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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스포츠 이사장은 최순실 단골 마사지 센터장

등록 2016-09-20 05:00
수정 2016-09-2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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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비선 측근 지목 받는
최씨 재단설립 개입한 정황
정동춘 이사장 “전경련서 제안”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인 정윤회(왼쪽)씨와 전부인 최순실씨가 2013년 7월19일 경기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딸이 출전한 마장마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과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여기 ‘의문의 재단’ 두 곳이 있다. 재단법인 미르와 재단법인 케이(K)스포츠다. 두 재단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재벌들이 800억원 가까운 거금을 내 만든 것이다. 그런데 두 재단은 설립 이후 별 성과가 없다. ‘개점 휴업’ 상태다. 그래도 재벌들은 재단이 뭘 하는지 모르고 알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재단 설립은 신청한 지 하루 만에 허가가 떨어졌다. 대놓고 가짜 서류를 제출하고 그나마도 서로 베낀 것인데 문화체육관광부는 재까닥 도장을 찍어줬다. 도대체 두 재단의 배후에는 누가 있는 것일까?

19일 <한겨레> 취재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재단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케이스포츠재단 이사장 자리에 자신이 단골로 드나들던 스포츠마사지센터 원장을 앉힌 것이다.

지난 5월13일 새로 취임한 정동춘(55) 케이스포츠 재단 이사장은 그 직전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운동기능회복센터(CRC)’라는 이름으로 스포츠마사지 센터를 운영했다. 정 이사장은 서울대학교 사범대 체육교육과 출신으로 <머리 마사지> <발을 자극하라, 허리가 좋아진다> 등 외국인이 쓴 스포츠마사지 책자를 번역한 이 분야 전문가다. 이 센터는 최순실씨가 지난해까지 살았던 신사동 자택과는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50m 남짓 떨어져 있다. 이 센터 관계자들은 “최순실씨는 5년이 넘는 단골손님인데다 집도 가까워 자주 찾아오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최씨의 치료와 상담은 정동춘 원장이 직접 맡았다고 전했다.

19일 설립과 운영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케이스포츠 출입구에 재단 간판이 걸려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최순실씨는 올해 초부터 자신이 잘 아는 주변의 체육인들에게 케이스포츠재단의 취지를 설명하며 재단 이사장 등의 자리를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동춘 이사장과 함께 운동기능회복센터를 공동 운영한 적이 있는 이아무개씨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저도 최순실님으로부터 (케이스포츠재단 참여) 제의를 받았다. 취지가 참 좋다고 생각했지만 저는 따로 하고 있는 일이 있어서 참여하지 못했다”며 “정 박사님(정동춘 이사장)은 인품도 훌륭하고 스펙도 준비가 된 분이니 최순실님이 제안을 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점으로 봐서 지난 2월 케이스포츠재단의 정동구(74) 초대 이사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물러난 직후부터 최순실씨가 직접 이사장 후보를 찾아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동춘 이사장은 “최순실씨는 우리 고객의 한 사람”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재단 이사장 제안은 전경련에서 어떤 사람하고 연결이 되어가지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경련의 어떤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제계가 뜻을 모아 설립했다는 설명과 달리 대통령의 최측근이 이사장 선임에까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재단의 실제 기획자와 배후가 누구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겸 김창금 방준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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