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기소하면 삼성 위기? 2017년 구속 때 영업이익 늘었다

등록 2020-06-29 17:46
수정 2020-06-3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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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 형사처벌 때 경영 어땠나]
이재용 국정농단 수감된 1년간
삼성전자 영업이익 83%나 증가

2000~2018년 총수 11명 사례봐도
실형 받은 경우, 주가 큰 변화 없어
되레 집행유예 판결 때 주가 하락 보여

총수 부재 때 경영 악화 근거 부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1월25일 부산 힐튼호텔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영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총수가 없으면 기업 경영은 위태로워지고 주가는 하락할까?

지난 26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에 대해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한 데는 삼성과 재계가 주로 퍼뜨린 경제위기 속 ‘이재용 역할론’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판단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나 실제 사례는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7년 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삼성전자의 경영에 이상신호는 오지 않았다. 영업실적은 외려 큰 폭으로 개선됐다. 이 회사의 2017년 영업이익은 53조6459억원으로, 전해에 견줘 83%나 증가했다. 물론 단기 실적은 전반적인 업황 등의 변수가 크게 작용하는 터라 총수 부재의 영향을 온전히 반영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총수 부재가 곧 경영 악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같은 맥락에서 이 부회장이 불법 합병 혐의 등으로 기소되더라도 당장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 경영실적이 급감할 것이라 전망하는 금융시장 전문가는 드물다.

민주노총, 민중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8월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8월29일로 예정된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구속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그간의 여러 연구도 총수의 사법처리와 기업 경영 사이에 의미있는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결론이 다수다. 지난 1월 경제개혁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가 그중 하나다. 이 연구소는 2000~2018년 동안 총수 11명이 유죄판결을 받은 뒤 해당 총수가 지배하는 기업집단(대기업그룹)의 주가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총수가 실형을 받은 경우엔 주가에 의미있는 변화가 없었으나 집행유예 등 관대한 판결이 내려졌을 땐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실증 분석 결과는 재계의 주장과는 달리 총수에 대한 ‘봐주기 판결’이 외려 기업 가치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국외 실증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발견된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최고경영자(CEO)가 배임이나 사기로 처벌을 받은 경우 그 이후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면서 기업 가치가 상승한다는 결과를 제시한 연구들이 적지 않다”며 “미국 등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회계 분식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처벌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회계 처리와 같은 기업 경영의 기본 규칙을 허물어뜨린 행위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시장 전체의 발전과 선순환을 불러온다는 취지다.

지난해 8월29일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걸린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연구 사례와는 달리 ‘여론 시장’에선 여전히 총수 부재가 기업 경영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 꾸준히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이 부회장이 석유화학 매각과 하만 인수 등 그동안 포트폴리오 조정을 잘했다고 본다”며 “(기소되면) 이 부회장 차원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중요한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같은 주요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총수 공백’이 의사결정 지연으로 이어지며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지만, 지난 10여년간 총수 부재시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 사례 보고는 없었다. 이창민 교수는 “사장단 협의체를 통해 그룹 전체의 전략적 방향을 결정해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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