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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리, 초고속 치유 능력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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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1-06 14:53
수정 2020-01-06 15:23

[애니멀피플]
20㎝ 잘린 상처 감염 없이 46일 만에 절반 아물어

청소 터에서 청소놀래기의 청소 서비스를 받는 암초대왕쥐가오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가오리가 상어에 물어뜯기거나 모터보트 프로펠러에 갈려 심각한 외상을 입어도 감염 없이 이른 시일 안에 상처가 아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놀라운 치유력은 최근 같은 연골어류인 상어에서도 잇따라 발견된 바 있다.

크리스틴 더전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대 박사 등은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닝갈루 해안 세계자연유산 지역에서 지난 15년 동안 암초대왕쥐가오리를 수중촬영 등을 통해 연구해 왔다. 이 가오리는 열대 인도·태평양에 사는 초대형 생물로, 몸의 폭이 보통 3m, 최대 5.5m에 이른다.

연구자들은 생태관광의 주요 표적 동물인 이 가오리가 유람용 모터보트에 의해 종종 큰 상처를 입는 것을 조사하던 중 놀라운 사례를 발견했다. 베이츠 만에서 발견한 암컷 가오리 ‘#0018’에는 눈에 띄게 큰 상처가 나 있었다.

암초대왕쥐가오리 #0018이 모터보트에 치여 생긴 상처와 치유되는 과정(왼쪽). 오른쪽은 발견 첫날(ⅰ), 7일째(ⅱ), 295일째(ⅲ) 상처의 모습. 프레이저 맥그리거 외 (2019) ‘플로스 원’ 제공.

모터보트 프로펠러에 의한 5개의 깊은 열상이 가오리의 몸통 가슴지느러미를 톱니처럼 잘라냈다. 상처 길이가 14.8∼20.5㎝에 이르고 연골까지 완전히 잘렸으며 최근 지혈된 붉은 조직도 보였다.

1주일 뒤 치유가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조짐이 나타났다. 모든 조직이 균일한 갈색을 띠었고 염증은 나타나지 않았다. 치유는 빠른 속도로 진행돼 17일째에는 상처의 23%가 아물어 상처 길이도 11.3∼14.1㎝로 줄었다. 상처가 하루 0.24㎝꼴로 줄어든 셈이다.

연구에 참여한 앤서니 리처드슨 퀸즐랜드대 교수는 “보트와 충돌한 지 46일 만에 이 가오리의 심각한 부상은 절반쯤 아물었고 295일이 지난 뒤 95%가 치유됐다”며 “이 아름다운 동물이 얼마나 빨리 상처를 치유하는지 놀랍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런 놀라운 치유능력은 같은 연골어류인 상어에서 최근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한 젊은 백상아리는 보트 프로펠러에 의해 길이 25㎝, 폭 30㎝, 깊이 8.5㎝의 심각한 상처가 났지만 9달 뒤 완치됐음이 2012년 보고됐다. 대서양수염상어와 레오파드상어에서도 비슷한 초고속 치유가 확인됐다.

경골어류보다 훨씬 먼저 지구에 출현한 연골어류는 면역세포를 만드는 골수가 없어 전혀 다른 면역체계를 지니고 있다. 더전 박사는 “연골어류의 빠른 치유능력은 부분적으로 독특한 면역체계를 진화시켰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얼개를 분자 차원에서 규명하는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이다.

보트로 인한 배 부위의 큰 상처가 얼마나 빨리 아무는지 보여주는 흑기흉상어의 사례. (A) 길이 25㎝, 깊이 5㎝의 상처에서 출혈은 멈췄지만 3일 동안 드러난 상태로 유지했다. (B) 27일 만에 상처는 거의 아물었다. (c) 1년 뒤 멀리서는 상처를 입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완전히 치유됐다. 앤드루 친 외 (2015) ‘보전 생리학’ 제공.

연구자들은 이 가오리가 연골어류 특유의 면역체계뿐 아니라 청소물고기의 도움도 받았을 것으로 보았다. 청소놀래기들이 ‘고객’의 상처 부위에서 죽은 조직을 떼어먹는 행동이 상처 치유를 촉진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이 가오리도 종종 이런 서비스를 받으러 ‘청소 터’를 찾았다.

한편, 연골어류가 아닌 해양 포유류 가운데도 놀라운 치유능력을 보이는 종이 있어 주목된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옆구리를 상어에 물어뜯겨 길이 30㎝, 폭 10㎝에 두께 3㎝의 지방층을 뚫고 근육이 드러나는 상처를 입은 큰돌고래가 49일 만에 상처가 완전히 봉합된 사실이 보고됐다(▶관련 기사: ‘기적의 자가 치유’ 돌고래, 신비의 물질은 뭘까).

세균이 득실대는 바닷속에서 큰 상처가 나도 감염으로 인한 염증이 일어나지 않는 데는 체지방 속의 항균물질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바다코끼리나 하와이물개 같은 다른 해양 포유류에도 이런 치유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플로스 원’ 12월 11일 치에 실렸다.

인용 저널: PLoS ONE, DOI: 10.1371/journal.pone.0225681

상어에 물어뜯긴 상처가 역력한 암초대왕쥐가오리. 상어는 상처에서 빨리 회복하는 강력한 적응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프레이저 맥그리거 외 (2019) ‘플로스 원’ 제공.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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