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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은 ‘음매’ 아냐, 젖소도 ‘제 목소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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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1-20 17:28
수정 2020-01-20 17:45

[애니멀피플]
다양한 감정 상태에도 일관된 특성 간직, 무리 속 소통 수단인 듯

젖소는 사회적 동물이며 저마다의 개성 있는 목소리로 소통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게티이미지뱅크
갓 태어난 발굽 동물 새끼는 포식자를 피하고 어미의 젖을 빨기 위해 두 가지 전략을 편다. 고라니 새끼는 드러나지 않은 곳에 쥐죽은 듯이 숨어있다가 어미가 신호를 보내면 뛰어나가 젖을 빠는 숨기 전략을 쓴다. 새끼는 어미가 내는 소리를 잘 알아듣는데, 자칫 어미의 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하면 포식자의 밥이 된다.

누처럼 어미를 따라다니며 젖을 빠는 새끼는 쌍방향 소통이 필수이다. 어미와 새끼가 서로의 소리를 잘 알아들어야 무리 속에서 헤어지지 않는다.

소는 숲이 우거진 곳에서는 고라니처럼 새끼가 숨는 방식을 택하지만, 그럴 곳이 없는 초원 같은 인공환경에서는 누처럼 송아지와 어미 소가 서로의 소리를 알아듣는다.

다른 소나 송아지의 녹음된 소리를 들려주는 실험에서 어미와 송아지는 서로의 소리를 들려주었을 때 다른 소의 소리 때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송아지가 어릴수록 어미 소의 반응도 강했다.

소리를 이용한 소통이 송아지와 어미 소 사이뿐 아니라 어미 소들 사이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양한 감정 상태에서 소가 내는 소리를 분석한 결과 소는 저마다의 독특한 ‘목소리’가 있음이 확인됐다.

젖소가 내는 소리를 음향학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하는 알렉산더 그린. 린 가드너 제공.
알렉산드라 그린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 박사과정생 등 국제 연구진은 아직 출산하지 않은 홀스타인 젖소 18마리가 긍정적, 부정적 상황에 내는 울음소리를 녹음해 음향학적으로 분석했다. 먹이 주기와 발정기 등은 긍정적 상황으로, 먹이 치우기, 심리적·시각적 고립은 부정적 상황으로 보았다.

소는 2가지 소리를 냈다. 코로 내는 낮은 소리로는 가까운 거리의 소통이나 작은 고통을 표시한다. 흥분의 강도가 크거나 멀리 떨어진 상대와 소통할 때는 입을 열고 높은음의 ‘음매’ 소리를 낸다.

소들은 상황에 따라 다른 감정 상태에서 소리를 냈지만, 개별 울음소리의 특징은 고스란히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은 “소는 무리생활하는 사회적 동물이어서, 어미-자식의 각인 과정뿐 아니라 자신의 삶 전반에 걸쳐 확고한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닌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진 않다”며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처음으로 음성 분석을 통해 소들에게 그런 형질이 있다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아직 새끼를 낳지 않은 암소(사진)도 새끼를 낳은 암소처럼 목소리로 소통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소가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은 무리 안에 위계질서가 있고, 어린 시절 어미로부터 떨어진 송아지는 장기간에 걸친 영향이 나타나며, 친구가 곁에 있을 때 훨씬 잘 배운다는 사실 등에 미루어 짐작됐다. 이번 연구를 통해 소들이 소리를 통해 무리와 접촉을 유지하고 흥분과 고통을 표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린은 “말 많은 소가 있는가 하면 부끄럼 타는 소도 있는 등 소는 모두 저마다의 개성이 있다”며 “경험 많은 농부는 소가 내는 ‘목소리’를 들으면 보지 않고도 무리 속에서 어떤 소가 울었는지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를 대규모로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이 확산하면서 풍부하던 소의 사회적, 정서적 삶은 피폐해졌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가 소들의 복지를 향상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린은 “소의 개별적 목소리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농부들이 개별 소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동물복지를 향상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용 문헌: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19-54968-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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