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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과 함께한 ‘처음들’…그가 국회에 남긴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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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7-24 17:20
수정 2018-07-2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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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AS] 발의안으로 본 노회찬
의정활동 7년 동안 1029건 내놔
1호 대표발의 법안은 ‘호주제 폐지’
2005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이어
2008년 차별금지법도 첫 대표발의
마지막 노동 발의안은 ‘고령 노동자 보호’

“제가 의원님이 나오시는 영상 중에 각별히 좋아하는 게 있는데요 (…) 매생이 굴국을 끓이시던 모습이에요. 정치인들은 다 부자고, 다른 세상에서 사는 존재들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의원님 옷이며 집이며 꼭 우리 아빠 같은 거예요. 그냥 밟고 지나가버리는 잡초 같은 우리들을 위해 대신 싸워주고 받은 상처는 어디에서 위로를 받으셨나요…”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에 한 조문객이 쓴 편지가 놓여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진보 정치의 상징으로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의정활동에 모범을 보였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대변인 논평)

23일 숨진 노회찬(62) 정의당 원내대표에 대한 국회 동료들의 평가는 당을 초월했다. 3선 의원인 그의 의원생활은 7년 남짓. 17대(2004년 5월~2008년 5월) 국회와 ‘삼성 엑스(X)파일’ 관련해 ‘떡값 검사’ 명단을 공개한 여파로 의원직을 상실, 9개월에 그친 19대 국회(2012년 5월~2013년 2월) 그리고 20대 국회(2016년 5월~2018년 7월)를 합쳐서다.

7년간 그는 법률안 945건을 포함, 모두 1029건의 의안을 발의했다. 이 가운데 39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표발의만 따지자면 127건(법률안 119건 포함)을 발의해 7건(대안반영 폐기 제외)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호주제 폐지,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굵직한 진보적 의제들이 그의 손을 거쳐 오늘의 현실이 됐다.

‘국회의원 노회찬’에 대한 평가는 처음과 끝이 비슷하다. 초선 시절인 2007년 정치부 기자들이 뽑은 ‘신사적인 의원상’을 수상한 노 의원은 2017년 같은 상을 다시 받았다. 10년 만이었다. 숨지기 직전인 7월11일에도 법률소비자연맹이 법안 표결 참여, 대표법안 발의 성적 등이 우수한 상위 25% 국회의원에 수여하는 ‘헌정대상’을 받았다.

숫자로만 기억하기에는 아쉬운 법안들이 많다. 그가 대표발의한 법안 가운데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것만 40건이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사쪽이 정리해고를 남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명 ‘정리해고 제한법’(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적이다. 노동자와 장애인, 여성과 성소수자 등 약자와 소수자를 품어 온 노회찬의 정신과 꿈을 그가 발의한 주요 법안을 통해 돌아봤다.

17대 국회 민주노동당 의원과 보좌관들이 2004년 5월31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을 도와준 `국민들에게 드리는 감사와 다짐'의 글을 읽은 뒤 '희망의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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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1호 대표발의 법안은 ‘호주제 폐지’

노회찬 의원의 첫 대표발의 법안은 2004년 9월14일 제출한 민법 개정안이다. 아들이 우선 승계하는 호주제가 남녀차별을 조장하고 호주와 가족 구성원 간의 가부장적인 관계를 고착시키므로 이를 폐지하고, 자녀가 아버지의 성과 본만을 따르도록 했던 것을 어머니의 성도 따를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었다. 김용갑 등 당시 한나라당 남성 의원들이 호주제 폐지 반대에 앞장서는 상황에서 노 의원의 행보는 당시에도 파격적이었다. 이 때문인지, 2005년 3월 호주제가 폐지된 직후 <한겨레21>이 여성 국회의원들에게 물어본 결과 노 의원은 ‘여성 친화적인 남성의원’ 1위로 뽑혔다.

