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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 초청해 사육곰 불법 도살”…그래도 몰수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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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6-22 05:01
수정 2020-06-22 10:20

[애니멀피플] 사육곰 불법 도살 현장 포착
불법 저질러도 몰수할 곳도 없어…“야생동물 보호시설 만들어야”

지난 12일 경기 용인의 한 사육곰 농가에서 도살한 사육곰을 해체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경기도의 한 사육곰 농가가 곰을 불법적으로 도살하여 판매를 시도한 현장이 동물단체에게 포착됐다.

동물자유연대는 21일 “경기 용인의 한 사육곰 농가에서 반달가슴곰을 도살하고 곰고기 등을 취식한 정황이 포착되었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의 말을 들어보면, 이 농가는 경기 용인과 여주에서 100여 마리를 키우는 대형 농장이다.

이달 초 농장주는 소비자들에게 ‘웅담 특별할인 판매’ 광고를 문자 메시지로 돌렸다. “당일 현장으로 초청하여 직접 웅담을 확인하고 가져갈 수 있다”며 “당일 채취한 웅담은 한정된 수량(70㏄)이기 때문에 10㏄ 기준 7분께만 선착순 판매”하겠다는 내용이다. 500만원인 10㏄를 350만원에 할인해주고 특별식사도 제공한다고 했다.

경기 용인의 사육곰 농가가 문자 메시지를 통해 보낸 광고. ‘현장 초청’과 ‘웅담 확인’은 현장에서 도살을 한다는 얘기였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가 확인해보니, 광고에서 말한 ‘현장’이란 사육곰을 도살하고 웅담을 채취하는 현장을 말하는 것이었다. (▶관련 영상 보기 ‘반달곰 하나가 오늘 또 세상을 떠났다’ (https://youtu.be/_Si1Cj_0ka4))

농장주가 손님들을 초청한 지난 12일, 농장주는 뜬장(배설물이 빠지도록 철제 막대를 엮은 사육 상자) 안에 있는 곰을 향해 마취총을 겨눴다. 가슴에 맞혀야 약효가 빠르다고 했지만, 결국은 엉덩이에 맞혔다.

마취총을 맞은 곰은 5분이 지나서야 쓰러졌다. 농장주는 올가미로 곰을 잡아당기고 혀를 잘라 방혈했다. 화물차를 이용해 곰 사체를 마당의 작업장으로 옮겼다. 이 모든 과정이 새끼곰들을 포함해 다른 곰들이 보는 가운데 이뤄졌다.

곰은 발바닥이 잘리고 나머지도 차례대로 해체됐다. 농장 한쪽에서는 6~8인 상차림이 준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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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처벌 전력 있는데도, 또 불법…”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사육곰 도살이 세 가지 점에서 불법이라고 밝혔다.

첫째, 야생생물보호법을 보면, 사육곰은 용도변경을 통해 도살 후 웅담 채취만 가능하다. 따라서 △곰 고기 △곰발바닥 △곰가죽 등 다른 용도의 사용은 금지된다. 하지만 동물자유연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농가는 곰 고기로 상차림을 준비한다고 했고, 곰발바닥 등도 따로 도축,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둘째,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곰을 도살했다. 동물보호법은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8조1항2호)를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셋째, 곰에게 마취총을 쏜 행위다. 수의사가 아닌 자가 동물을 진료하는 행위는 수의사법에 따라 금지되어 있고, 동물에게 약물을 주사하는 행위는 통상적인 진료행위로 인정된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21일 “더욱 놀라운 것은 해당 농가가 사육곰의 용도 외 사용, 불법 대여, 불법 증식 등 수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이라며 “환경부가 2017년 증식 금지 사업을 마치는 등 사육곰 관리에 나섰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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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해도, 불법 번식해도 환경부 “몰수 못해”

사육곰 사업은 1981년 정부 주도 하에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시작됐다. 수입한 곰을 길러 재수출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1993년 한국 정부가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수출 길이 막혔다.

사육곰 농가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웅담을 팔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곰들은 계속 태어났다. 세계적인 야생동물 보호 수준에도 뒤처져, 사육곰을 기르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 두 곳뿐이다.

국내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에 환경부는 사육곰에게 중성화 수술을 진행해 증식을 막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농장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받았다. 보상금을 받고 중성화 수술을 하거나 아니면 전시관람용으로 용도를 변경해 계속 번식, 사육하는 방안이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967마리에 대해 중성화가 진행됐다. 전시관람용으로 농장주가 선택한 곰은 92마리였다.

이 농장주가 관리하는 사육곰들은 분뇨와 먼지가 엉킨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하지만 사육곰에 대한 학대와 불법 행위가 여전히 이어진다는 게 동물자유연대의 판단이다. 이를 막는 행정력이 부재한 이유는 국가 소유의 야생동물 보호시설(생추어리)이 없다는 데 있다. 사육곰 농가가 이번처럼 불법 행위를 저질러도 곰을 몰수해 보호할 곳이 없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환경부는 이미 이 농가를 네 차례 적발해 32마리의 불법 증식을 확인했으나 몰수 후 보호시설이 없어 벌금형만 선고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해 국정감사 직후 국회를 설득해 환경노동위원회 예비심사에서 ‘사육곰 보호시설’ 항목이 예산안에 올랐으나,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제대로 된 심사조차 받지 못한 채 폐기됐다고 설명했다.

김수진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21일 “올해에도 불법 증식된 것으로 보이는 새끼곰이 확인되는 등 해당 농가는 수년 동안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이같은 불법행위는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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