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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인데 ‘풍수 인테리어’ 어찌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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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1-21 12:43
수정 2020-11-21 12:59

[토요판] 발랄한 명리학
8. 자취러를 위한 생활풍수

<무엇이든 물어보살>(한국방송) 한 장면. 유튜브 화면 갈무리

“잘 때 머리는 북쪽으로 하고 주무세요.”

올봄 사주를 보러 갔더니 선생은 흰 종이에 내게 도움이 되는 색깔, 주로 먹으면 좋은 맛, 즐겨 쓰면 좋은 숫자, 내게 길한 방향을 적어줬다. 나에겐 북쪽이 길하니 서울에 살면서 이사할 일이 생기면 북쪽으로 가면 좋다고 했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살펴보니, 명리학에서는 방위마다 ‘목화토금수’ 오행 에너지가 다르다고 본다. 동쪽은 목(木·나무), 남쪽은 화(火·불), 서쪽은 금(金·쇠), 북쪽은 수(水·물) 에너지가 강하다. 토(土·흙)는 중간에서 연결하는 에너지다. 나는 사주에서 수 에너지가 부족하다보니 내게 부족한 오행을 보충하라는 의미에서 “침대 방향을 북쪽으로 하세요”란 조언을 듣는 것이다.

하지만 살면서 머리를 북쪽으로 하고 잘 수 있는 환경이었나 생각해보면 전혀 아니다. 대학 때 살던 원룸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이부자리였다. 단칸방에 책상, 싱크대, 화장실을 몰아넣은 5평 원룸은 간신히 이불을 덮고 누우면 눈앞에 바로 신발과 현관문이 보이는 구조였다.

머리는 문으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을 최대한 피하는 쪽을 향할 뿐 북쪽인지 살필 여유가 없었다. 지금 도시에 사는 많은 젊은이들이 이부자리 방향을 마음대로 정할 수 없는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의 좁은 방에 산다. 그만큼 부족한 오행을 채울 기회가 적은 거다.

지난 7일 입동이 찾아오자, 좁은 방이라도 넓게 쓰는 청소법과 정리법에 꽂혀버렸다. 방에만 있는 계절 겨울이 온데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300명을 넘기니, 웰빙 방 라이프를 궁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대 오빠’가 알려주는 셀프 인테리어 책 따위를 탐독하고, <신박한 정리>(티브이엔) 같은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 방에서 무엇을 따라 할까 고민했다. 생각은 흘러흘러 명리학과 쌍둥이인 풍수지리학까지 가닿았다. 둘 다 음양오행론을 토대로 한다.

풍수지리는 말 그대로 ‘바람’(풍)과 ‘물’(수)이 사람 사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인데, 태어난 순간 받은 자연의 에너지가 줄곧 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준다는 명리학과 닮아 있다.

사람마다 좋은 방위가 제각각인데 우리나라에선 유독 집이 남향인지만 따진다. 대학 시절 원룸을 계약했는데 남향에 창문이 두개인 방이라며 전세 보증금 천만원을 올려 받았다. 막상 살아보니, 창문 하나는 옷장을 놓느라 그냥 벽과 쓰임이 다를 바 없었고, 나머지 창문은 앞 건물에 가려 ‘벽 뷰’였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창문만 두개인 방이었다. 풍수지리에서 남향집을 길하게 봤던 이유는 볕이 잘 드는 것 때문인데, 요즘은 남향집이라고 다 볕이 잘 드는 것이 아니다.

철저히 조선시대 양반들 관점에 맞춰진 풍수지리는 현대 도시인들의 것이 아니다. 넓은 기와집에 살던 양반들은 뒤편에 산이 있고 집 앞에 물이 흐르는 배산임수, 여기에 좌청룡 우백호로 둘러싸인 남향집을 선호했겠지만, 지금 인구밀도 높은 대도시 좁은 방에 사는 젊은이들은 풍수지리를 있는 그대로 해석해선 유효하지 않다.

꽉 막힌 남향보다 탁 트인 북향이 낫다는 게 요즘 원룸에 적용되는 풍수지리다. 탁 트이면 환기와 통풍은 잘될 테니까.

많은 세입자들이 주택의 위치나 방향을 따져가며 집을 구할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다. 과거보다 대자연의 영향을 적게 받고 좁은 집에 사는 오늘날 도시인들에겐 청소나 정리 같은 ‘생활 풍수’가 더 중하다.

생활 풍수에서 말하는 ‘신박한 정리법’은 죽어버린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다.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모든 것은 ‘죽은 것’에 속한다. 죽은 식물, 죽은 시계, 깨진 거울부터 입지 않는 옷, 신지 않는 신발, 쓰지 않는 물건까지.

그다음 각자 사는 방 구조에 맞게 침대를 배치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방에서만 사는 겨울 초입이다. 왠지 하는 일이 잘 안되고 답답한 기분이 들 때, 침체된 느낌을 벗고 싶을 때 일단 집 청소와 정리부터 싹 해보자.

봄날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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