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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장자연 사건 피의자’ 조선일보 방상훈, 기자 배석 ‘황제조사’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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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4-02 05:00
수정 2019-04-02 14:37

대검 진상조사단이 본 ‘2009년 특혜 조사’

고 장자연씨 문건에 등장한 ‘방사장’
경찰, 조선일보서 35분 방문조사
경찰청·서울경찰청 담당기자 배석
“조사내용 녹음도 해” 진술 나와

조사단, 강희락 전 청장도 조사
“조선일보쪽 항의” 진술 확보한 듯

조선일보쪽 “사건 파악하려 배석”
“어떤 압력도 행사하지 않았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한겨레 데이터베이스.
“사장님이 2008년 9월경 조선일보 방사장이라는 사람과 룸싸롱 접대에 저를 불러서 방사장님이 잠자리를 요구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장자연씨는 2009년 3월 이런 글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장씨의 죽음을 조사한 경찰은 당시 “조선일보 방사장”과 관련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경찰서 조사실이 아닌 <조선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이뤄진 ‘방문조사’였다. 조사 시간은 35분에 그쳤다. 당시에도 경찰이 언론사 사주에게 특혜를 줬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보다 더한 ‘황제 조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최근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1일 <한겨레> 취재 결과, 2009년 4월23일 경찰의 방 사장 방문조사에는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을 담당하는 <조선일보> 기자 2명이 배석했다고 한다. 당시 장자연씨 사건 수사팀 소속으로 방 사장 조사에 참여했던 한 경찰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큰 회의실에서 조사가 진행됐다. 기자 2명이 배석했다. (배석한 이유에 대해서는) 방 사장이 노령이고 신변 보호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회의실이 워낙 커서 기자들은 멀리 떨어져 앉았다. 방 사장 진술 과정에 개입하거나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조사에 참여했던 다른 경찰은 “배석한 기자 2명이 조사 내용을 녹음하기도 했다”고 진상조사단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제삼자는 참여시키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미성년 아동이거나 장애가 있어 의사 표현이 어려운 경우,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성폭력 피해자 등만 진술 조력자(신뢰 관계자)가 동석한다”고 했다. 다른 변호사는 “회사 대표가 조사를 받을 때 실무 담당자로부터 보고를 받아야 할 경우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동석할 수는 있다. 그러나 회사 대표 개인의 범죄 혐의와 관련해 직원이 배석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도 “피의자가 원한다고 조사 과정에 다른 사람이 동석할 수는 없다. 녹음은 더더욱 안 된다”고 했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전국언론노조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4월5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 앞에서 '장자연리스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조선일보>를 비롯해 대부분의 언론사는 경찰서 취재를 총괄하는 팀장(캡)이 서울지방경찰청, 부팀장(바이스)이 경찰청을 담당한다. 진상조사단은 특혜 조사를 받기 위해 <조선일보> 쪽이 경찰에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는지 의심하고 있다. 진상조사단은 “방 사장 조사를 꼭 해야 하느냐”며 <조선일보> 쪽이 항의했다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도 지난해 <한겨레> 등과 한 인터뷰에서 “조선일보 쪽 압박이 있어서 전례가 거의 없는 방문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쪽은 “당시 ‘사건의 진실을 파악해야 한다’는 내부 주장이 있어서 기자들이 배석한 걸로 안다. 녹음을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이어 “방상훈 사장은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며, 조 전 경찰청장과 관련 보도를 한 <문화방송> ‘피디(PD)수첩’ 등에 법적 대응을 한 상태라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방사장”이 방상훈 사장이 아닌 동생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리 정환봉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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