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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교사’ 낙인 지울까…정년 앞둔 교사의 재심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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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6-10 20:11
수정 2021-06-1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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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상당고 강정호 교사 재심 결심공판
최후진술 “야만과 광기의 상처 보듬어야”

32년 만에 국가보안법 위반죄 재심에 나선 강성호 교사. 오윤주 기자

“야만과 광기의 시대가 남긴 상처, 이젠 보듬어야 합니다.”

‘빨갱이 교사’ 낙인 속에 32년을 살아온 강성호(59·청주 상당고) 교사의 국가보안법 위반죄 재심 결심 공판이 10일 청주지법에서 열렸다. 이날 검찰은 강 교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3년을 구형했다. 선고공판은 오는 8월12일 오후 2시 청주지법에서 열린다.

강 교사는 이날 최후 진술에서 “수업을 하다 경찰서에 끌려간지 32년이 지났다. 당시 체포영장 제시, 미란다 원칙 고지 등 인권 보장은 없었다. 스물여덟 초임 교사는 이제 정년을 앞두고 있다. 체제유지를 위한 희생양으로 짓밟혔던 저와 제자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달라. 야만과 광기가 지배하던 시대가 남긴 아픔을 치유하고, 이성과 상식이 통하는 시대를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강 교사는 1989년 5월24일 첫 발령 학교인 제천 제원고(현 제천디지털전자고)에서 일본어 수업을 하다 경찰에 강제 연행돼 수감됐다. 교원 임용 3개월 만이었다. 수업 때 학생들에게 “6·25는 미군에 의한 북침이었다”고 말하고, 틈틈이 북한을 찬양·고무하는 등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가 씌워졌다. 당시 학생 6명이 강 교사로부터 같은 내용의 수업을 받았다는 내용을 진술했다. 하지만 2명은 당시 결석한 것이 드러났고, 나머지의 진술도 흔들렸다. 강 교사가 구속된 뒤 제원고 학생 600여명이 집회를 열어 “강 선생님을 좌경용공으로 모는 것은 완전히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1989년 10월 그에게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고, 이듬해 대법원도 형을 확정했다. 그는 ‘북침설 교사’, ‘빨갱이 교사’란 낙인 속에 교단에서도 쫓겨났다. 1999년 9월 해직 10년 4개월 만에 복직했고, 2006년 7월 민주화 보상심의위원회는 “북한 바로알기운동의 하나로 북한 실상을 보여준 것은 북한을 찬양·고무한 게 아니다”며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 강 교사는 “통일 의지를 심어주려 했던 초임 교사의 수업을 ‘좌경 의식화 교육’이라며 전교조 와해 수단으로 삼았다. 국가폭력이 (나에게) ‘빨갱이 교사’, ‘북침설 교사’라는 낙인을 찍었으며, 30여년째 인권·교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교사는 지난 2019년 5월 국가보안법 위반죄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1월부터 8차례 재심 재판이 진행됐다. 강 교사는 재심 과정에서 학생들의 위증 정황 등을 재판부에 호소하고, 증언 학생과 해원도 시도했다. 강 교사는 “이 사건은 교장이 교사를 법정에 세우고 학생이 고발한 가슴 아픈 사건이다. 허위 사실을 증언한 학생들이 32년 만에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기회가 되길 바랐는데 안타깝다. 하지만 그들 또한 희생양이니 비난하거나 미워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는 10일 오후 청주지법 앞에서 강성호 교사 무죄 판결을 촉구했다. 전교조 충북지부

이날 재판에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는 청주지법 앞에서 강 교사 무죄 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재판부는 군부 독재정권이 남긴 유산을 청산해야 하는 시대적 추세에 맞춰 강 교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려야 한다. 진실이 승리하는 판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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