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표 과로 사회?…‘주 92시간’ 시대 오나

등록 2022-06-23 11:04
수정 2022-06-24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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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노동시장 개혁 방안
연장근로 한도 주 단위에서 월 단위 변경
한달치 한 주에 ‘바짝’ 92시간 가능
‘근무일 사이 ‘11시간 연속휴식’ 빠져
임금체계, 호봉에서 성과급제로 변경도

고용노동부의 노동시장 개혁추진방안에 따르면, 1주 최대 노동시간이 92시간(기본 40시간+연장근로 52시간)까지 가능해진다. 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지속 강조해 온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노동시간·임금체계 개편 등이 포함된 ‘노동시장 개혁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노동부는 시대흐름에 맞게 고용노동시스템을 ‘현대화’한다는 입장이지만, 연장근로시간 정산단위 확대 등 기업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이어서 향후 추진과정에서 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노동부 발표자료를 보면, 노동부는 현재 주 12시간으로 규정된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월 단위’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주 12시간까지 가능한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환산하면 약 52시간(12시간×4.345주)으로, 월에 배정된 연장근로시간을 한 주에 몰아서 할 경우 1주 최대 노동시간이 92시간(기본 40시간+연장근로 52시간)까지 가능해진다. 윤 대통령이 후보시절 “주 120시간 바짝 일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말이 현실화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정식 노동부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건강권 보호에 관한 조처는 너무 당연하다. (근무일 사이) 11시간 연속휴식 도입 등을 검토하겠다”면서도 “전문가들에게 연구를 의뢰하는 입장이라 정부가 입장을 밝히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가령 밤 12시에 퇴근할 경우 다음날 오전 11시 이후 출근하는 식으로 근무일 사이에 11시간 연속휴식을 도입하면 장시간 근무로부터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공식 보도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검토사항일 뿐이어서 실제로 도입될 지는 미지수다. 이밖에도 연장근로시간을 휴가로 보상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스타트업·전문직 근로시간 규제완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월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권 시기 적극적으로 추진하다 노사·노정관계 악화를 불러왔던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 개편도 주요 추진과제에 포함됐다. 호봉제를 직무급·성과급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그동안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지지 못했던 이유를 ‘노사합의의 어려움’으로 지목하면서 “현장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제도적 해결과제는 없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부는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언급하면서도,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은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 논의를 거쳐 입법·정책과제를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이 연구회는 내달부터 10월까지 4개월 동안 운영될 예정이지만, 논의의 결론은 사실상 윤 대통령의 공약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등에 이미 수록돼있어 노동계에선 “연구회 운영은 명분쌓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하고 노동시간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도록 노동시간 유연화 확대, 사용자의 성과평가권한과 임금저하를 위한 직무성과급제의 확대, 이를 위한 노동자간의 갈등을 조장하겠다”는 것이라며 “노동담당 부처 장관으로서 소신과 전문성은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근로시간과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노동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발표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의 5대 부문 구조개혁 가운데 노동시장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1순위로 꼽은 것이다.

추 부총리는 “최근 고도화·다변화된 경제·산업구조에 비추어 볼 때, 제조업 중심 산업화시대에 형성된 노동규범과 관행은 더 이상 우리의 몸에 맞지 않는 옷과 같다”며 “경제 현실과 괴리된 노동시장 구조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경쟁력과 역동성을 잠식하고 무엇보다 청년과 미래세대의 기회를 빼앗는 일”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또 “사회적 대화를 통해 다양한 노동시장 개혁과제를 폭넓게 논의할 계획”이라며 “일방의 희생과 양보가 아니라 기업과 근로자, 현재와 미래 세대 모두를 위한 대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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