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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청와대 안의 트럼프들 / 안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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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7-05 11:04
수정 2020-07-06 02:37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에서 ‘민주’와 ‘공화’는 하나의 명사로 묶여 있지만, 가치체계는 사뭇 다르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때 시민들이 광장에서 외친 “국민의 명령이다”가 민주주의의 가치에 기초했다면, “이게 나라냐”는 공화주의에 기초했다. 대통령 비선 실세가 사사로이 공적 영역을 전유한 데 대한 탄식이 “이게 나라냐”다.

민주주의는 주권재민의 원리이고, 공화주의는 공공성의 원리다. 전자는 개별 국민의 권리 신장을, 후자는 공동선과 조화, 평등을 지향한다. 둘이 균형을 이루며 서로 보완하도록 설계된 게 민주공화국이다. 그러나 실현은 쉽지 않다. 더구나 공화주의는 우리에게 경험적으로 익숙지 않고, 개념적으로도 꽤나 복잡하다.

프랑스의 ‘부르키니’(무슬림 여성 전용 전신 수영복) 착용 금지가 그 복잡성을 잘 보여준다. 프랑스는 공적 영역에서 종교적 행위나 표현을 금한다. ‘정교분리’ 위에 수립된 공화주의의 규범이다. 여성 차별 또한 공화주의의 핵심인 ‘평등’과 배치된다. 비키니는 돼도 부르키니는 안 되는 이유들이다. 그러나 무슬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국가 최고 권력자 가운데 공화주의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은 단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딸과 사위에게 백악관 직책을 맡긴 것은 최순실에게 아무 직책 없이 국정을 농단하게 한 것보다는 낫다. 그러나 트럼프는 자기 소유의 리조트에서 외국 정상과 회담을 하거나 휴가를 즐기면서 거액의 비용을 국고에서 뽑아낸다. 정치가 곧 비즈니스다.

공화주의는 공직에 민간보다 훨씬 엄격한 윤리를 요구한다. 공직 윤리는 공화주의의 토대다. 그 핵심은 뇌물 거절이 아니라, 정책과 사익 사이에 방화벽 세우기다. 지금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이 나라가 다시 공화주의의 공백 상태임을 입증한다. 집값 잡겠다는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 옹그린 다주택자들이 지옥도를 그린 장본인으로 지목돼야 한다. 그게 바로 공화주의의 기본 원리다.

집‘들’을 지키려거든 옷을 벗어라. 그도 아니면 “이게 나라냐”는 외침을 감당하라. 촛불은 언제고 다시 일어난다.

안영춘 논설위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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