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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분열된 미국, 능력주의 부추긴 민주당에도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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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1-22 10:07
수정 2020-11-24 08:27

신작 <공정하다는 착각> 12월 출간
‘능력주의’에 대한 해부와 경고
바이든 시대의 중요한 과제는
분열의 치유와 공공선을 일깨우는 정치

미국의 민주당 등 자유주의 정치세력은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완전히 분열시켰다는 비판한다. 하지만 하버드대학 철학 교수인 마이클 샌델은 이런 분석이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유주의 세력에게도 미국 사회 분열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연합뉴스

대선이 끝난 지 3주째 접어들지만, 미국의 민주주의 체제는 여전히 오작동 상태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됐지만, 트럼프의 대선 불복으로 그는 제대로 정권 인수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고, 선거 처리와 개표를 두고서도 극심한 유권자들의 분열 현상이 지속하면서 ‘미국 민주주의’의 정체성을 뒤흔들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최근 미국 방송사들과 연쇄 인터뷰를 통해 이 문제의 모든 책임을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에게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또 “사실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조롱거리로 여기는 진실의 쇠퇴(truth decay)현상과 불평등 등 사회경제적 요인도 미국 분열을 극대화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사회에 ‘정의’ 열풍을 불러온 ‘정의란 무엇인가’의 지은이인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그 책임을 역설적으로 미국의 민주당 등 자유주의 정치 세력에게 묻는다. 그는 최근 독일의 대표적 주간지인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사회에서 승자와 패자 사이의 간극이 커져 결국 극심한 분열을 일으키고 있는데, ‘능력주의’가 그 주요한 원인이며, 이 능력주의를 부추기고 방치해온 세력이 민주당 등 자유주의자들이라는 논지를 펼쳤다. 스티븐 맥나미(<능력주의는 허구다>), 대니얼 마코위츠(<능력주의의 덫>) 등 능력주의의 함정에 대한 잇따른 서구 학자들의 경고 대열에 동참한 것이지만, 그 비판의 칼날을 민주당을 비롯한 자유주의 정치세력에 들이댔다는 점에서 샌델 교수의 주장은 특별한 시선을 끈다.

능력주의는 능력에 의한 평가를 준거로 하며 능력이 있는 이에게 더 큰 보상을 한다는 원칙이다. 인사행정의 한 원칙으로 적용되기도 하지만, 개인의 능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나 권력을 주는 사회를 추구하는 정치 철학적 의미를 띠고 있어, 경제적 자유주의와 깊이 연관된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언뜻 공정하고 합리적인 것 같지만, 샌델 교수는 이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는 “모든 사람이 동등한 기회를 갖는 현실은 존재하지 않고, 설령 그런 게 존재하더라도 승자는 내가 잘해서라고 믿지만, 한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선 부모님, 재력, 운, 선생님 등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사회의 모든 요인들이 합쳐질 때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샌델 교수는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네가 원한다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반복해서 이야기해왔지만. 최고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더 나은 학점을 얻기 위해 우리를 가차 없는 경쟁에 내몰리도록 했고, 운명은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고 했지만 성취하지 못한 이들은 병이 들도록 방치했고, 트럼프는 다만 이것을 잘 알고 이용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사회의 분열과 불공평한 현실이 민주당의 책임만이 아니지 않으냐는 <슈피겔>기자의 반문에 샌델 교수는 “그렇다, 전환점은 레이건(전 미국 대통령)과 대처(전 영국 총리) 때, 이미 저 먼 과거에 있었다”고 하면서도 “(자유주의자들은)교육을 덜 받은 사람을 향한 거만함을 드러내는 등 겸손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자유주의자들은 사회적 상승이 성과와 업적에 근거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약속을 지킬 수 없습니다. 하버드대학에 들어가려면 당연히 어려운 시험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아동기와 청소년기 전체를 하키를 배우고 피아노 레슨을 받고 어학 코스에 가는 데 바치면서 하버드대학에 갈 준비를 하려면 부모가 그만한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부모는 이런 투자를 감당할 능력이 전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뛰어난 성취는 가정 배경에 강하게 영향받는 것입니다. ”

극심한 불평등과 분열된 미국 사회의 구조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능력주의의 덫’에 강한 메스를 들이댄 샌델 교수의 이런 시각은 기실 지난 9월 발간된 그의 신간에 자세히 서술돼 있다. <슈피겔>과의 인터뷰도 원제가 The Tyranny of Merit: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 (능력주의의 폭정: 과연 무엇이 공동선을 만드나?)인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이뤄진 것이다.

샌델 교수가 이 책에서 비판하는 중심 대상은 대선 결과를 불복하며 미국을 불확실성과 혼돈으로 몰아넣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다. 오히려 그가 비판의 날을 세우는 대상은 이른바 미국은 물론 유럽 등지의 자유주의 세력이다. 미국에서는 민주당 정치세력인 민주주의자를, 유럽에서는 사회민주주의자를 대상으로 비판한다. 샌델 교수는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에 대해 “내 책은 트럼프가 미국 사회와 정치에 초래한 해악을 두둔하는 내용이 아니다. 그는 인종 사이의 긴장을 더욱 증폭했다. 그가 취임할 때 이미 사회 안에 극심한 분열이 존재했고, (이후) 더욱 심화했을 뿐이다. 나는 이 방향으로 나가는 길을 어떻게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등이 포진한 민주당이 만들어놓았는지를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오바마와 빌 클린턴은 다음과 같이 말할 듯 싶습니다. 우리는 노동자가 공공 건강보험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이 반대했습니다. 우리는 아동 돌봄을 더 많이 제공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이 반대했습니다. 우리는 중산층에 이득이 되는 세금정책을 도입하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은 백만장자나 억만장자가 낼 세금을 줄였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사람들은 클린턴과 오바마에게 물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요, 그런데 왜 트럼프가 선거에서 이겼지요? ”

센댈 교수는 “트럼프가 승리했을 때, 민주당원들은 충격받았을 뿐 그들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지지자들의 기분이 정당한 불만에 근거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트럼프 지지자에겐 월급이나 일자리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었고, 민주당이 그들에 대한 존중을 보이지 않았기에, 도덕적이고 문화적인 의미에서 모욕을 느꼈던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샌델 교수는 능력주의의 폐해와 관련해, “미국의 학생 6만7천 명의 정신건강을 연구한 최신 결과, 5명 중 1명의 학생이 자살을 생각했고, 20~24살 청년층 자살률은 2000년과 2017년 사이 36% 늘었다”는 걸 사례로 들기도 했다.

그는 따라서 ‘바이든 시대’의 과제는 바로 이 “(미국)사회의 깊은 분열을 극복하고 어떻게 공공선의 새로운 의미를 일깨울지 찾아내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사회적 결속이 사라진 원인을 이해하지 못하면 분열을 치유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그 원인을 토론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가 공공선의 정치를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생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샌델 교수의 미국 사회의 진단은 능력주의를 신봉하는 우리 사회에도 고스란히 겹쳐지며 많은 시사점을 준다.

<슈피겔>과의 샌델 교수 인터뷰 전문은 <이코노미인사이트> 11월호에서 볼 수 있다. 그의 신간 한국어판은 ㈜미래엔의 경제∙경영∙인문 서적 브랜드 와이즈베리가 최근 <공정하다는 착각>이란 제목으로 다음달 1일 출간한다.

이창곤 선임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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