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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뉴딜, 탄소배출 중립·노후 건축물 리모델링 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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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5-14 21:59
수정 2020-05-15 02:44

뒤늦게 화두 꺼낸 문 대통령

유엔 사무총장이 ‘본보기’라 한
화력발전·탄소배출 감축 담길듯

당장 일자리 창출 효과 큰
노후 건축물 ‘그린 리모델링’
도시재생에 얹어 시행 가능

전기차 배터리·수소전지 등
저장 기술 보편화도 포함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 맞물려
기존 산업과 충돌…논의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 나라키움 청년창업허브센터에서 열린 ‘차세대 글로벌 청년 스타트업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간담회에는 포브스 선정 글로벌 스타트업 20개사 대표 21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뒤늦게 ‘그린 뉴딜’ 카드를 꺼내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부양책 마련과 기후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국내외에서 ‘그린 뉴딜’의 중요성이 거론되는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요즘 그린 뉴딜이 화두”라며 “한국판 뉴딜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린 뉴딜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지 협의해 서면보고해 달라”고 4개 부처(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국토교통부)에 지시했다.

그린 뉴딜의 ‘그린’은 일반적으로 ‘친환경’을, ‘뉴딜’은 미국이 과거 대공황 극복을 위해 시도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이른다. 미국에선 지난해 초 하원이 의회 내 특별위원회를 꾸려 그린 뉴딜 실행계획을 만드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말 1천억유로 규모의 ‘공정한 전환’을 중심으로 한 ‘그린 딜’을 발표했다.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타격을 받는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것이 뼈대다. 탄소중립이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마련해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국내에서도 올해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녹색당이 각기 그린 뉴딜 공약을 내놓았다. 정의당과 녹색당이 먼저 ‘2050년 탄소배출 중립’ ‘향후 10년 내 온실가스 배출량 절반 감축’을 약속했고, 민주당은 ‘2050년 탄소배출 중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이소영, 양이원영 당선자는 21대 국회에서 그린 뉴딜 기본법을 만들 계획이다. 국제사회의 기대도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한국이 석탄화력발전소와 탄소배출 감축 등 ‘그린 딜’ 추진 계획을 제시했다”며 “따라야 할 본보기”라고 추켜세웠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그린 뉴딜이 포괄하는 영역은 광범위하다. 에너지와 전기, 통신, 이동수단, 주거, 산업 전반의 녹색화가 포함된다. 미국의 문명비평가 제러미 리프킨은 최근 펴낸 <글로벌 그린 뉴딜>에서 건물 에너지 효율 개선, 재생에너지 안정화를 위한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 등의 저장 기술 보편화 등을 그린 뉴딜 사업으로 언급했다. 우리의 경우 지난해 정부가 밝힌 ‘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에 유사 사업들이 있다.

일단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국토부의 ‘노후 건축물 그린 리모델링’이 주목받고 있다. 단열 기준 강화 등의 공사로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일이다. 김병권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은 “일반적인 그린 뉴딜 사업은 에너지 전환, 전기차 보급, 그린 리모델링 등 크게 세가지가 핵심인데, 당장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건 그린 리모델링이다. 정부가 시행 중인 ‘도시재생 리모델링’ 사업과 연계해 당장 실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마크 제이컵슨 연구팀은 그린 뉴딜 정책 시행 때 2050년까지 한국에 144만개의 일자리가 순증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한해 대기오염 사망자가 9천명씩 줄고, 보건 비용 112조원도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국내에서도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등은 지난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2030년까지 최대 28만2천여개, 2050년까지 50만3천여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자동차 관련 산업의 직접고용인원(51만명)과 비슷한 규모다.

다만 정부 주도만이 아닌 시민사회에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린 뉴딜이 에너지 전환을 중심으로 한 산업과 경제의 총체적 전환을 이르는 터라, 이 과정에서 경제성을 잃고 좌초되는 산업과 그 종사자들의 저항, 경제적 곤란 등을 해결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2050년 탄소중립’ 같은 큰 기획은 산업구조를 바꾸고 일자리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유럽연합도 탄소중립법이란 큰 목표 아래 산업, 교통, 에너지, 농업 등 각 영역에서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의견을 수렴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14일 논평을 내어 “인류는 임계점을 넘어설 만큼 화석연료에 종속되고 끝없는 개발을 통해 성장했으며, 이제야 혹독한 청구서를 받아들고 있다”며 “새로운 체제를 만들기 위해 에너지, 건축, 교통, 생태, 노동, 기술 등 부문별 로드맵을 만들고 국가의 재정과 조직 등 구조적인 부분에서의 실질적인 전환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기용 최우리 김정수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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