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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의 폭군’ 노무라입깃해파리 독은 뱀·거미·벌 합친 성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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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6-22 16:33
수정 2020-06-22 16:48

[애니멀피플]
200㎏ 거대 몸집이라 독물 양 많고, 여러 독 성분이 상승작용

세계에서 가장 큰 해파리의 하나인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촉수에서 심하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침을 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상자해파리의 일종인 ‘키로넥스 플레커리’는 세계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해파리로 쏘이면 2∼5분 안에 죽는다. 이 해파리로 인한 사망자는 호주에서 19세기 말 이후 64명에 이르며, 필리핀과 태국에서는 해마다 20∼50명이 목숨을 잃는다.

해마다 여름이면 한·중·일의 해수욕장을 위협하는 노무라입깃해파리도 맹독성 상자해파리에는 못 미치지만, 치명적 독성을 띤다. 게다가 상자해파리가 다 자라도 농구공 크기인데 견줘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다 자라면 몸통 지름이 사람 키보다 큰 2m에 무게가 200㎏이나 나갈 만큼 거대하다.

길게 늘어진 수많은 촉수에 달린 자포에서 독침을 쏜다. 덩치가 큰 만큼 분비하는 독의 양도 많다. 독침에 쏘이면 즉각적인 통증에 이어 붇기, 발열, 근육 마비와 호흡 곤란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쇼크로 인해 사망한다.

열대 태평양에 서식하는 상자해파리의 일종인 ‘키로넥스 플레커리’. 농구공만 한 몸에 사람 60명을 죽일 독물이 들어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2012년 8월 10일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던 8살 여자아이가 양다리와 손등에 해파리 독침을 맞고 병원에서 치료받다 사망한 것도 이 해파리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북아에서 해마다 수십만 명이 이 해파리에 쏘이는 피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진다.

노무라입깃해파리 피해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치료제를 개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해파리 독이 어떤 독성물질로 이뤄져 어떤 장기를 공격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데 해파리의 독은 성분이 단순한 뱀이나 벌과 달리 매우 복잡하다.

지난해 박종화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 박사 등 유니스트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팀이 노무라입깃해파리의 게놈(유전체)을 해독해 발표한 연구논문에서는 52종의 독소를 규명했다. 앞서 중국 연구자들은 218종의 독소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어떤 독소가 어떤 장기에 치명적 타격을 입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노무라입깃해파리의 독은 독사나 독거미 등의 독과 달리 성분이 매우 복잡하다. 한겨레 자료 사진

이런 가운데 노무라입깃해파리의 독이 독사와 독거미 등 다른 동물의 독 성분이 복합해 치명적 독성을 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리 롱펑 중국 과학아카데미 해양생물학자 등은 노무라입깃해파리에서 얻은 독물을 다양한 방법으로 생쥐에게 먹이는 실험을 통해 13가지의 독소로 작용하는 단백질을 밝혀냈다. 놀랍게도 이들은 독사, 독거미, 말벌 등의 독소에 들어 있는 단백질과 유사했다.

연구자들은 다롄에서 채집한 노무라입깃해파리의 촉수를 잘라내 실험실에서 원심분리기에 돌려 자포 속에 든 독성물질을 확보했다. 이 독물 단백질을 성분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누어 생쥐에 주입해 어느 것이 치명적인지 조사했다.

부검 결과 생쥐는 심혈관 막힘, 혈관 변성, 간세포 괴사, 신장 변화, 허파 염증 등의 손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인은 허파 염증과 부종이었는데, 이는 해파리로 인해 사망한 사람에서와 마찬가지였다.

이어 치명적인 독성물질을 질량 분석해 독소로 작용하는 13가지 단백질을 찾았다. 이들 가운데는 동부다이아몬드방울뱀, 늪 살모사의 일종인 플로리다 커튼마우스 등 독사와 시카리우스 속 독거미, 말벌 등의 독에 들어 있는 효소나 단백질이 들어 있었다.

연구자들은 “노무라입깃해파리의 독은 한 성분이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독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런 연구결과는 장차 해파리 독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논문에 밝혔다. 이 연구는 ‘단백체 연구 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제주도에서 촬영한 노무라입깃해파리. 쌀알 크기의 유생이 6개월 만에 어른 키보다 크게 자란다. 황해와 동중국해가 주 서식지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노무라입깃해파리는 해마다 여름철 해수욕객을 위협하는데, 올해는 16일 국립수산과학원이 제주∼남해안 해역에 이 해파리 주의보를 발령한 상태다. 수산과학원은 “5월부터 동중국해에 나타나기 시작한 노무라입깃해파리는 현재 제주∼남해안 해역에 대량 출현했으며, 지속적인 남풍 계열 바람과 강한 대마난류 영향으로 전남과 경남 연안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인용 저널: Journal of Proteome Research, DOI: 10.1021/acs.jproteome.0c0027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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