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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훗날 내 반려견의 어미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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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8-31 10:34
수정 2020-08-31 10:45

[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어미개야, 네 새끼를 허락도 안 맞고 데려가버려 미안하구나. 아이가 너무 예뻐서 네 마음도 헤아리지 못한 채 그렇게 해버렸어. 그래도 이것만은 말할 수 있어. 우리는 그 녀석을 우리 자식처럼 예뻐해 줬어. 잘 먹이고 잘 놀아주고, 밤에는 옆에 놓고 쓰다듬어주며 재웠어. 물론 우리가 그 녀석으로 인해 받은 행복이 훨씬 더 크지만, 녀석이 우리 곁을 떠날 때 고맙다고 했거든. 그러니, 좀 어렵겠지만, 날 좀 용서해 줄 수 있겠니?”

자식에 대한 사랑은 동물이라고 동물이라서, 사람과 다를 게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엄마, 제게 지금의 외모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리둥절하시다는 어머니한테 부연설명을 드렸다. 외모가 모자랐기에 남보다 더 노력했고, 그래서 신문에 글도 쓰는 내가 됐다고. 어머니는, 화를 내셨다. “아니, 네 외모가 어때서?” “남보다 떨어지는 건 맞죠.” “무슨 소리? 장동건도 우리 아들 발톱의 때보다 못한데.”

그렇다고 어머니가 미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없는 건 아니다. 나와 비슷하게 생긴 이가 TV에 나왔을 때,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쟤는 참 못생겼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는 2남 2녀 중 외모로 봤을 때 가장 처진 날 가장 예뻐하셨다.

그 아들이 중년이 된 지금도 나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변함이 없다. 어머니 댁에서 하룻밤을 잔 이후,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아들 자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왔다갔다 하면서 몇 번이고 들여다봤어.” 정말이지 어머니는, 고슴도치상의 유력한 후보다.

개라고 해도 자식사랑은 이토록 지극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팬더를 비롯한 우리집 개들에게도 다 엄마가 있다. 저 영상이 보여주는 것처럼, 그 개들도 자신이 낳은 개들을 누구보다 사랑했으리라. 게티이미지뱅크

어제, 인터넷에 떠도는 동영상을 봤다. 주제는 동물들의 자식 사랑인데, 감동적인 장면들이 여럿 나온다. 세퍼드 어미개가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강아지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직 눈도 못 뜬 개들은 꾹꾹거리며 울어대는데, 그걸 바라보는 어미개는 그저 흐뭇한 표정이다.

다음 장면. 비가 오는데, 어미닭이 병아리 네 마리를 자기 품에다 집어넣고 비를 긋고 있다. 세 번째 장면. 강아지들을 돌보던 어미개가 자기도 좀 구경하자는 아빠개한테 짖으면서 덤벼든다. 아빠개가 물러나자 어미개는 다시 강아지들 옆으로 와 그들을 핥아준다. 네 번째, 사람이 새끼고양이를 안아 올리자 어미고양이가 두 손을 뻗어 그 고양이를 내놓으라고 난리를 친다. 결국 새끼를 엄마에게 주자 어미는 고양이를 안고 마구 핥아준다.

비록 동물이라고 해도, 자식에 대한 사랑만큼은 사람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게티이미지뱅크

그 밖에도 그 영상에는 눈물나는 영상이 많다. 자기도 배가 고플텐데, 고기가 붙어있는, 먹음직스러운 뼈다귀를 양보하는 어미개, 여섯 마리의 새끼에게 젖을 물리면서 피로에 지쳐 고개를 기대고 조는 또 다른 어미개, 새끼고양이를 입에 문 뒤 보다 편안한 곳으로 옮겨주는 어미고양이.

그 영상들을 보다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비록 동물이라고 해도, 자식에 대한 사랑만큼은 사람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니 말이다.

올해 2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일어난 사건은 훨씬 더 극적이다. 눈이 많이 온 날, 숲지대 근처에서 눈밭에 구멍을 파고 추위를 피하던 개들이 구조된 것이다.

추측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숲지대를 떠돌던 개가 임신을 해서 여섯 마리의 새끼를 낳았고, 어떻게든 젖을 먹여가며 개를 키우던 중 폭설이 내렸다. 어미개는 추위를 피하려고 눈밭에 구멍을 팠고, 몸을 둥글게 말고 새끼들을 그 안에 넣었다. 어미개의 젖이 말라 새끼들은 굶주림에 시달렸만, 어미개의 보호 덕분에 새끼들은 얼어죽지 않을 수 있었다.

Red Lake Rosie's Rescue 페이스북 갈무리

개라고 해도 자식사랑은 이토록 지극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팬더를 비롯한 우리집 개들에게도 다 엄마가 있다. 저 영상이 보여주는 것처럼, 그 개들도 자신이 낳은 개들을 누구보다 사랑했으리라.

그런데 그 자식들이 하나둘씩 낯선 사람의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사라질 때, 그걸 바라보는 어미개의 마음은 어떨까? 분노하는 마음이 먼저 들겠지만, 그걸 방조한 이는 자신이 믿고 따르던 견주다. 결국 어미개는 자신의 무력감을 탓하며 체념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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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세상에서 어미개를 만났을 때

그런 일은 반복되고, 결국 어미개 옆에는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된다. 그 뒤에도 그 개는 그 견주와 함께 살아가겠지만, 마음 한구석에 남은 원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진에서 본 개를 입양하러 브리더(전문분양인)를 찾은 아내에게 어미개가 이빨을 드러내는 등 적대적인 태도를 취한 건 너무도 당연했다.

새끼개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 두세달밖에 안된 시기에 엄마로부터 떨어져 낯선 곳에 다다른 그 개가 느끼는 공포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이렇게 본다면 어미개로부터 새끼를 데려다 키우는 현대의 입양방식은 윤리를 저버린 잔인한 행위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 방식이 최선이라 해도, 최소한 미안한 마음은 가져야지 않을까?

어미개가 하는 만큼은 불가능하겠지만, 최선을 다해 새끼개를 돌봐줘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저 세상에서 어미개를 만났을 때, 이렇게 변명할 수 있을 테니까. 게티이미지뱅크

물론 마음만으론 부족하다. 어미개가 하는 만큼은 불가능하겠지만, 최선을 다해 새끼개를 돌봐줘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저 세상에서 어미개를 만났을 때, 이렇게 변명할 수 있을 테니까.

“어미개야, 네 새끼를 허락도 안 맞고 데려가버려 미안하구나. 아이가 너무 예뻐서 네 마음도 헤아리지 못한 채 그렇게 해버렸어. 그래도 이것만은 말할 수 있어. 우리는 그 녀석을 우리 자식처럼 예뻐해 줬어. 잘 먹이고 잘 놀아주고, 밤에는 옆에 놓고 쓰다듬어주며 재웠어. 물론 우리가 그 녀석으로 인해 받은 행복이 훨씬 더 크지만, 녀석이 우리 곁을 떠날 때 고맙다고 했거든. 그러니, 좀 어렵겠지만, 날 좀 용서해 줄 수 있겠니?”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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