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부터 식품의 유통기한 표시제가 사라지고 소비기한 표시제로 대체된다. 불필요한 식품 폐기를 줄이기 위해서다. 다만, 유제품 등은 유예기간이 부여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 먹거리 종합전략인 ‘국가식량계획’을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쌀을 포함한 먹거리는 식량 안보뿐 아니라 환경, 국민건강·안전 측면에서도 중요한 이슈”라며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국가 단위 푸드플랜 수립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국가식량계획은 △국민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 체계 구축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먹거리 생산·소비 △먹거리 접근성 보장 등이 중점 과제다. 우선 안정적인 먹거리 공급을 위해 쌀·밀·콩 등 주요 식량 작물을 중심으로 공공비축 매입 물량을 확대한다. 쌀은 최근까지 매년 35만t을 매입했는데, 내년에는 10만t을 추가해 45만t을 매입할 계획이다. 밀과 콩 역시 비축 물량을 2020년 각각 3천t, 1만7천t에서 2022년 1만4천t, 2만5천t까지 확대한다. 이를 통해 밀·콩 자급률을 2025년까지 각각 5.0%, 33.0%로 높일 계획이다. 또 사료 곡물의 가격불안 대응을 위해 일정액의 기금을 적립해, 가격 급등 시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속가능한 먹거리 생산과 소비를 위해 유통기한 표시제를 폐지하고 식품 소비기한 표시제를 내년부터 도입한다. 먹을 수 있는 기한으로 표시를 바꿔 짧은 유통기한으로 인한 식품 폐기를 줄이겠다는 목표다. 정부는 유통기한에 따른 손실을 연간 1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유제품 등 냉장보관 기준 개선이 필요한 품목에 대해서는 8년 이내 유예기간이 부여된다. 음식물 폐기물을 바이오가스 등 에너지화하는 공공처리 비중을 2020년 49%에서 2025년 5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농식품분야 2050 탄소중립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화학비료 사용량을 지난해 ㏊당 266㎏에서 2025년 233㎏으로 낮추고 가축분뇨 정화·에너지화 등을 추진한다.
바우처 등을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먹거리 지원도 강화한다. 소득 수준 상·하위 계층의 영양섭취 부족자 비중은 2011년 9.4%와 12.6%에서 2019년 9.0%와 18.9%로 벌어졌다. 현재 농식품 바우처,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공급,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지원 사업 등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농식품 바우처의 경우 하반기 본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내년에 시행할 방침이다. 또 각 부처가 별도로 제공하는 식품영양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국민의 영양 정보 접근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가식량계획은 10년 주기로 수립하되 추진 상황과 여건 변화 등을 고려해 5년마다 보완한다. 홍남기 부총리는 “식량 생산-유통-소비 시스템 전반을 정비해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최초로 먹거리 종합전략을 마련했다”며 “향후 국가식량계획을 바탕으로 이행상황 점검, 법률 제 개정, 관련 사업예산 지원 등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