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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불 켜는 거미, 1억년 전 한반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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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2-01 14:47
수정 2019-02-01 16:46

망막 안에 반사판(흰 부분)을 갖춰 어두운 밤에 활발히 사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백악기 초 한반도 남부에 서식했던 거미의 화석. 잔털까지 완벽하게 보전된 이 화석은 이삼식 대구 관천중 교감이 발견했다. 박태윤 박사 제공.
캄캄한 밤 플래시로 고양이를 비추면 불을 켠 것처럼 두 눈이 형광으로 빛난다. 만일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공룡이 어슬렁거리던 1억년 전 경남 일대의 호숫가로 간다면, 수많은 반짝이는 불빛이 어둠을 수놓는 광경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 주인공은 지금은 멸종한 작은 육식성 거미이다.

공룡시대 ‘야간 투시경’을 장착한 거미가 한반도에 살았음을 박태윤 극지연구소 박사 등 우리나라와 미국 지질학자들이 1일 과학저널 ‘계통 고생물학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이 연구가 가능했던 것은 약 1억10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초 퇴적된 개흙층이 굳은 흑색 셰일에서 완벽하게 보존된 거미 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고 곤충학 박사 1호’인 남기수 대전영재고 교사(▶관련 기사: 퇴적분지에 새겨진 곤충화석 '작은 것들의 역사')는 2010년께 경남 진주시 정촌면과 사천시 사남면에서 벌어지던 택지개발과 산업단지 건설 현장에서 이번 연구에 쓰일 거미 화석 6점을 발견했다. 셰일층에서는 거미와 함께 식물, 물고기, 조개, 곤충의 화석이 들어있었으며, 그 가운데 곤충이 3000여 점으로 가장 많았다.

거미 화석이 발견된 진주시 정촌면 택지개발 공사 현장. 사남면의 화석지와 함께 현재는 개발로 접근이 불가능하다. 박태윤 박사 제공.
연구자들은 화석에서 모두 8종의 거미를 확인했는데, 이 가운데 ‘눈에 불을 켜는’ 종(학명: 코리아메곱스 삼식아이)이 포함돼 있었다. 주 연구자인 박태윤 박사는 “여러 쌍의 눈 가운데 한 쌍이 유난히 크고 특히 망막 안쪽에 카누 모양의 반사판이 있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고양이를 비롯해 사자나 고라니, 올빼미 등 야행성 동물의 눈이 밤에 빛나는 이유는 동공 속에 ‘타피텀’이란 일종의 반사판이 있기 때문이다. 이 반사판이 망막을 통과해 들어온 빛을 반사해 광량을 증폭하는 덕분에 어두운 곳에서도 잘 볼 수 있다.

박 박사는 “이 거미는 다른 거미보다 큰 눈과 타피텀을 이용해 밤에도 활발하게 먹이 사냥에 나섰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길이 2∼5㎜로 소형인 이 거미 그룹은 멸종했지만, 생태적으로는 그물을 치지 않고 돌아다니며 사냥하는 깡충거미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눈의 반사판(타피텀)이 선명하게 보이는 거미 화석의 전자현미분석기 사진. 극지연구소 제공.
거미는 단단한 골격이 없어 좀처럼 화석으로 남지 않는다. 대개는 나뭇진이 굳은 호박 속에서 발견된다. 이번처럼 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된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다. 그렇다면 털과 망막 안 반사판까지 오롯이 간직한 거미의 화석은 어떻게 남게 됐을까.

박 박사는 “당시 하천이나 호수 주변에 살던 거미가 죽어 물에 떠내려가 호수 바닥에 가라앉았는데, 사체 주변에 미세한 점토가 쌓이면서 산소가 적은 환경이 조성돼 썩지 않고 보존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미 화석이 발견된 진주층의 셰일에서는 그동안 다수의 공룡, 익룡, 물고기, 절지동물, 식물, 조개 등의 화석과 다수의 공룡과 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바 있다.

나탄 모어하우스 미국 신시내티대 생물학자는 이번 연구와 관련해 “발견된 화석이 놀랍다. 시각체계의 일부까지 보존돼 있다는 데 전율을 느낀다”며 “반사판(타피텀)을 단서로 이 고대 동물이 아마도 야행성 사냥꾼이었던 생활방식을 엿본다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라고 ‘내셔널지오그래픽’ 인터넷판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ae-Yoon S. Park, Kye-Soo Nam & Paul A. Selden (2019): A diverse new spider (Araneae) fauna from the Jinju Formation, Cretaceous (Albian) of Korea, Journal of Systematic Palaeontology, https://doi.org/10.1080/14772019.2018.152544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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