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나랑 겨리 맺자

화려한 인맥과 거리 먼 문재인 가족…부모·형제·자녀 모두 ‘소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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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5-10 10:32
수정 2017-05-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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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당선] 걸어온 길
어머니가 행상하며 뒷바라지
누나·동생들도 제힘으로 공부

대학 때 만난 아내와 7년 연애
선거 때 ‘호남특보’라 불리며 도와

아들은 ‘미디어 아티스트’ 활동
‘전업맘’ 딸은 투표 전날 깜짝 등장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맨 왼쪽)가 8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9대 대선 마지막 유세에서 딸 다혜씨(왼쪽 셋째)로부터 어버이날을 맞아 카네이션을 받은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 후보, 손자, 딸 다혜씨, 부인 김정숙씨.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당선인의 가계도는 화려한 인맥과는 거리가 멀다. 문 당선인의 부모님은 이북 실향민 출신으로 평생을 가난 속에 살며 문 당선인을 포함해 5남매를 키워냈다. 그의 누나와 여동생 2명은 모두 주부, 남동생은 항해사로서 평범한 시민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 가난을 버텨낸 평범한 가족

문 당선인의 부모님은 함경남도 흥남 출신 실향민이다. 한국전쟁 때인 1950년 12월 흥남철수 당시, 영화 <국제시장>에도 나왔던 바로 그 메러디스 빅토리 호를 타고 남하한 가족들 중 하나다.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지냈던 공무원 출신 아버지 문용형(1978년 작고)씨는 남한에 와선 막노동일을, 어머니 강한옥(89)씨는 행상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문 당선인은 2남3녀 중 장남이자 둘째로, 누나 재월씨와 여동생 재성씨, 남동생 재익씨, 여동생 재실씨가 있다.

아버지는 장준하 선생의 <사상계> 잡지를 읽는 등 사회의식이 깊었지만 생활인으로서는 무능했다. “구멍가게를 열어도 누가 봐도 장사가 잘되기 어려운 가게를 한다든지, 늘 그런 식이었다.” 아버지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점점 더 말이 없어졌다. 기억 속에서 늘 무겁고 어둡던 아버지가 가장 기뻐한 것은 문 당선인이 명문인 경남중학교에 합격했을 때였다. 대학 입학 뒤 반유신 시위에 전념했던 그가 사법시험을 치르게 된 것도 아버지의 갑작스런 타계 때문이었다. 그는 “힘겨운 피난살이와 가난 속에서 평생 고생만 하며 제게 기대를 걸었던 분에게 자식으로서 잘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그 자책감으로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생계는 어머니가 주로 책임졌다. 6살 무렵 부산으로 이사를 갔다. 학교가 파하면 문 당선인과 남동생은 어머니를 도와 연탄 배달을 했다. 한번은 내리막길에서 힘이 달린 어머니가 뒤에서 붙잡던 손을 놓쳐, 리어카를 끌던 문 당선인이 길가에 처박히기도 했다. 어머니는 아직 부산 영도에서 산다. 굶주릴 때 구호 식량을 나눠주던 수녀님들이 고마워 어머니도, 문 당선인도 그때부터 천주교 신자다. 아흔에 가까운 어머니는 늘 아들을 위해 기도하고, 뉴스를 챙겨본다고 한다.

큰누나 재월씨도 공부를 잘했지만, 여상에 들어가 졸업하자마자 경리 직원으로 일하며 문 당선인을 뒷바라지했다. 문 당선인은 전액 장학금을 받고 경희대에 들어갔고, 여동생들도 장학금을 받아가며 공부를 마쳤다. 남동생도 해양대에 들어가 일찍 항해사가 됐다. 이 남동생이 에스티엑스(STX)에 근무하던 시절, 회사가 육지 근무로 ‘배려’ 발령을 내자, 청와대에서 근무 중이던 문 당선인이 전화해 “그런다고 회사에 혜택 줄 일 없으니 다시 배를 타라”고 호통쳤다는 일화가 널리 알려져 있다.

■ 아내, 든든한 ‘특보’

문 당선인의 뒤엔 누구보다 든든한 아내가 있었다. 부인 김정숙(63)씨는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의 호남 특보’라고 불릴 정도로 호남에서 살다시피 하며 바닥 민심을 사로잡고 표심을 문재인으로 돌려놓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추석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광주에 내려갔다. 정치인의 아내인 것도 밝히지 않은 채 동네 목욕탕에서 수다를 떨곤 했다. 설 이후부터는 전남 낙도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광주 외 호남 지역까지 동선을 넓혔다. 마을회관, 노인시설, 시장 등을 누비며 보여준 활기차고 친근한 태도가 많은 이들을 사로잡았다.

김정숙씨는 문 당선인과 같은 대학(경희대) 2년 후배로, 시위 중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문 당선인을 돌봐주다 사랑에 빠졌다. 구속, 제적, 입대, 사법시험으로 이어진 만 7년간의 연애 끝에 1981년 결혼했다. 문 당선인의 처가는 언론 공개를 꺼려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김정숙씨의 아버지는 인천시 강화군 불은면 출신으로, 동대문 광장시장에서 한복집을 했으며 딸의 결혼 무렵엔 요양차 강화도에서 목장을 운영했다고 한다. 김씨는 서울 종로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3녀 중 둘째딸이다. 숙명여고,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했고 서울시립합창단원으로 활동하다 결혼 뒤 부산으로 내려갔다.

■ 언론에 ‘내성적’인 아들과 딸

문 당선인의 자녀로는 아들 준용(35)씨와 딸 다혜(34)씨가 있다. 이들은 선거 내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다른 후보의 자녀들과 대조를 이뤘다. 아들 준용씨는 건국대를 졸업한 뒤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광주 비엔날레에 작품을 내기도 한 ‘미디어 아티스트’다. 2012년 대선 때만 해도 출마 선언장에 어머니와 함께 나왔고, 선거 영상도 직접 만들었다. 그러나 2007년 노동부 산하 고용정보원에 채용됐던 경력을 놓고, 2012년에 이어 2017년에도 ‘취업 특혜 논란’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문 당선인은 지난 3월 출간한 대담집에서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아들에 대해 미안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 내내 준용씨는 언론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준용씨는 목회자 집안의 딸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3살 된 아들이 있다.

딸 다혜씨는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남편 서아무개씨와 8살 된 아들이 있다. 다혜씨는 5년 전 선거 때는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이번엔 투표일 전날인 8일 마지막 광화문 유세 때 아버지께 ‘영상편지’를 보낸 뒤 아들과 함께 무대 위에 ‘깜짝 등장’ 했다. 선거 과정에선 문 당선인과 외손자가 함께 있는 사진이 깜짝 공개된 적도 있다. 손자가 삐뚤빼뚤한 글씨로 쓴 ‘든든한 대통령 하라버지 채고(할아버지 최고)’를 들고 활짝 웃는 문 당선인의 모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널리 퍼졌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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