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상정, 지지율에 좌절 말고 불평등과 제대로 싸워라

등록 2022-01-13 18:28
수정 2022-01-1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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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하고 사흘째 칩거를 이어가고 있다. 정의당은 13일 선거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원이 일괄 사퇴하기로 했다. 4자 구도로 출발한 대선 레이스가 최근 일주일 새 이재명-윤석열-안철수 후보의 3자 구도로 빠르게 재편됨에 따라 선거판에서 심 후보의 정치적 입지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실이 아무리 비관적이고 고통스러워도 중도 포기라는 무책임한 결론에 이르러선 곤란하다. 심상정은 단지 양당 구도의 틈새를 노리는 ‘제3 후보’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려 노력해온 진보정당의 대선 후보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어려운 선거였다. 과거와 같은 ‘엔엘-피디’ 정파 구도는 약화됐어도 페미니즘을 둘러싼 노선 갈등과 총선 공천 논란, 지도부 성폭력 사태 등을 거치며 당원들 사이의 반목과 불신은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해 있었다. 정의당에 한때 원내교섭단체의 꿈까지 꾸게 했던 진보-리버럴의 ‘촛불동맹’은 ‘조국 사태’와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 중대재해처벌법 처리 등을 겪으며 복원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훼손되고 말았다.

그러나 거대 양당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어느 때보다 높은 이번 대선에서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 후보가 3% 남짓한 지지율로 고전하는 상황을 안팎의 악조건 탓으로만 돌리는 건 비겁하다. 선거운동 전략에서 부족함이나 오류는 없는지, 조직은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당원과 핵심 지지자들이 주변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도록 사명감과 확신을 심어주는 데 성공하고 있는지부터 살피는 게 순서다.

심 후보와 정의당은 오랜 기간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을 표방했으면서 중요한 선거에서 조직 노동자들의 집단적 지지는 물론, 미조직 기층 노동자들의 의미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무기력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부터 냉철히 성찰하기를 바란다. 주목해야 할 의제의 경중과 우선순위를 가리고 잘할 수 있는 이슈를 중심으로 선거 캠페인을 펼치는 전략적 판단도 절실해 보인다. 낮은 지지율에 좌절해 진보의 깃발을 거둬들여선 안 된다. 진보의 소명은 모든 구성원이 인간적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있다. 심 후보와 정의당이 갈 길 역시 먼 곳에 있지 않다. 존엄과 생명을 파괴하는 치명적 불평등에 맞서 제대로, 온몸으로 싸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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