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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전 간부 “삼성이 직접 극우·보수단체 지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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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6-12 11:39
수정 2017-06-12 20:05

이용우 전 전경련 상무, 이재용 재판서 증언
“삼성 미전실 김완표 전무가 단체 지목 지원 요구
보수단체도 삼성 언급하며 지원 왜 못해주나 따져”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7.5.26 kane@yna.co.kr
삼성그룹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통해 극우·보수 성향 단체에 대한 지원을 주문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12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이용우 전 전경련 상무가 나와 이같이 증언했다. 전경련은 ‘좋은교과서만들기시민연대’, ‘사단법인 포럼오래’, ‘사단법인 문화문’ 등 극우·보수 성향 단체 4곳에 각 5000만~2억1000만원 등 모두 4억6500만원을 지원했다. 이 전 상무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 미래전략실의 김완표 전무는 특정 보수 성향 단체들을 지목하며 후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삼성이 지원을 ‘특별요청’한 시민단체 중 ‘좋은교과서만들기시민연대’는 2015년 10월 ‘국정교과서 전폭 지지’ 등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보수 성향 단체다.

실제로 극우·보수단체도 삼성을 언급하며 전경련에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상무의 증언을 정리하면, ‘좋은교과서만들기시민연대’ 최아무개 사무총장은 단체 출범 당시인 2015년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활동비용 2억8000만원가량을 지원해 줄 것을 전경련에 요청했다고 한다. 전경련 실무자가 “이 단체는 전경련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어떤 내용으로 활동했는지 몰라 2억8000만원을 지원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전하자 최 총장이 “삼성에서 지원해주라고 하는데 왜 못해주겠다는 것이냐”며 막무가내로 굴었다는 게 이 전 상무 증언이다. 결국 전경련은 최 총장이 지정하는 ‘사회공헌네트워크’에 광고비 명목으로 5500만원을 지원했다.

이 전 상무는 “전경련 입장에서는 회원사인 삼성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했나”라는 특검팀 질문에 “(회원사인 점을) 감안을 한 측면이 있다. 회비를 가장 많이 납부해 요청을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이 전 상무의 이런 증언은 ‘삼성은 청와대에 의한 강요의 피해자’라는 삼성 쪽 주장과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삼성은 이제껏 “청와대 강요로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출연했다”며 피해자란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보수단체에 대한 이런 지원은 삼성이 직접 특정 극우·보수단체를 지목해 주도적으로 지원 요청에 나선 모양새다. 특검팀은 이날 재판에서 “삼성이 드러내놓고 지원하기 어려운 곳을 전경련을 통해 우회지원을 요구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반면 삼성 쪽은 “삼성이 지원을 요청하긴 했지만, 전경련 내부에서 자체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 뒤 지원이 결정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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