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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마지막까지…문 대통령이 ‘4자 종전선언’ 다시 꺼내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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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9-22 15:19
수정 2021-09-2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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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도 포기한 적 없는 ‘종전선언’ 유엔총회서 세번째 제안 나서
불가역적 비핵화·평화 마중물 강조해…3자 또는 4자 ‘주체’ 명시
‘중국 역할’ 기대 메시지로 넉달 뒤 베이징올림픽 무대 고려한 듯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76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 유엔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한반도 평화의 문을 열 열쇠말로 제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남·북·미·중은 한국전쟁 당사국이고 북·미·중은 정전협정 서명국이다.

‘불가역적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마중물’로써 ‘종전선언’은 문 대통령이 임기 중 한순간도 포기하거나 철회한 적이 없는 지론이다. 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직접 거론·제안한 게 이번을 포함해 세 번째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첫 정상회담(4·27 판문점 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9월26일 73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는 65년 동안 정전 상황”이라며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들 사이에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22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75차 유엔총회 연설에선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강렬한 열망에도 임기 중 ‘종전선언’이 실현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 2019년 2월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 및 북-미 대화가 사실상 끊겨 한반도 정세가 장기 교착의 수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의 시작은 언제나 대화와 협력”이라며 “남북 간, 북미 간 대화의 조속한 대화를 촉구한다”고 강조한 까닭이다.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을 문 대통령이 그럼에도 ‘종전선언’의 화두를 유엔총회 연설에서 다시 꺼내든 까닭을 다각도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내년 3월9일 대통령 선거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문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까지 정상외교를 핵심으로 한 이른바 ‘톱다운 방식’으로 정세 돌파 시도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나는 ‘상생과 협력의 한반도’를 위해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내년 2월초로 예정된 베이징겨울올림픽 등을 ‘종전선언 외교’의 중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당장의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완전한 평화”로 나아갈 징검돌로써 ‘종전선언’의 중요성을 북·미·중 3국과 국제사회에 각인하려는 전략적 화두 제기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한반도에서부터 항구적이고 완전한 평화가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는 다른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이번에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라고 종전선언의 주체를 새삼스레 명시적으로 거론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액면만 보자면, 이는 2018년 4·27 판문점선언 3조3항의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의 재확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2018년과 2020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할 땐 선언 주체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2018년 3차례 남북정상회담과 2018·2019년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 2019년 6월30일 사상 첫 남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 등 최근 몇 년새 한반도 정세의 거대한 전환이 ‘남북미 3자’를 중심으로 이뤄진 탓에, 문재인 정부는 ‘3자’보다 ‘4자’ 종전선언에 힘을 실어왔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이 이번에 “남북미중 4자”에 의한 ‘종전선언’ 방식을 다시 소환한 건, 중국의 구실을 기대한다는 외교적 신호로 읽힐 여지가 있다. 문 대통령이 대놓고 강조하진 않았으나, ‘중국의 적극적 구실’과 한-중 협력 노력을 지금까지보다 강화해 한반도 정세 돌파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 조정’을 염두에 둔 언급일 수 있다. 평창겨울올림픽이 2018년 정상외교의 무대를 열었듯이, 내년 2월 베이징겨울올림픽이 새로운 무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하고 북·미 정상이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4·27) 판문점선언 재확인”을 확약했음에도 ‘종전선언’이 실현되지 않는 까닭은 근본적으론 북-미 간 불신 증폭과 미국의 소극적 태도에 있다.

미국은 ‘종전선언’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사실이 없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종전선언’도 미국 패권전략의 핵심 군사수단인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종전선언’ 추진에 적극적이지 않다. ‘종전선언’을 북한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일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의 제안은 오히려 예외적이다.

북한 쪽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종전선언’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적이 없다. 대신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대조선적대시정책 철회”(김정은, 1월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라며, 대미 요구를 단순화했다. 하지만 4·27판문점선언이 웅변하듯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태도는 우호적이다. “종전선언은 조선반도에서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의 첫 공정”(2018년 9월4일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장)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제재 압박 도수를 더욱 높이고 있으며 종전선언 발표까지 반대하고 있다”(2018년 9월28일 리용호 외무상 유엔총회 연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2일 “북한의 반응이 핵심”이라고 하는데, 외교안보 분야 원로는 “종전선언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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