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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꽂힌 작살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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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2-06 10:01
수정 2020-02-06 10:16

[애니멀피플] 장노아의 사라지는 동물들

스텔러바다소와 진마오 타워, 102x65cm, 종이에 수채, 2015

스텔러바다소: 절멸 1768년

진마오 타워: 420.5m, 상하이, 중국

스텔러바다소는 고래 다음으로 거대한 해양 포유류로 몸길이가 8~9m이고 무게는 8~10t에 달했다. 가장 가까운 친척은 바다소목에 속하는 매너티와 듀공으로 크기는 다르나 외모가 비슷하다. 스텔러바다소는 두 개의 통통한 앞다리를 이용해 수영하거나 얕은 해안가를 걷거나 바위에 올라갔다.

거대한 몸에 비해 머리가 매우 작았고 귓구멍이 완두콩 만했지만 청각이 좋았다. 윗입술이 크고 넓었고 위아래 입술 모두 두 겹으로 되어 있었다. 이빨이 없어 아래턱과 입천장에 있는 평평한 두 개의 뼈로 문지르듯 씹어먹었으며 입술 사이에 있는 3.8mm 정도의 하얗고 두꺼운 빽빽한 털 안쪽에 먹이를 저장했다.

두꺼운 가죽은 오래된 떡갈나무 껍질과 비슷했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는 굶주림으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체중이 감소했다. 암컷의 임신 기간은 1년 이상으로 추정되고 주로 초가을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스텔러바다소는 1741년, 러시아 캄차카 주의 코만도르스키예 제도의 무인도인 베링섬에 조난당한 탐험대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탐험대를 이끌었던 덴마크인 비투스 베링을 포함해 선원 절반이 목숨을 잃었으나 나머지 사람들은 얕은 해안가에 살고 있던 스텔러바다소를 잡아먹으며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10개월 후, 생존자들은 무사히 귀환했다. 그중에는 박물학자이자 의사였던 독일인 게오르크 슈텔러도 있었다. 그가 스텔러바다소에 대해 보고한 이후 고기와 가죽, 지방을 노린 사냥꾼과 상인이 베링섬에 대거 몰려들었고 무자비한 남획이 시작되었다.

스텔러바다소는 겨우 4~5분 정도 잠수할 수 있었고 평소에는 전복된 보트처럼 수면 위에 등을 내놓고 천천히 헤엄쳤기 때문에 사냥꾼이 작살을 이용해 손쉽게 사냥할 수 있었다. 스텔러바다소가 발견되었던 1741년, 추정 개체 수는 약 2000여 마리였다.

무척 온순하고 인간을 경계하지 않았던 스텔러바다소는 단기간에 멸종한 도도처럼 몇 장의 그림과 기록, 불완전한 표본만을 남기고 1768년, 발견된 지 27년 만에 세상에서 사라졌다. 한가로이 헤엄치며 새끼에게 젖을 먹이던 그 거대하고 신비로운 동물을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종이에 연필, 2015

스텔러바다소의 멸종은 현재 해양생물이 멸종되는 규모와 속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환경오염은 해양생물 대규모 멸종의 주된 요인이다. 산업화의 영향으로 증가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과다 흡수되어 약산성인 바다가 점점 산성화 된다. 지금의 추세라면 몇십 년 내에 탄산칼슘 성분의 껍질을 가진 조개류 같은 생물종이 대량으로 멸종될 것이다.

2050년 무렵에는 모든 상업적 수산자원이 고갈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해양생물의 먹이이자 서식지인 해초지는 연간 7%씩 감소하고 있다. 폐기물 투기와 독성 화학물질 사용도 심각한 문제다. 바다의 표류물 중 90% 정도가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2006년, 유엔환경계획은 매 평방 마일마다 4만6000점의 플라스틱이 바다를 떠다니고 있다고 추정했다. 유럽 각국 소속의 15개 기관이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서양, 북극해, 지중해 심해가 인간이 버린 비닐봉지나 그물, 유리병, 플라스틱으로 뒤덮여 있다고 한다. 쓰레기 중 41%가 플라스틱이었고 버려진 낚시 장비가 34%를 차지했다. 2008년에는 83개의 해양 쓰레기를 삼킨 어류가 발견되기도 했고 태평양 북동부에는 한반도보다 7배나 큰 거대한 쓰레기 구역이 형성되어 있다.

해마다 바닷새 100만 마리, 고래나 바다표범 같은 해양 포유동물 10만 마리가 플라스틱을 먹거나 어망에 걸려 죽어간다. 스텔러바다소의 근연종인 듀공도 서식지 상실과 해양오염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가 무심코 쓰고 버린 플라스틱이 바다에서 표류하다 해양동물을 죽인다. 우리는 해양 생태계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일까.

모든 생명이 동등하고 귀하고 아름답다. 누구든 무엇이든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이 단순한 진리를 세상에서 오로지 인간만 잊고 있는 것 같다. 스텔러바다소도 우리처럼 자식을 낳고 젖을 먹여 키웠다. 스텔러바다소를 죽여서 얻은 고기와 가죽이 스텔러바다소의 생명보다 가치 있었을까. 앞다투어 몰려와 가족과 동료를 작살로 찔러대고 죽이는 인간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스텔러바다소가 왜 멸종했는지 말할 때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아낌없이 주는 자연과 아무 죄도 없는 동물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과거 자연에 크나큰 잘못을 저질렀고 지금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앞으로는 인간 중심의 삶이 아니라 생명 중심의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

장노아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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