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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인류, 이제 얼굴마저 잃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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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1-21 09:39
수정 2020-11-21 13:42

[토요판] 기획2
‘COVID19-마스크’ 사진전

빈 교실서 아이들 기다리는 선생님
요양원 밖에서 어머니 바라보던 딸
사진가들이 담은 ‘코로나19 일상’

10월4일 경기 파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되던 시기 아내와 남편. 흰 마스크로 불안과 불편을, 검은 어둠으로 사회적 거리를 표현했다. 백홍기

▶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 일상을 마스크 없이 살 수 없게 만들었다. 모두가 처음 겪는 그 일상을 사진가 40여명이 기록했다. 도시와 농촌, 집과 학교, 병원과 장례 행렬 등 삶의 모든 공간을 하얗게 가린 마스크. 참여 사진가들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이 장면들이 2020년의 일상으로 끝나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이 작업을 세상에 남겼”다.

“오늘부터 코로나 때문에 가족들 출입을 금지합니다.”

요양원 유리창 너머로 겨우 손을 흔들어주시던 엄마, 눈물이 흐르고 애가 탔다. … 산책을 나온 아이를 만났다. 마스크를 쓰고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의 모습이 귀여웠다가 이내 슬퍼졌다. 미안했다.

… 오랜만에 학교에 아이들이 왔다. 몰라볼 뻔했다. … 새 학년이 되고 몇달 만에 등교했다. 간격을 두고 앉아야 했고 항상 체온 체크를 했다. 코로나19로 달라진 학교.

8월1일 경기 일산 후곡성당. 성당에 미사 드리러 나오는 분들이 평소의 4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미사 전에 눈을 감고 기도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강연실

… 마스크의 불편함은 코로나가 우리에게 내린 가장 가벼운 형벌일지도 모른다. … 마스크는 투구였고 방호복은 갑옷이었다. 그들은 현대전의 최전선에 선 전사 같았다. … 코로나바이러스의 최전선으로 향한다. 경계심과 공포를 마주한다. … 영화 속에서나 봄 직한 장면이었다. 인류는 이제 얼굴마저 잃어버리는 것일까? …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전 지구를 위협했고 모두가 마스크 뒤로 숨을 가렸다. … 모두 하얀 얼굴이다. 그래도 서로 알아본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9월10일 세계자살예방의 날 ‘사람사랑 생명사랑 밤길 걷기’. 이중으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들처럼 비장해 보인다. 김혜리

… 업커밍 패션(Upcoming fashion). 마스크가 아니면 문밖조차 나갈 수 없는 세상. … 생명 필터를 쓰다. 오늘 가린 나의 숨이 너의 생명이 되기를. … 답답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니. … 사람들 간의 경계에서 여전히 온정은 스며 나온다.

… 코로나19로 병문안도 못 한 채 친구는 하늘나라로 이사를 갔다. … 며칠 전 지인의 갑작스러운 부음을 받았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이었다. 홀로 격리된 병실에서 사투를 벌이며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가족들도 임종을 지켜볼 수 없었다. 그녀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 제주 4·3항쟁의 현장인 동백 아래에서 세월호 우산을 들고 탈핵 배낭을 메고 노란 리본 마스크를 쓴 사람은 타인에게 비친 자신. 

2020년 11월13일 경기 양평. 코로나19 한가운데서 가을 추수를 끝낸 노부부의 삼륜차 나들이. 마스크가 불편하고 날이 추워졌지만 어떤 자가용도 부럽지 않으시겠지. 강재훈

10월13일 경기 일산 5일장. 시장에서 팔 물건을 손질하는 틈틈이 할머니들은 마스크를 들어 올리며 숨을 골랐다. 김광주

… 그냥 메르스 같거니, 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10개월이 지나 더 경악스러운 건 아직 언제 끝날지 모를 공포감이다. … 지구가 보내오는 경고를 무시한 대가가 이렇게 클 줄이야. … 불청객! 잘 피하면 되겠지 했던 코로나19. 긴급재난 문자는 멈추지 않는다. 불길함! … 지나온 일상이 가장 큰 축복이었음을 깨닫게 해준 2020년. … 일상생활 깊이 침투하여 우리들의 모든 행동을 제지하고 있는 코로나 사태, 무섭다. 더 힘을 내 견뎌보자. 

10월3일 서울대. 서울대에서 박사과정 중인 방글라데시인 까루자만 가족. 항상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이 된 요즘 평생 히잡을 써야 하는 이슬람 여성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박태성

7월4일 경북 영주 소수서원. 한국 서원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맞아 소수서원에서 올린 ‘제향’. 하늘색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선비들도 마스크를 착용했다. 심양진

‘포토청’(강재훈사진학교 출신 사진가 모임)의 2020년 사진전 ‘코비드19-마스크’ 참가자들의 작업 후기들이다. 글과 사진을 잇는 주제는 마스크다. 텅 빈 학교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던 선생님, 요양원 유리창 너머 어머니를 향해 손을 흔들던 딸, 자원봉사에 나선 활동가, 휴교 중인 고등학생, 선별진료소로 취재를 나선 사진기자 등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연령대의 사진가들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겪어내는 시민들과 방역에 애쓰는 이들의 일상을 기록했다. 그 사진들이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경인미술관에서 전시된다.

강재훈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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