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 후보로 결정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23일 “분노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선택해준 여러분의 맘을 겸허히 받들겠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양자 대결을 앞둔 그는 박 후보를 향해 “괴벨스식 선전선동을 멈추라”며 ‘명예로운 선거전’을 펼치자고 했다. 오 후보는 회견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두 차례나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국민의당 야권 단일화 실무협상단이 22일 하루 동안 이뤄진 여론조사 결과 오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정됐다고 밝힌 직후 오 후보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스스로 담금질하면서 시민 여러분께 진 마음의 빚을 일로써 갚을 수 있는 날을 고대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추진했다 사퇴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지난 10년을 무거운 심정으로 살았다. 가슴 한켠에 자리한 무거운 돌덩이를 이제 조금은 걷어내고 다시 뛰는 서울시로 보답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성원해달라. 분노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선택해준 여러분의 맘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말했다.
단일화 경쟁을 함께 펼쳤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향해서는 정권 교체를 위한 필승 의지를 함께 다지자고 했다. 오 후보는 “안철수 후보님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우리는 단일화 전투에서는 대결했지만 정권 심판의 전쟁에서는 저의 손을 꼭 잡아달라”며 “무능하고 무도한 정권을 심판하는 데 제가 앞장서겠다. 어제까지 어디에 있었는가는 깨끗이 잊기로 하자”고 말했다. 두 후보는 단일화 결과발표 직후 전화통화를 했고, 오 후보가 감사와 위로를 전하자 안 후보가 “(앞으로) 도와주겠다”며 화답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미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단일화 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함께 맡고, 후보 간 정책을 공유하는 등 공조를 이어가며 궁극적으로는 서울시를 공동운영자는 데 합의한 바 있다.
‘내곡동 땅 셀프 보상 의혹’ 등 연일 공세를 이어가는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겨냥해선 “못 먹는 감 찔러나보자는 식의 괴벨스식 선전선동, 진실에는 눈감고 거짓만을 앞세우는 외눈박이 공세에 저는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다. 모든 건 박영선 후보의 선택이다. 그리고 우리도 거기에 상응하는 선거전략으로 임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