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유튜브 지웠어요”…350만뷰 휩쓴 18살 장인의 강단

등록 2022-06-30 16:59
수정 2022-07-1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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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 임윤찬 귀국 기자회견
“우승했다고 제 실력이 늘어난 것은 아니므로 계속 연습
유튜브 보고 따라 하기보다 옛 예술가들 본받아야 한다”
다독가 임윤찬, 단테 ‘신곡’은 전체를 외우다시피 읽어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사상 최연소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30일 서울 서초구 한예종 서초동캠퍼스 이강숙홀에서 기자간담회에 앞서 연주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30일 오후 1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서초동 캠퍼스에 있는 ‘이강숙홀’에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들어섰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나이로 우승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그 연주자다.

한예종은 그가 재학 중인 학교. 피아노 앞으로 다가간 그가 스크랴빈의 전주곡(Op 37-1)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2분 남짓한 연주가 이어지는 동안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가 요란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고 연주에 몰두했다. 이어 연주한 곡은 같은 작곡가의 피아노 소나타 2번 가운데 1악장. 손놀림은 현란했지만 무표정하게 보일 정도로 차분하고 침착했다. 콩쿠르 우승 이전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유튜브·구글 앱 지웠습니다”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사상 최연소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30일 서울 서초구 한예종 서초동캠퍼스 이강숙홀에서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사상 최연소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30일 서울 서초구 한예종 서초동캠퍼스 이강숙홀에서 기자간담회에 앞서 연주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임윤찬 귀국 보고회’ 형식의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어떤 포즈를 취해야 할지 어색해했다. 취재진의 거듭되는 요청에 쑥스러워하며 살짝 미소 짓는 게 전부였다.

“지금도 달라진 건 없어요. 콩쿠르에서 우승했다고 제 실력이 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계속 연습을 하겠습니다.”

우승 소감을 묻자 임윤찬은 이렇게 짤막하게 답했다.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다시 연습을 얘기하는 18살 피아니스트, 그야말로 ‘괴물급 신동’이다.

그가 콩쿠르 결선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 영상은 열흘 만에 350만회가 웃도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2015년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다시 ‘클래식 붐’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사상 최연소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30일 서울 서초구 한예종 서초동캠퍼스 이강숙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사상 최연소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30일 서울 서초구 한예종 서초동캠퍼스 이강숙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그는 느릿한 말투에, “음… 어…”를 연발했다. 눌변에 답변도 짧았다. “산에 들어가 피아노만 치고 싶다”고 했고, “명예에 대한 욕심이나 야망이 없다”고 했다. 이제 이렇게 유명해졌으니 그 부조화를 어떻게 할 거냔 질문에도 그는 “달라지는 건 없다”고 답했다.

“여태까지도 다른 생각 없이 피아노만 치면서 살아왔어요. 앞으로 그럴 것이므로 달라지는 건 전혀 없습니다. 손민수 선생님과 상의하면서 진로를 결정해나가려고 합니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그의 스승 손민수 한예종 교수가 말을 이었다. “결국 본인이 인생을 개척해나갈 테고, 선택해 나갈 겁니다. 그냥 옆에서 지켜봐 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더 독창적인 음악이 옛날에 더 많았던 이유는…

콩쿠르에서 바흐를 연주하고 한참 침묵하다가 스크랴빈으로 넘어간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바흐에게 영혼을 바치는 기분으로 연주했다. 그렇게 연주하고 바로 스크랴빈으로 넘어가기 힘들어 시간을 뒀다”고 했다.

20세기 초반 피아노 거장들의 연주와 비슷하다고 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에는 오직 악보와 피아니스트 사이에서 음악을 찾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더 독창적인 음악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요즘엔 유튜브 같은 것이 생겨 다른 사람 연주를 쉽게 들을 수 있고, 저도 솔직히 말해 무의식적으로 다른 이의 좋은 연주를 따라 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건 잘못입니다. 옛날 예술가들의 연주 과정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사상 최연소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30일 서울 서초구 한예종 서초동캠퍼스 이강숙홀에서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콩쿠르 때 연주에 몰입하는 자신의 영상을 봤느냐는 질문엔, “콩쿠르 기간에는 카톡만 남기고, 유튜브, 구글 앱을 지웠다. 콩쿠르가 끝난 뒤에도 내 연주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손 교수는 “내가 아는 윤찬이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라며 연주 직전에 지켜본 제자의 연습 장면을 소개했다. “연주가 코앞인데도 계속 왼손만 연습해요. 음악의 전체적인 기분에 젖어들고 그 흐름에 빠져들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텐데도 왼손만 차분하게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윤찬이가 저런 마음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손 교수는 “윤찬이가 보여주는 진정한 자유, 음악의 힘이라는 게 결국 윤찬이의 작은 연습실 속에서 자기 단련과 절제를 통해 이뤄졌다는 게 놀랍고 대단하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단테 <신곡>은 여러 출판사 버전 다 읽었어요”

임윤찬은 다독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계속 읽게 되는 책’으로 단테의 <신곡>을 꼽았다. 이 책을 탐독하게 된 계기가 리스트의 음악이었다. 2020년에 금호아트홀에서 리스트의 대표적인 피아노 작품인 ‘순례의 해’의 ‘두번째 해’인 ‘이탈리아’ 전곡을 연주했는데, 그 마지막 곡이 ‘단테 소나타’였다. “이 곡을 이해하려면 신곡을 읽어야 합니다. 여러 출판사 책을 구입해 다 읽어봤어요. 거의 유일하게 전체를 외우다시피 읽은 책입니다.”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사상 최연소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30일 서울 서초구 한예종 서초동캠퍼스 이강숙홀에서 기자간담회에 앞서 연주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사상 최연소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30일 서울 서초구 한예종 서초동캠퍼스 이강숙홀에서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은 그를 지도한 손민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그는 작곡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손사래를 쳤다. “솔직히 작곡엔 소질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작곡을 전공하는 친구들한테 내가 작곡한 곡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반응이 안 좋았어요. 웬만해선 작곡 안 할 겁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심사위원장이자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던 마린 알솝에 대해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고 존경하는 지휘자였어요. 언제가 꼭 함께 연주해보고 싶었는데 심사위원 명단에서 그분 이름을 발견하고 굉장히 기대했어요. 그런 마음이 통해서였는지 음악이 더 좋게 나올 수 있었습니다. 연주 끝나고도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다른 콩쿠르에 나갈 계획에 대해 임윤찬은 “콩쿠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유럽 연주 계획에 대해선 손 교수가 답했다. “유럽에서도 초청장이 많이 오고 있어요. 조만간 유럽에서도 연주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손 교수는 “전세계 각국에서 상상 이상으로 많은 분이 관심을 보내주신다”고 말했다. 연주 일정도 속속 확정되고 있다.

7월엔 반 클라이번 재단의 주선으로 미국 순회 연주를 한다. 8월~10월엔 국내에서 6차례의 연주회가 열린다. 8월1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바흐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연주하고, 10월5일엔 롯데콘서트홀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도 연주한다. 콩쿠르 연주곡들로 구성된 우승 기념 공연도(12월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새로 잡혔다. 10월엔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지역 투어도 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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