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계천 복원공사의 성공으로 취임 이후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을 26일 오전 시장실에서 만났다.
-도시 한복판에 열린 새 물길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지방에서 구경 오는 분들도 있고요. 청계천 복원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무엇보다 도시 하천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청계광장에서부터 걸어서 한강까지 갈 수 있게 됨에 따라 산책문화가 생겨나고 도시인들이 서로 어울려 사는 재미를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사대문 안 도심이 과거 서울 중심으로서의 위상을 되찾게 될 겁니다. 앞으로 세운상가 재개발 등 주변 여건이 변하면 강남북 녹지축이 생겨나 북악산~종묘~청계천~남산~한강으로 이어지는 바람길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청계천의 변화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외 도시들에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지방에 다녀보면 하천 복개-복원을 둘러싸고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곳이 200여곳 정도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곳에 청계천은 좋은 사례가 될 겁니다.
-복원공사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입니까?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고 너무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문제라서 저를 아끼는 분들도 처음엔 취임 이후 4년 동안 계획만 세우고 끝내라는 충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해야 할 사업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업을 진행하면서 복원의 방향을 둘러싸고 시민단체·전문가들과 의견을 달리하게 됐습니다. ‘이게 무슨 자연 복원이냐, 인공하천이다’라고 비판하셨는데, 1000만명 이상 살고 있는 서울에서 예전의 20만명 인구 규모에 따라 준설된 청계천의 모습을 살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청계천 공사에 반대하는 노점상과 상인들은 설득하긴 힘들어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뜻을 같이했던 분들이 계속 ‘자연형 하천 복원’을 주장하시니 정신적으로 부담 된 게 사실입니다.
-박경리 선생께서는 “아쉬움도 많지만 이 시장 아니었으면 이런 대사업을 밀어붙이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청계천 복원은 꿈의 절반을 이룬 것”이라고 평하시더군요.
=많은 도시들은 전통과 현대가 뒤섞여 있고 서울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박경리 선생님은 청계천 복원의 정신적 지주와 같은 분이십니다. 그런 이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청계천이 복원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을 추진하다 보면 이상을 추구하는 분들이 있고, 현실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갈등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냈다고 생각합니다.
<한겨레>의 공도 큽니다. <한겨레>가 가장 먼저 나서서 특집기사를 썼고 복원사업 진행 중에도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때로는 비록 견해차도 있었지만 차이도 도움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천변 상인들은 ‘환경은 좋아졌지만 영세업종, 도매업종 등은 다 밀려나지 않겠느냐’고 걱정합니다. 그들에 대해 어떤 정책적 배려를 준비하고 계십니까?
=상인들을 위해서 상설조직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철저히 대책을 세우고 서울시를 떠나겠습니다. 얼마 전 상인대표를 만나 ‘대화창구를 만들고 잘 하겠다’고 했더니 눈물을 글썽이더군요. 사실 나는 그동안 상인 설득에 워낙 힘을 들여 마음 한구석에 미워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그처럼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니까 여태껏 그들을 오해하고 미워하던 내 마음이 부끄러웠습니다.
-앞으로 서울시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인구 몇십만명 도시가 천만 도시로 성장하는 동안 우리는 급한 대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확장을 해왔습니다. 서울은 리모델링을 해야 합니다.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을 매만져 되살려야 합니다. 그래서 서울다움을 찾아내야 합니다.
-퇴임 이후 계획은 어떠한지요?
=지금은 일단 시장직 수행만으로도 너무 바쁩니다. 정치적 목표, 곧 되고 나서 어떻게 할까에 대한 정책과제는 시장 임기를 마치고 난 뒤에 세울 겁니다.
대담 김종철 지역팀장, 정리 이유주현 기자 phill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