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눈은 이렇게 생겼을까…믿을 수 없는 우주의 모습

등록 2022-09-21 10:01
수정 2022-09-2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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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과 신화와 예술의 아름다운 결합”
그리니치천문대, 11개 부문 수상작 발표
‘혜성의 꼬리가 끊어지는 순간’ 대상 선정

별과 성운 부문 1위 ‘신의 눈’. The Eye of God by Weitang Liang - Astronomy Photographer of the Year 2022 Stars Nebulae

영국 그리니치천문대가 주최하는 ‘올해의 천문 사진가’ 공모전에서 레너드혜성(C/2021 A1)을 찍은 ‘단절사건’(Disconnection Event)이 대상을 차지했다. 레너드혜성은 지난해 최고의 천문 관측 이벤트 가운데 하나로 주목을 끈 바 있다.

2022년 천문사진 공모전 대상 ‘단절 사건’. Disconnection Event by Gerald Rhemann/Photographer of the Year 2022

14회째를 맞은 올해 공모전에는 67개국에서 3천편 이상의 작품이 출품됐다. 심사는 특별상 2개 부문을 포함해 모두 11개 부문에 걸쳐 진행됐다.

‘행성·혜성·소행성 부문’ 우승작이기도 한 대상 사진은 사진작가 제럴드 레먼이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당일에 남아프리카의 나미비아에서 촬영한 것으로 혜성의 푸른색 긴 가스꼬리가 강력한 태양풍 입자에 부딪히면서 잘려나가는 순간을 포착했다. 이런 현상을 ‘단절 사건’이라고 부른다.

4만년 전 지구에서 5200억km 떨어진 오르트구름대에서 탄생한 레너드혜성은 지난해 1월 지구-태양 거리의 5배 되는 곳(7억5천만km)까지 다가왔을 때 처음 발견됐다. 사진을 촬영할 당시엔 지구 최근접 지점(3500만km)을 지나 근일점(태양에서 9200만km)을 향해 날아가는 중이었다.

천문대는 “행성·혜성·소행성 부문에 출품된 사진의 약 4분의 1이 이 혜성이었다”며 “레너드혜성이 올해의 하이라이트였다”고 밝혔다. 심사위원 이마드 아메드는 “천문학과 신화, 예술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며 “우아한 모습의 단절사건을 잡아낸 것은 과학적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고 평했다.

하늘경치 부문 1위 ‘별 찌르기’. Stabbing into the Stars by Zihui Hu Astronomy Photographer of the Year 2022 Skyscapes winner

하늘경치 부문에서는 눈 덮인 산을 배경으로 별의 이동 궤적을 담아낸 ‘별 찌르기’가 차지했다. 사진 속의 산은 해발 7천미터가 넘는 티베트자치구의 남차바르와산이다. 사진작가는 “남차바르와산은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산”이라고 말했다.

1년간 명멸한 태양의 흑점 띠가 한자리에

태양 부문 1위 ‘태양의 1년’. A Year in the Sun by Soumyadeep Mukherjee - Astronomy Photographer of the Year 2022 Our Sun

태양 부문에선 인도 벵골주 콜카타에서 1년에 걸쳐 촬영한 ‘태양의 1년’에 1위가 돌아갔다.

작가는 2020년 12월25일부터 2021년 12월31일까지 6일을 제외하고 365일동안 촬영한 것을 합친 사진이라고 말했다. 이 기간 중 나타난 흑점 127개가 한 장의 사진에 모두 담겨 있다.

흑점은 처음엔 적도 남북으로 15~35도 지점에서 나타났다가 점차 적도 쪽을 향해 이동한다. 이를 ‘슈푀러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달 부문 1위 ‘플라톤의 동쪽 테두리’ Shadow Profile of Plato's East Rim by Martin Lewis

달 부문에선 달 분화구를 찍은 ‘플라톤의 동쪽 테두리 그림자’가 우승을 차지했다.

2021년 4월20일 밤 영국 허트포드셔의 세인트 알반스에서 적외선 필터로 찍은 사진이다. 손가락처럼 길쭉하게 뻗은 그림자의 길이는 무려 45마일(74km)이나 된다.

