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접촉’이라는 주제로 성황리에 열렸던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밀양축제)의 수상작들을 서울에서 다시 만난다. 오는 26일부터 10월30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이 밀양축제 참가작 가운데 대표작과 연희단거리패가 새로 선보였던 신작을 초청해 올리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수상작- 2005 게릴라극장 초청 기획공연 시리즈’다.
게릴라극장은 지난해까지 밀양축제의 젊은 연출가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만 소개해 왔는데 올해 작품수를 늘렸다.
밀양축제의 공식 초청작인 <선착장에서>(26일~9월18일)를 먼저 만난다. 극단 골목길의 작품으로 명동의 삼일로창고극장 개관 30돌 기념작으로도 소개됐었다. 울릉도에서 일어난 한 처녀(명숙)의 자살 사건이 발단이 된다. 정신지체장애를 겪었던 명숙을 성적 노리개로 삼았던 섬사람들의 비밀이 숨어있다. 여러 날 섬을 고립시켰던 태풍이 지나자, 모든 소란은 가라앉는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거나 못하는 인간의 양태를 뭍에만 기대는 섬사람의 것에 빗댔다. <청춘예찬>의 박근형씨가 쓰고 연출했다.
대학극전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극동 레퍼토리컴퍼니(극동대)의 <트로이 여자들>은 다음달 21일부터 24일까지 만난다.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그리스의 전리품으로 전락한 트로이 여인들의 비참한 삶을 그린다. 그리스 3대 비극작가 가운데 한 명인 에우리페데스가 남자 중심의 전쟁 이야기를 여성적 관점에서 들춘 <트로이의 여인들>을 각색했다.
가장 눈길이 가는 작품은 역시 젊은 연출가전 대상작 <겨울공주 평강이야기>(사진·9월27일~10월5일)다. 아카펠라 뮤지컬인데 지난 가을 초연 때부터 입 소문이 만만치 않았다. ‘연이’는 평강공주의 시녀다. 하지만 자신도 공주가 되길 소원하며 공주의 물건을 훔쳐오다 급기야 진짜 온달을 만난다. 별다른 무대장치나 소품 없이 배우진들의 정직한 목소리, 몸짓에만 의존하는 게 대단히 신선하면서도 대중적이라는 평가다.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작품이다.
연희단거리패의 신작은 <울고 있는 저 여자>다. 지하철역에서 울고 있는 한 여인의 사연과 그 곁을 떠나지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린다. 올해 대산대학문학상 희곡부문 당선작이다. 단순한 구성 덕에 말의 힘이 더 빛난다. 10월13일부터 30일까지다. (02)763-1268.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