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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기침체, V형이냐 I형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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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3-26 16:13
수정 2020-03-27 02:47

‘닥터 둠’ 루비니, I형 경기침체 주장…‘더 큰 대공황’
버냉키, V형 예측…“대공황이 아니라 자연재해”
관건은 코로나19 방역과 통제

V형이냐 I형이냐.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극심한 경기침체를 야기한다는데는 모든 경제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문제는 그 양상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급격한 추락 뒤 신속한 반등이라는 V형 경기침체냐, 아니면 1930년대 대공황 때처럼 자유추락이 장기간 지속되는 I형이냐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나뉘고 있다.

골드만삭스·제이피모건·모건스탠리 등 월가의 금융회사들은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가 연율로 -6%, 2분기에는 무려 -24~-30%까지 추락한다는 예측치를 내놓고 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실업률이 20% 이상으로까지 치솟을 것으로 경고했다. 현대 역사상 최악의 경기침체 중 하나가 될 것은 분명하나, 원인이 보건위기라는 미증유의 사태라는 점에서 전개양상은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기침체 양상은 I형으로 전개되며, ‘더 큰 대공황’이 될 것으로 예측한 누리엘 루비비 뉴욕대 교수.

가장 비관적인 전망은 1997년 아시아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를 진단해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에서 나온다.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은 역사상 가장 빠르고, 깊은 경제 쇼크를 주고 있다’는 제하의 기고에서 I형 침체를 주장했다. 그는 “대공황이나 2차대전 동안에도 경제활동의 대부분은 지금 중국이나 미국, 유럽에서처럼 폐쇄되지 않았다”며 “지금 진행 중인 경기축소는 V, 혹은 U, 심지어 L형처럼 보이지 않고, 오히려 I형으로 보이며, 이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추락을 상징하는 수직선이다”고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금융위기 때보다 더 극심하게 추락하나 단기적이어서, 올해 4분기에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면서도 이를 충족하려면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첫째, 미국 및 유럽 등 코로나19이 확산된 경제에서 완전한 방역과 통제, 백신 개발 등으로 정상 경제활동으로의 복귀이다. 둘째, 전례없는 대규모 통화정책의 실시로 금융시장 붕괴 및 기업 파산의 저지이다. 세째, 각국이 최대 국내총생산의 10%에 해당하는 대규모 재정투입에 의한 민간분야 붕괴 방지이다. 네째, 이런 재정적자 개입이 반드시 현찰화되어 직접적 효과를 봐야한다는 것이다. 즉, 기존의 정부채 형태 등으로 추진된다면 금리만 오르고 경기회복은 질식된다는 것이다.

루비니 교수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위한 이런 조건을 미국 등이 충족하기 힘들다고 진단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방역에서 미국 등 선진국들이 사회적 태세와 물질적 조건이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또, 대규모 적자재정의 현금화가 인플레를 부르거나, 코로나19 확산과 관련된 공급쇼크가 잠재적 성장을 갉아먹으면, 재정대응도 벽에 부닥칠 것으로 내다봤다. 루비니 교수는 ‘더 큰 대공황’(Greater Depression)이 오고 있다고 정의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수습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준 의장은 코로나19 대유행은 자연재해같은 것이라며 경기침체가 가파르나 신속한 반등도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반면, 2008년 금융위기를 수습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준 의장은 빠른 회복에 조심스런 낙관을 보였다. 그는 25일 <시엔비시>(CNBC)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번 사태는 대공황과는 아주 다른 동물이다”며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중단은 경제공황이라기 보다는 ‘큰 눈폭풍’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공황은 12년동안 지속됐고, 인간들의 문제, 즉 경제체제를 강타한 통화 및 재정 쇼크에서 비롯됐다”며 “이번 사태는 큰 눈폭풍이나 자연재해와 더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아주 가파를 것이라면서도 “아주 빠른” 회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V형 반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인트루이스 지역 연준의 제임스 불러드 총재도 앞선 <시엔비시>와의 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거대한 쇼크에 직면하고 있으나, 코로나19의 최악 확산이 지나가면 강력히 반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버냉키와 불러드는 이자율을 제로로 낮추고, 무제한적인 채권매입 등 사상 최대의 양적완화, 그리고 2조달러에 이르는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구제법 통과 등이 “지극히 예방적이고 잘 작동하며 앞서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관건은 코로나19이 통제되느냐이다. 금융위기 전문가인 배리 아이켄그린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도 <프로젝트 신디게이트> 기고에서 이번 위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활동 중단이라며, 어떤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도 코로나19이 통제되지 않는한 사람들을 집에서 끌어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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