심사위원 이마드 아메드는 “지구에서 이 사진을 찍었다는 걸 거의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멕시코 모자 솜브레로를 닮은 은하

은하 부문 1위 ‘장엄한 솜브레로은하’. Majestic Sombrero Galaxy by Utkarsh Mishra, Michael Petrasko and Muir Evenden - Astronomy Photographer of the Year 2022 Galaxies

은하 부문의 1위는 ‘장엄한 솜브레로은하’ 사진이다.

솜브레로는 창이 납작하고 넓은 멕시코의 전통 모자다. 은하의 모습이 솜브레로 모자의 창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공교롭게도 이 사진을 찍은 곳도 미국 뉴멕시코주다. 지구로부터 2800만광년 떨어져 있는 은하로, 은하 앞뒤의 뿌연 먼지 띠는 은하 충돌의 잔해다. 10시간 노출 사진이다.

사람과 우주 부문 1위 ‘고요의 기지를 통과하는 국제우주정거장’. The International Space Station Transiting Tranquility Base by Andrew McCarthy Astronomy Photographer of the Year 2022 People and Space Winner

사람과 우주 부문 1위는 ‘고요의 기지를 통과하는 국제우주정거장’ 사진이다.

미 애리조나주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1969년 아폴로 11호 우주선의 달 착륙 지점인 ‘고요의 바다’ 바로 위를 국제우주정거장(오른쪽 아래)이 날아가는 순간을 담았다. 0.3밀리초에 불과한 찰나의 장면이다.

오로라 부문 1위 ‘녹색 숙녀의 품에서’. In the embrace of a green lady by Filip Hrebenda _ Astronomy Photographer of the Year 2022 Aurorae winner

오로라 부문 1위 사진의 제목은 ‘녹색 숙녀의 품에서’이다.

아이슬란드 동부의 크발네스 자연보호구역에서 늦은 봄에 촬영한 오로라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방출된 플라스마가 지구 자기장에 이끌려 대기로 진입하면서 공기분자와 반응하여 빛을 내는 현상이다.

에이스트라호른산 위로 오로라가 춤을 추고, 그 모습이 산 앞쪽 얼어붙은 호수 표면에 반사돼 비치고 있다.

26개의 태양으로 만든 나이테

신인상 ‘대설산을 가로지르는 은하수 다리’. The Milky Way Bridge across Big Snowy Mountains by Lun Deng

신인상에는 ‘대설산을 가로지르는 은하수다리’가 뽑혔다.

추운 겨울 밤 새벽 3~4시께 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이다. 앞쪽에 보이는 산은 중국 쓰촨성의 최고봉인 해발 7590미터 미냐콩카산이다.

심사진은 “이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얼어붙은 눈 위에 선 사진작가의 헌신에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미지 혁신 부문 1위 ‘태양 나무’. Solar Tree by Pauline Wooley - Astronomy Photographer of the Year 2022 Annie Maunder Prize for Image Innovation

이미지 혁신 부문 1위는 가상의 ‘태양 나무’다.

나이테를 연상시키는 기법을 사용해 만든 합성 사진이다. 25기를 맞은 태양주기의 초기(2020년 1월~2022년 2월)에 한 달에 한 번씩 찍은 26개의 태양 사진으로 나이테 고리를 만들었다. 가운데서부터 오래된 순서다.

신의 눈이 이렇게 생겼을까

별과 성운 부문 1위 ‘신의 눈’. The Eye of God by Weitang Liang - Astronomy Photographer of the Year 2022 Stars Nebulae

별과 성운 부문 1위의 사진은 ‘신의 눈’이다.

22.5시간의 노출로 찍은 나선성운 NGC7293의 모습이다. 지구로부터 650광년 떨어져 있으며, 별의 일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외피층이 급속히 팽창하는 행성상 성운이다.

작가는 “허블우주망원경 같은 사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중앙의 보라색과 청록색이 조화를 이루며 몽환적인 느낌을 주고, 가장자리의 주황색과 빨간색, 노란색은 우주의 힘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청소년 경쟁 부문 1위 ‘안드로메다은하’. Andromeda Galaxy INSERT COLON The Neighbour by Yang Hanwen and Zhou Zezhen

16세 미만이 겨루는 청소년 경쟁 부문 1위는 250만광년 거리의 안드로메다은하(M31) 사진이 차지했다.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인 안드로메다은하는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천체다. 현재 우리 은하를 향해 다가오고 있으며 40억년 후 우리 은하와 충돌이 예정돼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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