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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네이티브’, 코딩보다 알고리즘 힘 아는 게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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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9-29 18:23
수정 2019-10-01 23:43

MIT 미디어랩, 중학생 교재 공개
알고리즘 구조와 편향 파악에 초점
코딩 기술보다 장기·본질적 접근

인공지능세대에게 필요한 교육

MIT 미디어랩이 오픈소스로 공개한 중학생용 ‘인공지능 윤리교육 교재’의 일부. 학생들이 직접 빵이나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단계별 알고리즘을 설계해야 하느지와 투입 요소와 절차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체험하도록 해, 알고리즘의 영향력과 편향성을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자료는 MIT 미디어랩 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MIT 미디어랩 제공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 자란 세대를 ‘디지털 원주민(디지털 네이티브)’, 아날로그 환경에서 생활하다가 성인이 된 이후 디지털 기술을 수용한 현재의 부모 세대를 ‘디지털 이주민’이라고 부른다. 두 세대 모두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같은 디지털 기기를 필수도구로 사용한다는 점은 같지만, 도구의 활용 방식과 범위, 기대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디지털 이주민 세대는 스마트폰을 쓸 때 주로 아날로그 시절 사용하던 기능들을 디지털 기술로 대체해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디지털 원주민 세대는 처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난 덕에 이전에 친숙했던 기능 위주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에 있는 다양한 기능을 제한없이 사용한다.

디지털 원주민-이주민 세대 구분은 사회가 인공지능 시대로 이행함에 따라 인공지능 원주민-이주민 세대로 다시 분화하고 있다. 성인이 된 뒤에 알파고로 상징되는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딥페이크 기술을 충격적으로 만난 세대와 어려서부터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을 필수적 환경으로 만났거나 만날 미래세대 간의 구분이다. 현재 어린이들은 첫 ‘인공지능 원주민 세대’인 셈이다. 인공지능 세대에게는 검색과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접하는 정보가 알고리즘의 결과라는 것이, 그들이 보는 동영상도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된 것이라는 것이 낯설지 않다. 날 때부터 있던 자연스러운 환경이다. 세상에 대한 기본 인식을 형성할 어린 나이부터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환경에서 자라나는 인공지능 세대에게 절실한 교육은 무엇일까?

MIT 미디어랩이 오픈소스로 공개한 중학생용 ‘인공지능 윤리교육 교재’의 일부. 학생들이 직접 빵이나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단계별 알고리즘을 설계해야 하느지와 투입 요소와 절차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체험하도록 해, 알고리즘의 영향력과 편향성을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 4차산업혁명을 대비한다는 목표로 지난해부터 학교 코딩교육을 의무화해서 코딩 기술을 가르치는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인공지능 세대를 겨냥한 교육과정 개발과 도입이 진행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매세추세츠공과대학(MIT)의 미디어랩은 최근 그동안 개발해온 중학생들을 위한 인공지능 윤리교육 교재를 공개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소셜로봇 지보를 개발한 엠아이티의 저명한 로봇공학자 신시아 브리질이 이끄는 개인로봇 연구팀이 만든 교재인데, 미래 인공지능 세대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엠아이티의 중학생 대상 인공지능 윤리 교재는 인공지능 세대가 알고리즘 환경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주목해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와 영향력, 설계 구조에 대한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재는 인공지능 시스템의 기본적인 작동 구조를 가르치는 것을 우선 목표로 제시하고 일상생활에서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 알고리즘의 구조를 교육한다. 한 예로 빵을 만들거나 토스트를 구우려면 어떻게 알고리즘을 구성해야 하는지를 구상하고, 직접 만들어보게 한다. 어떤 재료를 투입할지, 어떻게 반죽하고 구울지,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를 연속된 절차의 명령어로 만들어보는 방식이다. 이런 실습을 통해 학생들은 재료 선별과 굽는 시간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엠아이티 교재의 두 번째 교육 목표는 모든 기술이 ‘사회적-기술적 복합시스템’이기 때문에 중립적인 정보란 없으며 정치적 의제로 활용된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학생들은 일상생활에서 사회적-기술적 구조의 목적을 추론하고 상업적 목적을 식별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이 이용자 만족을 높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 목적은 유튜브의 수익 증대라는 걸 학습하고, 학생들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새로 설계한다면 어떻게 할지 직접 만들어보게 한다.

또 하나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기본적으로 내재한 편향성과 한계에 대한 교육이다. 학생들로 하여금 코딩이 필요없는 구글의 기계학습 도구를 이용해 개와 고양이의 사진을 분류하도록 하는데, 학생들에게 주어진 데이터세트는 편향되어 있어서 고양이만 잘 식별해낼 수 있다. 이럴 때 어떻게 편향성을 발견하고 또 바로잡을 수 있는지를 모색하게 만드는 방식의 교육이다.

교재를 개발한 블라클리 페인은 <엠아이티 테크놀로지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세대에게 알고리즘이 어떻게 만들어져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이해시키고 기술의 비판적 이용자가 되는 법을 교육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국내 코딩 교육과 관련해 시사점이 적지 않은 교육 목표다.

구본권 미래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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