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때 ‘캐나다군 범죄’ 캐는 프라이스 교수

등록 2005-08-11 19:44
수정 2005-08-1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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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학살 60여건 발굴 “과거 반성없인 미래 없죠” 프라이스 교수

민간인 학살 60여건 발굴 “과거 반성없인 미래 없죠”

1951년 경기도 동두천의 한 마을. 한 무리의 유엔군들이 마을 여자들을 희롱하며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보다 못한 한국 군인이 이들을 말리자, 한 유엔군이 그에게 총을 쐈다. 총을 쏜 군인은 별안간 주민 신아무개씨의 집으로 뛰어들어 신씨 아버지를 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 신씨도 허리에 총을 맞았다. 신씨는 30일간의 입원치료 끝에 겨우 목숨을 건졌다.

한국전쟁 때 캐나다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 가운데 최초로 한국 정부에 보고된 사건이다. 1999년 노근리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뒤 국방부에서 민간인 학살 피해 신고를 받을 때 신씨가 사건을 접수한 것이다. 그는 마을 주민 11명을 증인으로 내세워 이를 고발했지만, 지금까지 정부의 진상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캐나다 빅토리아대 존 프라이스(55·역사학) 교수는 2002년 이 사건을 처음 접했다. 그 뒤 2년 넘게 그는 ‘캐나다군에 의한 한국 민간인 학살’ 사건들을 캐고 있다. 그가 캐나다군의 군사재판 기록과 캐나다의 신문기사 등을 뒤져서 찾아낸 민간인 관련 사건만 60여건에 이른다.

캐나다군이 저지른 사건들의 공통점은 가해자들이 죄값을 치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프라이스 교수가 확인한 결과, 가해자들은 군사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캐나다로 돌아가자마자 모두 석방됐다.

그가 자국 군대가 외국에서 저지른 전쟁범죄를 5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밝히려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한국의 양심있는 지식인들이 한국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잘못을 스스로 파헤치고 용서를 구했듯이, 캐나다 국민도 한국전쟁 때 우리 군이 저지른 학살의 진실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니까요.”

그는 “자국민이 희생당한 사건을 덮고 있는 한국 정부와 잘못을 알면서 사과하지 않는 캐나다 정부 모두 역사를 거스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캐나다 정부에 신씨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고 다시 요청할 계획이다. 캐나다 정부가 이를 거부하거나 지금까지처럼 침묵하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작정이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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