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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부터 건물 해체 신고해놓고 ‘저층부터’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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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6-10 17:02
수정 2021-06-11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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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자 현장에 있었는지도 확인 안돼

수사당국이 10일 새벽 광주 동구 재개발지역 철거건물 붕괴사고 현장에서 잔해물 아래에 깔려 차체가 납작하게 눌린 54번 시내버스를 견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친 광주 동구 학동 건물 붕괴사고에서 철거업체가 해체 순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공사 안전사항을 관리해야 할 감리사와 동구청도 관리·감독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0일 동구청은 철거업체 ㈜한솔기업이 지난달 15일 동구청에 제출한 ‘동구 학동 650-2번지 건물 해체계획서’를 공개했다. 한솔기업은 계획서에서 건축물 10동을 30일까지 철거하겠다며 ‘건축물 측벽에서부터 철거작업 진행’, ‘파쇄기가 닿을 수 있는 높이로 잔재물을 깔아놓고 장비가 올라탐’, ‘잔재물 위로 이동 후 5층에서부터 외부벽, 방벽, 바닥 순서로 해체’ ‘3층까지 해체 완료 후 지상으로 장비 이동 후 1~2층 해체작업 진행’ 순으로 작업하겠다고 적시했다. 철거 공법으로는 굴착기를 이용한 무진동 압쇄공법(집게 모양 유압기로 눌러 부수는 방식)을 채택했다.

동구청은 같은달 25일 허가를 내주며 감리자로 차아무개 건축사를 지정했다.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된 건축물관리법에서는 4층 이상 건물 등은 관할 자치단체에 해체계획서를 제출하여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 필요한 경우 자치단체가 현장점검을 할 수 있고 감리자를 지정해 작업순서 준수, 안전관리대책 이행 등 감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를 어기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사고가 난 건물(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1592㎡)은 철거 대상 가운데 마지막으로 ★7일부터★ 해체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청은 한솔기업이 해체 순서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현기 동구청 건축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고 영상을 보면 철거업체가 순서를 지키지 않고 건물 저층부터 철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감리자가 연락을 받지 않고 있어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시공사와 감리자를 조만간 고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동구청이 현장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과 관련해 그는 “현장점검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다. 주민들이 소음과 분진으로 서너차례 민원을 넣었을 때 주의를 준 적은 있다”고 답했다.

‘공사 진행 중엔 버스정류장을 옮겼어야 했다’는 일부 지적과 관련해 임택 동구청장은 “시공업체가 요청해야 정류장을 옮길 수 있는데 협의 요청이 없었다. 아마 철거작업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우리가 능동적으로 대처했어야 하지 않았냐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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