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낙점 지배구조…누가 사장 돼도 정권 눈치”

등록 2016-03-0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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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순 전 방송위원. 사진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작년 KBS 사장 탈락 강동순씨

지난해 <한국방송>(KBS) 사장 선임 과정에서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가 탈락한 뒤 ‘청와대 개입’ 의혹을 폭로했던 강동순 전 방송위원은 최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사장 공모 지원에 대해 “부끄러운 행위”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망가진 케이비에스를 바꿔보려 나섰지만 내가 (사장으로) 들어갔더라도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어떤 정권이 되든 공영방송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방송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장 후보로 나섰을 때 ‘반민주·정파적 인물’이라며 노조의 부정 평가를 받았던 그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은 이 사회를 떠난 ‘출사자’로 마음을 비웠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화마다 ‘지배구조 개선’에 몰두했다.

탈락뒤 ‘청와대 개입’ 의혹 제기
공영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 역설
“정치권 추천 세계 어디도 없어”
독일 ZDF 방송평의회 모델 바람직

“정부기구 밑에 둔 방통위 실패작
종편들 정치토크로 시청자 세뇌”
‘강동순 녹취록’ 10년 전 발언에는
“제도 새로 만들잔 취지였다” 해명

한국방송 감사 출신인 강동순 전 위원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모델로 외압을 차단해 방송의 독립성을 구축한 독일을 거론했다. 그는 “우리처럼 정치권에서 직접 추천하는 이사회 구성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독일 공영방송 <체트데에프>(ZDF)의 (이사회 격인) 방송평의회는 지자체 대표와 각계 다양한 사람들 77명으로 구성돼 정치권의 입김을 최소화하고 있다. 여기에 위원들을 시차 임기제로 이원화하면 외압을 더 제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방송사의 사장 선임은 위원 77명 가운데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그는 “공영방송 이사들이 간사까지 두고 자신을 추천한 정치세력을 대변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여야 대리전의 소모적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며 “노무현 정부 때도 방송이 ‘탄핵 반대’로 도배했듯이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정권마다 친정부 보도, 정권 눈치보기가 사라질 수 없어서 사장이나 종사원, 국민 모두 불행하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위원 재직 시절인 2006년 11월, 유승민 당시 한나라당 의원 등과 정권 교체를 논의한 이른바 ‘강동순 녹취록’ 파문의 당사자다. “우리가 정권을 찾아오면 방송계는 하얀 백지에다 새로 그려야 된다”는 10년 전의 발언에 대해 그는 “그때도 방송을 선거의 전리품처럼 하지 말고 제도를 새로 만들자는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녹취록은 방송을 정권의 도구로 쓰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받으며 언론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종편에 대해선 국민을 ‘정치 과잉’으로 몰고 가며 방송문화를 후퇴시켰다고 진단했다. 그는 “방송은 신문과 달리 중립성이 중요하다. 사회자가 개인적 의견이 있어도 자제해야 하는데, 종편들은 사회자가 방향을 유도하는 등 하루 종일 정치 시사토크로 시청자를 세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전 위원은 공영방송의 역할 가운데 사회통합 기능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우리 사회는 진보매체와 보수매체가 사회적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자신들 말만 하고 상대방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럴 때 공영방송이 사회통합을 위해 공론의 장을 마련해, 생산적 토론을 이끌어 국민이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가게 해야 한다. 그러나 공영방송은 이런 역할은 외면하고 있다. 편파 중의 가장 큰 편파는 이 시대에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언론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또 “현재 케이비에스 2티브이는 오락프로그램 비중이 높다”며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공영방송이 공공재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하려면 김대중 대통령 시절 강원용 목사가 방송개혁위원회를 꾸려 전문가들과 함께 방송개혁에 나섰던 것처럼 “중장기적 계획을 갖고 방송개혁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사의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해선 ‘실패작’으로 규정했다. 그는 “방통위는 상임위원이 여야 ‘3 대 2’ 구조로 사실상 정부·여당 쪽 세 사람이 끌고 간다. 반대하는 2명은 뜻대로 안 되면 퇴장한다. 이는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를 흉내낸 것인데, 미국은 공영방송이 미미한 나라여서 산업과 문화적 기능을 관리 감독하고 시장 원리에 따른다. 우리처럼 공영방송을 정부기구 밑에 두고 공무원의 지시를 받게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글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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