이경숙 열린우리당 의원과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2007년 3월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년 전 호주제 폐지를 내용으로 한 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유예기간인 올해 말까지 새로운 신분증명제도를 마련해야하는데도 호적법 대체입법이 제대로 심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며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호적법 대체입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17대 임기가 끝나기 직전인 2008년 1월28일에는 국회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성별, 장애, 나이, 인종,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제도화하기 위해 나선 최초의 국회의원인 셈이다.

20대 국회에서도 여성 친화적인 그의 행보는 계속됐다. 2016년에는 성폭력범죄 재판이 끝날 때까지 피해자에 대한 무고 혐의를 수사하지 않도록 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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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큰 역할

노 의원은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노 의원은 2005년 9월20일 국회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고 이후 장애인단체와 연대활동을 이어갔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교육, 고용, 참정권 등 모든 사회 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행위로 인한 피해 보상과 구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7년 교육부가 중등교사 임용시험부터 장애 정도에 따라 뇌병변 장애인의 시험시간을 연장하고 의사소통 보조기기 지참을 허용하도록 지침을 바꾼 것도 이 법률 덕분이다.

법안 손질에도 계속 힘을 쏟았다. 노 의원은 2017년 1월 관광 활동에 있어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한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대안으로 이어져 같은 해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의 죽음이 장애인들에게 유독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3일 추모 논평을 내고 “노 의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하고 장애인의 권리 쟁취, 장애인에 대한 차별에 함께 저항하고 싸웠다. 고인은 사회적 약자들, 차별받는 사람들과 눈물 흘리며 그 고통을 함께 나누며 항상 그들의 편에 있었다. 그것이 정치이고, 희망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2007년 2월8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엠네스티에서 양심수로 인정한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의 석방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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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벗’…‘취약층 노동자’ 보호에 앞장

1980년대 초 대학을 뒤로하고 ‘용접공’으로 노동 현장에 뛰어들면서 노동 운동에 헌신한 노 의원은 노동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여 ‘노동자의 벗’으로 불렸다. 노 의원은 굵직한 노동 관련 법안을 여럿 발의했다. 주로 비정규직 차별을 개선하고 고령층 등 취약계층 노동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다.

노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 중 노동 관련 1호 법안은 2005년 2월28일 제출한 ‘삼성에스디아이(SDI) 불법위치추적 특검법’이다. 삼성에스디아이가 2003~2004년 노조 설립을 방해하기 위해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노동자 10여 명의 위치를 추적해 사찰하고, 검찰이 이를 비호한 사건과 관련해 2005년 특검 실시를 요구하는 내용의 법안이었다. 당시 노 의원은 “헌법상 기본권인 단결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이 사건 실체에 대한 엄정하고도 공정한 수사를 통해 단결권을 보장하고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제안 이유를 밝혔다. 노 의원은 2005년 8월 ‘삼성 X파일’ 사건과 관련해 이른바 떡값을 받은 검사 명단을 공개했다가 2013년 2월 19대 의원직을 잃기도 했다.

9개월에 그친 19대 국회 활동이지만 노동 관련 법안 발의는 꾸준했다. 2012년 9월12일 대표 발의한 ‘하도급거래 공정화 관련 법률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개정안은 사업자가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는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도록 하고, 하도급계약 실적을 매년 공정위에 제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노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하도급 계약 시 경제적 약자인 수급사업자는 불공정한 하도급 조건을 강요받는 등 불이익을 당하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소극적으로 고발권을 행사함으로써 피해자의 권리 구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노 의원의 관심은 20대 국회에서도 이어졌다. 2017년 9월20일에는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를 조사할 때 재해 당사자를 참석시키도록 규정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2017년 12월20일에는 방위산업체 종사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20대 국회에서 노 의원이 가장 최근에 대표 발의한 노동 관련 법안은 지난 5월16일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기술상의 지침이나 작업환경의 표준을 정할 때 고령자와 준고령자의 안전에 관한 사항을 고려하고, 사업주는 고령 노동자의 건강 상태와 노동 능력을 고려해 노동자를 적정히 배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은 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또 다른 노동 관련 법안인 ‘정리해고 제한법’과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유진 권지담 조윤영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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