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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뿌리는 드릴처럼 회전하며 땅을 파고든다…암세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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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4-29 15:47
수정 2021-04-29 17:46

[애니멀피플]
생장호르몬이 세포 건너뛰어 나선형 성장 이끌어
“암세포 전이도 이런 방식? 연구 중”

100배로 확대한 식물 뿌리 끝의 모습. 부드러운 이 부위로 땅속을 파고 드는 비결에 나선형 움직임이 숨어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뿌리는 식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보이지 않는 흙 속에 묻혀 있어 미지의 영역이었다. 뿌리가 토양을 파고드는 움직임을 분자 차원에서 규명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놀랍게도 뿌리 끄트머리는 벽을 뚫는 드릴처럼 나선운동을 하면서 흙 속으로 파고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에일론 샤니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모델 식물인 애기장대의 뿌리 끝 세포핵에 형광물질 표지를 한 뒤 뿌리의 성장 과정과 세포의 움직임을 정밀 관찰한 결과 이런 사실을 알아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뿌리 끝 세포핵의 움직임. 끄트머리에서는 나선형 운동 그 아래는 선형 운동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허 양지에 외 (2021)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제공

약 1000개의 세포로 이뤄진 뿌리 끝은 토양 입자를 밀어내고 침투하는 끄트머리와 세포가 길쭉하게 자라 뻗어 나가는 부위 그리고 잔뿌리가 나는 부위로 이뤄진다. 연구자들은 특정 세포에서만 식물 생장 호르몬(옥신)이 작동하도록 스위치 장치를 한 애기장대를 이용해 뿌리의 성장 과정을 조사했다.

샤니 교수는 “식물 뿌리의 성장을 정밀하게 측정해 그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분자 차원에서 규명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들은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광경을 목격했다. 그는 “뿌리 끝 세포들이 마치 벽을 뚫는 드릴처럼 나선형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고 말했다.

뿌리가 어떻게 이렇게 움직일 수 있을까. 일단 고정된 뿌리 자체가 회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연구자들은 “세포의 성장을 좌우하는 옥신 호르몬이 한 세포에서 다른 세포로 이동하면서 세포의 성장을 조절해 결과적으로 와인 오프너를 돌리는 것처럼 뿌리 끝이 전진해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암세포의 전이에 쓰이는 컴퓨터 모델이 활용돼 눈길을 끌었다. 공동연구자인 일런 차르파티 교수는 “암세포가 근처의 건강한 조직으로 전이될 때도 암세포가 이런 스크루 형태로 움직일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뿌리의 움직임을 조절한 옥신은 식물체 모든 부위에 분포하며 식물이 햇빛을 향해 자라거나 열매를 맺는 등 생장을 조절하는 대표적 식물호르몬이다.

인용 논문: Nature Communications, DOI: 10.1038/s41467-021-21802-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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