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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규제’ 미·유럽은 경쟁법 강화하는데…국내선 ‘밥그릇 다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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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7-22 04:59
수정 2021-07-2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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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플랫폼 시대를 맞아 경쟁법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하려는 국제 논의가 활발하다. 유럽은 물론 빅테크의 본고장인 미국도 반독점법을 뜯어고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쟁당국과 산업규제당국 간의 공조 체계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다. 부처 간 ‘밥그릇 다툼’에 밀려 이런 논의가 실종된 국내 실정과는 대비된다.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국 경제 경쟁 촉진’ 행정명령을 보면, 3조 전체를 부처 간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반독점법 집행과 관련해 부처 간 관할이 겹칠 때는 충분히 협력하라는 게 요지다.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가 주도권을 잡되, 관련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와 공조해 시너지를 내도록 했다. 특히 주요 거래에 대해서는 각 부처가 경쟁당국 수장에 의견을 요청해 이를 충분히 참고하고, 동시에 진행되는 경쟁당국의 감시 행위에도 협조하라고 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경쟁당국의 규칙제정 권한을 강조했다. 부당한 데이터 수집이나 오픈마켓상의 불공정한 경쟁 등 플랫폼의 반경쟁적 행위를 다루기 위해 연방거래위원장이 규칙제정 권한을 적극 행사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온라인 플랫폼 시대에 나타날 경쟁법 집행상 어려움에 대비하는 성격이 크다. 플랫폼 기업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유형의 경쟁제한적 행태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경쟁법과 해당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고루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부처 간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한편 관할권을 둘러싼 혼란이 나타나는 이유다. 중복 규제나 규제 공백의 위험도 높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반경쟁적 행위와 기업결합을 규제하는 데 있어 부처 관할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며 “현 정부의 방침은 각 부처가 감시 권한을 행사할 때 충분히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미국보다 한발 빨리 경쟁법 강화에 나선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경쟁총국과 정보통신총국의 공조 체계를 더욱 활성화하는 추세다. 디지털시장법(DMA) 같은 강도 높은 플랫폼 규제 법안을 발빠르게 내놓을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는 특히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의 직무 범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경쟁담당 위원이던 베스타게르는 2019년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2가지 역할을 부여받았다. 하나는 기존대로 경쟁법이고, 다른 하나는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유럽’ 정책 총괄이다.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유럽’은 집행위원회가 선정한 주요 정책 과제 중 하나로, 인공지능 같은 신산업에 필요한 정책이나 규제를 발빠르게 마련해 산업 경쟁력을 다진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은 경쟁총국뿐 아니라 정보통신총국도 관할하고 있다.

부처 간 밥그릇 다툼에만 골몰하는 국내 상황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서 통과시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은 앱마켓 분야의 경쟁법 집행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1차적으로 맡도록 하고 있다. 특정 분야의 경쟁법 집행만 떼서 관할을 옮기는 내용임에도 부처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채로 상임위를 통과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도 방통위가 플랫폼 전반에 대한 규제 권한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관할 다툼으로 비화돼 입법에 진통을 겪고 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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