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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 앞 하얀 물거품…4대강 보 5년만에 ‘숨통 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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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6-01 19:48
수정 2017-06-01 23:58

[르포] 6개보 수문 열던 날

낙동강·금강·영산강 6개보
어제 오후 일제히 수문 개방
느리게 수위 1.25~0.2m 낮춰

환경단체들 “역사적 순간”환영
부분 수문 개방엔 아쉬움 비쳐
“농사철인데 물 빼나” 일부 반발도

낙동강경남네트워크 회원들이 1일 창녕함안보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 수문 상시개방을 환영하고 있다.
1일 오후 2시 안팎 낙동강·금강·영산강에 있는 6개 보가 조금씩 수문을 열면서 2012년 4대강 사업 완료 이후 5년간 호수였던 강은 ‘흐르는 강물’로 돌아가는 여정에 나섰다. 환경단체와 어민·농민들은 강이 예전의 모습을 회복하기 시작하는 것을 환영했다. 일부에선 가뭄에 물을 내보낸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 오후 2시 열린 낙동강 창녕보 수문 이날 오후 2시 낙동강에서 가장 하류 쪽에 있는 창녕함안보 수문 개방이 시작됐다. 수문에서 10m가량 떨어진 전망대에선 수문 개방을 느끼기 어려웠다. 시간당 2~3㎝의 매우 느린 속도로 수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다만 수문 하류 쪽에서 이는 하얀 물거품으로 수문이 열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남부관리단은 “창녕함안보 수문을 20㎝ 열어, 보 관리수위를 5.0m에서 4.8m로 낮출 계획인데, 수문 개방을 매우 천천히 하기 때문에 계획대로 여는 데 50~60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시각 합천창녕보도 시간당 2~3㎝ 속도로 보조수문 2개를 열기 시작했다. 합천창녕보는 보조수문을 1m 내려, 관리수위를 10.5m에서 9.5m로 낮춘다. 이러면 물고기 이동로인 어도가 물 위로 드러나 물고기들이 오갈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합천창녕보 관리사업소는 비상용 펌프를 가동해 어도에 인공적으로 물을 흘려보낼 계획이다.

낙동강경남네트워크는 이날 오후 1시 창녕함안보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대강 보 수문 상시개방을 환영하지만, 완전 개방을 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하루빨리 4대강의 16개 보 모두 수문을 완전히 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희섭 낙동강어민총연합회 사무국장은 “4대강 사업 이전엔 장어·잉어·가물치 등 다양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는데, 4대강 사업 이후 사실상 물고기 씨가 말라버렸다. 낙동강 어민들에게 4대강 사업은 말 그대로 재앙”이라며 보 개방을 반겼다.

■ 강정고령보에선 수문 개방 찬반 엇갈려 비슷한 시각 창녕함안보 상류의 강정고령보에선 수문 개방을 반대하는 주민과 환경단체 회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주민 장백영(69·경북 칠곡군 왜관읍)씨는 “이런 가뭄에 농사를 한창 지어야 하는데 갑자기 물을 뺀다는 소리를 듣고 하도 갑갑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경북 고령군 다산면 곽촌1리 서상범(52) 이장은 “강정고령보가 만들어지고 지하수 수위가 올라가 수박 등 하우스 작물을 심어 놓은 밭이 조금만 파도 물이 차 농작물 침수 피해가 많았다. 우리 동네는 수로 시설이 잘 돼 있어서 보가 있든 없든 농업용수 대는 데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우리 입장에서 (보 개방은) 환영할 일”이라고 기뻐했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 회원 7명은 낙동강 강둑에서 ‘흘러라 4대강’, ‘4대강 사업 적폐청산’, ‘보 수문 개방 확대’ 등이 적힌 펼침막을 들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이 현장은 역사적인 순간이다. 4대강 사업으로 녹조가 생기고 수질이 악화돼 먹을 수 없는 낙동강 물이 되었다. 물을 막고 있던 보는 언젠가는 열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더 적극적인 수문 개방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강정고령보의 수위를 19.5m에서 1.25m 낮추기로 했다. 달성보의 수위는 14.0m에서 0.5m 낮아진다. 합천창녕보의 수위도 10.5m에서 1m 낮아지고, 창녕함안보의 수위는 5m에서 0.2m 내려간다.

■ 공주보, 천천히 이뤄진 방류에 주민들 조바심도 이날 충남 공주시 우성면 평목리 금강 공주보에선 수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던 주민 윤길청(79)씨가 함께 있던 주민들에게 “왜 안 여는 겨?”라고 물었다. 누군가 “열린 거래유”라고 대꾸했다. 허덕웅(76)씨는 “겉물만 빼도 똥물 냄새가 나네. 옛날 백마강 백사장을 보고 싶다. 수문을 활짝 열어 썩은 물을 다 빼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일 오후 2시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낙동강 강정고령보 좌안 강둑에서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보 수문 개방을 환영하고 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이날 오후 2시 한국수자원공사 금강보 관리단은 공주보 1·3·5번 가동보를 여는 조정 스위치를 작동했다. 60도 각도로 서 있던 길이 40m, 높이 1m 크기의 가동보가 하류 쪽으로 서서히 기울어졌다. 10여분이 지나자 강물이 가동보 위로 포말을 일으키며 쏟아지기 시작했다. 방류된 강물은 짙은 갈색을 띠며 하류로 향했다. 악취가 진동했다. 공주보는 이날 자정까지 10시간 동안 초당 150t씩 88만t을 방류해 수위를 20㎝ 낮췄다. 수자원공사 쪽은 “현재 8.75m인 관리수위는 8.55m로 낮아지고 수량도 1550만t에서 1462만t으로 줄어든다”고 밝혔다.

공주보는 상류의 소학·장기1·원봉 등 3개 양수장에서 하루 7만6천t을 취수해 공주·세종지역 농경지 585㏊에 공급한다. 일부 농민들은 방류가 농사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김아무개(71·세종시 장군면)씨는 “가물어도 금강이 있어 농사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재작년 같은 극심한 가을 가뭄에 대비하려면 방류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걱정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공주보사업단 고재영 운영과장은 “양수장의 취수 적정수위는 8.5m로, 방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 “물의 흐름이 빨라지고, 강의 수위가 높아집니다” 이날 오후 1시50분 영산강 죽산보 주변에 안전을 당부하는 스피커 소리가 울렸다. 방류 10분 전의 이 방송을 신호로 환경단체 회원과 인근 지역 농민 등 50여명이 수문 쪽으로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길이 36.5m, 높이 7.1m 규모의 수문 4개 중 중간 수문 2개가 천천히 올라갔다. 수문 아래쪽에서 물보라가 일더니 맴돌기만 하던 물살이 금세 빨라졌다.

수자원공사는 이날 수문 2개를 20㎝씩 들어올려 시간당 수위를 2㎝씩 낮추기로 했다. 수위를 봐가며 방류와 중단을 지속해 3일 오후 6시까지 수위를 1m 낮출 방침이다. 최종인 영산강유역환경청 과장은 “죽산보의 녹조 발생 빈도가 승촌보의 2배에 이르고, 바닥에 퇴적물이 많이 쌓여 방류 효과가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6곳의 회원들은 ‘흘러라 영산강’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물길이 열리는 순간을 반겼다. 이들은 “물꼬를 트는 데 5년이나 걸렸다”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녹조 알갱이가 번지는 시기에 물길을 열어 다행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녹조 발생이나 수생태 악화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창녕 대구 공주 나주/최상원 김일우 송인걸 안관옥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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