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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크기 포유류 조상은 거대공룡 뼈 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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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7-30 15:07
수정 2020-07-30 15:14

[애니멀피플]
1억6천만년 전 이빨 자국 화석 발견…청소동물 행동 첫 직접 증거

쥐라기 때 아시아에 서식했던 거대 초식공룡 마멘치사우루스의 상상도. 목이 체중의 절반을 차지하며 길이 35m, 무게 80t에 이르기도 했다. 이 용각류 뼈에서 소형 포유류의 이빨 자국이 발견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프리카코끼리보다 20배는 큰 거대한 초식공룡이 강변에 죽어 있다. 육식공룡의 공격을 받았는지 자연사했는지는 모르지만 수각류, 익룡 등 다양한 청소동물이 사체에 몰려들어 고기를 뜯었다.

큰 포식자가 사라진 밤이 되자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쥐 크기의 동물이 나타나 공룡 뼈에 붙은 연한 조직을 갉아먹었다. 이 동물은 사람, 개, 쥐 같은 포유류의 먼 조상이다. 1억6000년 전 중생대 쥐라기 포유동물이 용각류 초식동물의 뼈를 갉아먹은 흔적이 중국 북서부 신장에서 화석으로 발견됐다.

펠릭스 아우구스틴 독일 튀빙겐대 고생물학자 등 독일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자연의 과학’ 19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초식공룡 뼈에 남은 이빨 자국 화석은 포유류의 먹이행동을 보여주는 가장 오랜 직접 증거”라고 밝혔다.

용각류 목 갈비뼈에 난 이빨 자국. b는 a를 확대한 모습이고 c는 다른 각도에서 본 모습이다. 위·아래턱의 송곳니 한 쌍을 이용해 연한 조직을 갉아먹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아우구스틴 외 (2020) ‘자연의 과학’ 제공

흔히 중생대는 ‘공룡의 시대’였고 소행성 충돌로 새를 뺀 공룡이 모두 멸종하자 텅 빈 육상생태계를 포유류가 차지하며 번성했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최근 10∼20년 동안의 고생물학 연구결과 포유류의 진화는 그런 통념과 많이 달랐음이 밝혀지고 있다.

공룡 다음에 포유류가 출현한 것이 아니라 포유류의 조상은 공룡과 비슷한 2억2000만년 전 처음 등장했다. 중생대는 진화의 첫 3분의 2를 이 기간에 이룩한 포유류의 시대이기도 했다.

물론 포유류 조상은 커다란 공룡을 피해 조심스럽게 살아간 작고 겁많은 동물이었다. 평균 크기는 100g이 안 됐다. 그러나 이들은 육상생활뿐 아니라 습지 서식, 굴 파기, 나무 위 생활, 활공 등을 통해 초식, 충식, 육식, 잡식 등 다양한 먹이를 사냥했음이 드러났다.

심지어 어떤 포유류 조상은 오소리 크기로 몸집을 키운 포식자여서 소형 공룡을 잡아먹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비록 공룡의 그늘에서이지만 포유류는 다양하고 성공적으로 진화했다. 이번 발견으로 당시 포유류의 다양한 먹이활동에 청소동물 역할이 추가됐다.

쥐라기 포유류의 일종인 프루이타포소르. 다람쥐 크기로 흰개미를 잡아먹고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화석이 발견된 곳은 우루무치 인근의 퇴적층인 치구 층으로 2000년 이후 독일과 중국의 공동 발굴조사가 진행됐다. 연구자들은 이 지층에서 길이가 20m가 넘는 대형 마멘치사우루스의 뼈 화석을 발견했다. 이 용각류 초식공룡은 체중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긴 목을 지녔으며 가장 큰 종은 길이 35m, 무게 60∼80t에 이른다.

연구자들은 이 공룡의 목 갈비뼈에서 독특한 흔적을 찾았다. 연구자들은 이 흔적이 다른 큰 공룡이 밟았거나 곤충이 파먹어 생겼는지 검토한 결과 “벌레를 잡아먹던 당시의 소형 포유류가 위·아래턱에 한 쌍씩 난 송곳니로 뼈의 오목한 부분을 갉죽거리며 연한 조직을 떼어먹은 흔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치구 층에서 발굴된 포유류 조상의 송곳니와 흔적의 크기가 같고, 현생 식충 포유류의 이빨 자국과 양상이 비슷한 점도 이런 결론을 뒷받침했다.

쥐라기 초기 포유류 셴쇼우. 중국 랴오닝 성의 1억6000만년 전 지층에서 발견됐다. 노부 타무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당시 치구 층이 쌓였던 곳은 강이 구불구불 느리게 흐르고 홍수터가 넓은 강가였다. 기후는 건조했지만 계절변화가 커 죽은 동물이 홍수 때 쓸려내려가 파묻히곤 했다. 이 지역에서 발굴된 물고기, 양서류, 거북, 익룡, 수각류 등 다양한 공룡 화석은 포유류 조상이 어떤 환경에서 살았는지 말해 준다.

인용 저널: The Science of Nature, DOI: 10.1007/s00114-020-01688-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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