가 봉사활동을 펼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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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을 반려한다는 것

이효리의 활동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진정성이 있다. 첫째, 한번 가서 사진만 찍고 오는 게 아니라 십수년간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했다. 둘째, 해당 지역 유기견보호단체와 연계해서 활동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녀가 돌보는 개가 유기견이라는 점이다. 혈통 좋고 귀여운 강아지를 좋아하기는 쉽지만, 유기견을 품에 안는 건 쉽지 않다.

주인으로부터 버려져 험한 생활을 하다보면 개의 미모는 급속히 퇴색되고, 몸에서는 심한 냄새가 난다. 하루종일 유기견 봉사활동을 하는 게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게다가 이효리는 보호소에서 만난 ‘순심이’라는 개를 입양하기까지 했으니, 나처럼 예쁜 개만 좋아하는 얼치기 개빠와는 차원이 다르다.

최근 알게 된 개빠 연예인은 이수지씨다. 이수지는 개그콘서트 ‘황해’라는 코너에서 보이스피싱을 하는 조선족으로 나와 이름을 알렸고, 그 뒤에도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원래 ‘해리’라는 페키니즈 강아지를 키웠다고 한다. 페키니즈는 내가 현재 키우는 강아지이기도 한데, 코가 납작하고 다리가 짧은 게 특징이다.

아무튼 해리는 15년간 이수지씨와 살다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슬픔에 잠겨 하루하루를 보내던 이수지씨는 TV를 보다 페키니즈 한 마리가 버려졌단 사실을 알게 된다. 화장실에 묶여 있던 그 페키니즈 옆에는 할머니가 쓴 편지가 놓여 있었다. “누구든지 이 강아지 데려다가 기르시고,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 강아지 이제 다섯 살입니다. 내가 구십이 다 됐는데 암에 걸려 얼마 못 산다 해서 내가 살아있을 때 주인을 찾아 주려고 합니다. 먹는 것은 아무거나 잘 먹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수지씨는 이 개를 입양했고, 그에게 ‘흰둥이’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 원래 그의 집에는 키우던 개들이 있었다. 막 태어난 개가 입양된다면 모를까, 어느 정도 자란 개가 입양되는 경우 먼저 있던 개들과 알력이 생길 수 있어 견주가 각별히 신경을 써줘야 한다. 그런데 이수지씨가 최근 올린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니 쉬츠 두 마리와 페키니즈 세 마리가 수지씨 주위에서 멋지게 포즈를 잡고 있다.

그 중 한 마리가 흰둥이일 텐데, 사진으로 봤을 땐 누가 흰둥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사진은 흰둥이가 이수지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증거일 텐데, 상처받은 흰둥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그녀가 애를 많이 썼으리라 짐작된다. 그래서 부끄럽다. 난 기존 개들과 융화가 잘 안될 거라는 핑계를 대며 유기견 입양을 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그와 더불어 이수지씨 인스타에 올라온 또 다른 글도 화제가 됐다. 뇌종양을 앓는 아이의 아버지가 쓴 글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들이 희귀한 뇌종양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그 아들이 이수지의 유행어를 따라할만큼 열혈 팬이란다. 아버지는 아들이 이수지로부터 자그마한 응원이라도 받았으면 해서 그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는데, 세상에, 이수지씨가 응원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을 찍어 보내줬단다.

여기까지만 해도 감동일 텐데, 이수지씨는 동료 개그맨들과 함께 선물을 사들고 병원을 직접 방문했다! 이에 힘을 얻은 아이는 그 뒤 재발 없이 건강한 나날을 보내고 있기에, 아버지가 다시금 그의 인스타그램을 찾아 감사의 글을 올린 것이다. 이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전해졌고, 흉흉한 뉴스로 가득찬 이 세상을 잠시나마 밝게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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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빠,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

흔히 말한다. 개빠는 사람보다 개를 더 좋아하는, 이기적인 존재들이라고. 하지만 이효리가 채식주의자의 삶을 살고 환경운동에 매진했던 것이나, 이수지가 아픈 아이에게 사랑의 손길을 내민 일을 보면, 진정한 개빠는 개를 포함해 모든 살아있는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었을 수도 있지만, 개를 키우면서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게 되는 측면도 분명 있으리라. 물론 개빠들 중엔 사람보다 개를 더 좋아하는 이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이 경우라 해도 개빠가 사람을 사랑하는 정도가, 개를 안 키우는 이가 사람을 사랑하는 정도보다 훨씬 더 크지 않을까? 진정한 개빠가 많을수록 사람이 더 대접받는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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