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달러 1400원 뚫었는데…심한 저평가는 아니라고?

등록 2022-09-22 22:00
수정 2022-09-22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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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원화 실질실효환율 100.2
‘강달러’에도 원화 소폭 고평가

클립아트코리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면서 ‘이러다 외환위기가 또 오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환율 수준이 정말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보려면 명목환율뿐 아니라 다른 통화와의 비교가 필요합니다. 우리 원화의 가치만 떨어진 것인지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인지 따져보자는 것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22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환율은 특정 수준을 보기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어느 정도 걱정되는 수준인지 보인다”며 “예전엔 우리 환율만 절하됐지만 지금은 국제적으로 공통적인 문제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보는 시각을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주요 교역국 통화와 종합 비교해보니 ‘딱 중간 수준’

이 총재의 말대로 여러 다른 나라와 비교해 환율을 살펴보려면 ‘실질실효환율’(REER·real effective exchange rate)을 봐야 합니다. ‘원·달러 환율 1400원’으로 나타나는 명목환율은 두 화폐의 교환 비율만을 보여주지만, 실질실효환율은 우리나라 통화와 주요 교역상대국들의 통화를 종합적으로 비교해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교역상대국 통화들과의 환율을 교역 비중을 고려해 가중평균을 내고 우리나라와 교역상대국들 사이의 물가 상승률 차이도 반영하는 방식으로, 한 나라의 화폐가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졌는지 보여주는 것이죠. 이 수치가 100(기준연도 2010년)보다 높으면 우리나라 화폐가치가 다른 교역국과 견주어 고평가됐다는 의미고,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됐다는 뜻입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을 보면 그리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검토국의 빈센트 코엔 부국장 직무대행은 ‘2022 한국경제보고서’ 브리핑에서 “원화에 대한 상대적인 하락세를 제대로 보려면 여러 무역 파트너들의 현재 환율을 함께 봐야 한다”며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2013년 수준으로 아직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는 훨씬 강한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가 개최한 ‘주요 20개국(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에 참석한 세계 석학들도 마찬가지 의견을 내놨습니다. 모리스 옵스펠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미국 달러의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한국 원화의 실질실효환율 수준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기간으로 보면 딱 중간 수준에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도 “달러 대비 원화 명목환율은 높지만, 한국의 실질실효환율로 본 통화 가치는 더 강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국제결제은행이 발표하는 실질실효환율을 찾아봤습니다. 지난 8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00.2를 기록했습니다.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올해 1월 103.3에서 점차 내려오는 중이지만 여전히 100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죠. 요즘 같은 ‘강달러’ 국면에서도 원화 가치는 다른 교역국과 견주어서 소폭 고평가되어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 달러의 지난 8월 실질실효환율은 129에 이르렀습니다. 유로화의 지난 8월 실질실효환율은 89.8까지 떨어졌습니다. 올해 1월(92.7)과 견주면 2.9포인트, 지난해(95.3)와 견주면 5.5포인트나 하락한 수치입니다. 유로존의 지난 8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9.1% 올라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영향을 미쳤죠.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 8월 59.9까지 떨어졌습니다. 올해 1월(67.4)과 비교해도 낙폭이 상당합니다.

“외환위기 가능성 적지만, 명목환율만으로도 물가 큰 부담”

물론 실질실효환율이 괜찮은 수준이라고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질실효환율은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한 지표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위험성을 따질 때에는 의미가 있다. 현재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을 볼 때 외환위기 가능성은 적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단기적으로 명목환율이 올라가면 국내 물가에 큰 부담이 된다는 측면에서 위험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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