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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에 남반구 독감이 사라졌다...북반구에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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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9-16 09:02
수정 2020-10-21 17:04

8월 2주간 59개국서 46건 양성반응…예년의 1%
호주선 연간 130명이었던 사망자가 올해는 1명

코로나19 방역 대책이 독감 발생도 차단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픽사베이

계절성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질환인 인플루엔자(독감)로 인한 사망자 수는 한 해 30만~6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인플루엔자를 비롯한 호흡기 질환은 심혈관 질환, 암에 이어 사망 원인 3위에 올라 있기도 하다. 인플루엔자는 남반구에선 5~6 월에 유행이 시작돼 7~8월에 절정에 이른다. 반면 북반구에선 10~11월에 시작해 12~2월에 정점을 맞는다. 따라서 7~8월의 남반구 인플루엔자 유행 상황은 북반구의 올 겨울 인플루엔자 유행 가능성을 미리 짐작해 볼 수 있는 지표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최근 올해 인플루엔자 시즌을 보낸 남반구에선 우려와 달리 인플루엔자 감염 환자가 이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 칠레의 경우 3주 동안 호흡기 질환 환자로부터 채취한 3391개의 표본 중 인플루엔자 양성 반응을 보인 것이 전혀 없을 정도였다. 칠레뿐 아니라 아프리카, 호주, 뉴질랜드 등 남반구 전체에 걸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활동이 미미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 인구는 전체의 약 0.4%에 그쳤다. 지난해 대비 80%가 줄었다. 특히 2015~19년 5~8월 중순 매년 평균 8만6000명이 독감에 걸려, 이 가운데 130명이 사망했던 호주는 올해는 감염 건수 627건에, 사망자는 단 한 명에 그쳤다.

세계보건기구가 운영하는 플루넷(FluNet)에 보고된 59개국의 8월3~16일 데이터를 보면, 이 기간 중 실시한 19만8148건의 검사 중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양성 반응을 보인 사례는 46건이었다. 이는 예년의 3500건과 비교할 때 1.3%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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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제한,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 방역 수칙이 독감 차단

보건기구는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행동 수칙, 특히 강력한 이동제한 조처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 사회적 봉쇄와 위생 수칙이 코로나19를 넘어 인플루엔자 확산도 억제하는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호주 멜버른의 세계보건기구 인플루엔자협력센터 부소장 이안 바는 "항공기가 멈춘 것이 인플루엔자 유행을 차단했다"며 "이는 다른 호흡기 질환에도 마찬가지 효과를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보건부는 8월 하순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번 겨울에 인플루엔자가 유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다수의 사람들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취한 공중보건 대책과 수칙을 준수한 것이 독감을 포함한 급성 호흡기 감염 확산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독감 백신 접종이 크게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주의 경우 독감 백신 접종자 수가 지난해에 비해 150% 증가했다. 이는 기록적인 증가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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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망자 빼면 오히려 총 사망자 수 감소도

혹시 방역 대책이 코로나19에 집중됨에 따라 인플루엔자 검사 건수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은 아닐까? '이코노미스트'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이런 의문에 대해 남반구 6개국(호주,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파라과이, 뉴질랜드, 칠레)의 경우 검사 건수는 20% 감소한 반면 양성 반응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독감 감염자 감소는 일부 나라에서 총 사망률 증가 추세가 약해진 이유도 설명해준다. 예컨대 칠레에선 6월~8월25일 코로나19로 약 9800명이 사망했다. 이는 2015~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8800명이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빼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독감 환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감염자 감소는 항체 보유자의 감소를 뜻하기도 한다. 따라서 앞으로 다시 감염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인플루엔자 계절이 다가오고 있는 북반구 나라에서도 코로나 방역 수칙이 독감을 막아줄까? 픽사베이

남반구의 독감 감소는 자연스럽게 북반구의 독감 유행 가능성도 약화시킨다. 국가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독감 바이러스가 다른 나라로 전파되는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북반구 국가 내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도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줄여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번 겨울철 독감 유행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 대책에서 권고하는 생활 속 방역 수칙을 지키면 독감까지 막아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최근 겨울을 겪은 남반구 사례가 말해준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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