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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오세훈 비판부터…나경원 ‘독하게’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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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1-13 19:18
수정 2021-01-14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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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골목서 서울시장 출마 선언

폐업 문구 내걸린 상점들 사이
검은 운동화·무채색 차림으로
‘서울형 기본소득’ 등 공약 발표

나경원 전 의원이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먹자골목 인근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사학귀족’, ‘서울법대 나온 강남 부유층’ 등 그동안 따라붙었던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시키기 위해 고심을 거듭한 흔적이 역력했다. 장소 선정부터 옷차림까지 모든 콘셉트를 ‘탈귀족’에 맞춘 것 같았다.

일찌감치 서울시장 출마를 예고해온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먹자골목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잿빛 외투에 검은 스웨터, 검은 운동화 차림이었다. ‘장사하고 싶다’는 문구가 내걸려 있는 골목길 중간에 출마 선언을 위한 붉은색 단상이 세워졌다.

단상에 오른 나 전 의원은 고심 끝에 선택한 슬로건처럼 ‘독하게, 섬세하게’ 출마선언문을 읽어내려갔다. “서울은 울고 있습니다. 서울은 아파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지칠 대로 지쳐 계십니다. 왜 나는 이토록 힘들어야만 하는가. 시민의 마음과 영혼은 병들어갑니다.” “서울시민을 위해서라면 뭐든 해내겠다는 강단 있는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구석구석 살피고 챙기는 섬세한 행정으로 약자를 돌보겠습니다. 독하게, 섬세하게 해내겠습니다.”

전임 시장의 성비위가 원인이 돼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도 강조했다. ‘여성 후보’의 강점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그는 “이번 선거는 전임 시장의 여성 인권 유린에서 비롯됐다. 영원히 성폭력을 추방하겠다는 독한 의지와 여성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섬세함을 갖춘 후보만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 두 아이의 엄마 나경원, 사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나경원이 따뜻하게, 포근하게, 시민을 안아드리겠다”고 했다.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군을 겨냥한 비판은 독했다. 그는 “쉽게 물러서고 유불리를 따지는 사람에겐 이 중대한 선거를 맡길 수 없다. 중요한 정치 변곡점마다 결국 이 정권에 도움을 준 사람이 어떻게 야권을 대표할 수 있단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라는 이름만 직접 언급하지 않았을 뿐, 누구라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떠올리게 할 발언이다. 10년 전 주변에서 만류하는 무상급식 찬반투표를 강행해 서울시장직을 스스로 내던졌다가, 최근에는 ‘조건부 출마 선언’으로 구설에 오른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함께 겨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가 이날 제시한 공약 중에는 ‘서울형 기본소득제도’가 눈에 띈다. 나 전 의원은 이와 관련 “(서울형 기본소득은) 최저생계비조차 보장되지 않는 20만 가구에 해당한다. 절대 빈곤을 추방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본소득의 핵심인 보편지급이 아닌, 빈곤층의 최저소득 보장을 위해 지방정부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의미다.

나 전 의원의 서울시장 도전은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지난 총선 낙선 뒤 9개월 만에 현실 정치로 복귀한 그로서는 이번 보궐선거에 정치적 명운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비서실장을 맡았고, 김종석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정책을 총괄 담당한다. 대변인은 전희경 전 미래통합당 의원, 박용찬 서울시당 영등포을 당협위원장이 맡았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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