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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서전의 관람객 3배…‘북적북적’ 타이베이 국제도서전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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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2-18 18:07
수정 2019-02-19 10:38

아시아권에서 중국 다음 큰 규모
대만, 외교적 고립 상황에서도
서울 도서전보다 관람객 3배 많아
주요 인사들 “대만, 열린 국가”
중국 겨냥한 듯 자유·민주주의 강조

올해 황정은·손아람 작가 대담 이어
내년 도서전 주빈국으로 한국 초청
한국형 VR·전자책 체험에 관심

타이베이 국제 도서전은 지난해에는 60개국 684개 참가사, 53만명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대규모 도서전이다. 올해 타이베이 세계무역센터에서 열린 도서전의 모습. 사진 타이베이 국제 도서전 제공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27회 ‘타이베이 국제 도서전’(TIBE)이 열렸다. 1987년 시작한 도서전은 지난해 53만명, 올해 58만명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큰 규모의 행사다. 아시아권에선 중국에서 열리는 베이징·상하이 국제도서전 다음으로 큰 규모로 꼽힌다. 대만 인구가 2357만명으로 한국(5181만명)의 절반 수준인데도, 한국 최대 도서전인 서울 국제도서전의 관람객 20만명보다 3배가량 많은 것이다. 특히 주말로 갈수록 참가 인원이 많아져, 전시가 열리는 타이베이 세계무역센터 입구에 긴 줄이 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도서전을 방문한 대학생 쉔쉔(21)씨는 “지난해부터 도서전에 왔는데 국외 작가를 포함해 다양한 소설들을 접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물론 책을 20~30%씩 할인을 해주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여러 유명 작가들이 하는 다양한 행사들에 참여할 수 있는 점 때문에도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1회부터 올해까지 모두 15차례가량 도서전에 방문했다는 김태성 중국 문학 전문 번역가는 “타이베이 국제도서전은 우리나라엔 잘 안 알려져 있지만, 서울 국제도서전이 초라할 정도로 규모도 크고 내실도 탄탄한 도서전”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만이 17개국을 제외한 국가들과 모두 국교가 단절된 상황에서, 타이베이 국제도서전은 대만 정부의 문화 외교 통로로 중요한 국가 차원 행사이기도 하다. 도서전 쪽에선 올해 주빈국이었던 독일 작가들을 13명이나 초청할 정도로 공을 많이 들였다. 한국 쪽을 대표해 참석한 주일우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이사는 “최근에 교황청에서도 중국과 외교 관계를 복원하는 대신 대만과는 단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일 정도로, 대만이 외교적으로 고립 상태가 심해지고 있다. 그런 상황이기에 외교적 행사로서 도서전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개회식에 참여한 대만과 독일의 주요 인사들이 중국을 겨냥한 듯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강조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샤오쭝황 대만 문화부 차관은 “타이완은 아시아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열린 국가”라고 강조했으며, 토마스 프린츠 도이치 인스티투트 총괄감독은 “출판의 자유가 침해되는 나라가 많고 전혀 보장되지 않는 나라도 있지만, 대만은 출판의 자유가 완벽히 보장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13일 오후 타이베이 국제 도서전에서 열린 대담에서 대만의 논픽션 작가인 안포(왼쪽부터), 황정은, 손아람 작가가 함께 소설가가 된 계기, 소설을 쓰는 방식 등을 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김지훈 기자
한국은 내년인 2020년 타이베이 국제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초청받았다. 도서전 쪽은 마중물 격으로 올해 한국의 황정은, 손아람 작가를 초청해 ‘문학의 아름다움은 사회에서 오고, 사회의 힘은 문학에서 온다’라는 주제로 13일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손 작가의 <소수의견>은 지난해 대만에서 출간됐고, 황 작가의 <백의 그림자>는 올해 여름께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안포’라는 필명을 쓰는 대만의 논픽션 소설가는 이날 대담에서 “두 사람의 글쓰기 방식은 큰 차이가 있지만, 사회와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은 공통적”이라 소개했다.

황정은 작가는 소설 쓰는 과정을 묻는 말에 “소설을 쓰려고 사회적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 사회에 같이 살아가며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손아람 작가는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한 <소수의견>의 창작 동기에 대해 “대만의 2·28 사건도 그렇지만 아시아권에서 체제에 저항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이를 공권력이 강력하게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하는 일들이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죽은 사람들을 비난하는 일이 오랫동안 반복되었고 내가 사는 지금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점이 큰 충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주 상무이사는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쪽에서 내년엔 올해 독일보다 더 많은 숫자의 한국 작가들을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밝힐 정도로 적극적이다. 한국에 가상현실(VR)이나 전자책 등 다양한 체험형 전시관을 운영해줄 것을 주문하는 등 새로운 변화에 발맞춰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자오정민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회장.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제공
올해 관람객 58만명을 유치해 성공적으로 타이베이 국제 도서전을 치른 자오정민 회장(사진). 타이베이 국제 도서전 기금회는 이사회를 통해 대만의 출판인 중에서 3년 임기의 회장을 선임한다. 자오 회장이 이끄는 차이나 타임스 출판사는 대만에서 상위 5위 안에 들어가는 종합 출판사이기도 하다. 그에게 타이베이 국제 도서전의 운영 방향을 들어봤다.

- 타이베이 국제 도서전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는 건가.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도서전은 책을 사고파는 곳’이란 이미지를 먼저 떠올렸다. 우리는 이런 이미지를 가장 큰 문제점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도서전의 이미지를 문화를 교류하는 공간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부스 설계와 공간을 최대한 보기 좋게 하고, 다양한 주제의 각종 행사를 많이 준비했다. 6일 동안 1천회의 행사와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가장 인기 있는 작가들을 불러 독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었다. 학교에도 연락해서 수업 대신에 견학 오도록 했다. 큰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이 도서전에서 책에 가까워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랐다.”

- 한국에서도 출판시장이 줄어드는 현상이 점점 나타나고 있다. 대만 출판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다.

“대만에서도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과 출판 시장 규모가 점점 줄고 있어, 출판계가 큰 도전을 받고 있다. 한국과 같이 1인 독립출판이 많아지고, 기존 출판사의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도서전을 ‘책 읽기에 좋은 시간’이란 주제로, 많은 사람이 책을 읽는 중에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했다.”

- 개회식에서 대만 문화부 차관과 독일 쪽 인사가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표현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 중국과 차별점을 두려고 한 것인가.

“사실 이 부분은 대만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가치다. 표현의 자유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이다. 교류의 기본은 표현의 자유에서 나온다. 대만의 특성인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전 세계 사람이 알기를 바란다.”

- 내년에 한국을 주빈국으로 한 이유가 무엇인가. 어떤 기대를 하고 있나.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은 대만에 영향력이 대단히 큰 나라였다. 대만 젊은이들에게 좋아하는 나라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은 한국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10~20대들은 미래의 대만을 이끌어갈 잠재력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한국에 많은 관심이 있다면, 한국을 주빈국으로 선택함으로써 분명 좋은 효과를 얻을 것이라 생각한다.”

타이베이/글·사진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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