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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3년 지났지만…악습 고리 못 끊는 ‘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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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2-23 17:59
수정 2021-02-24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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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선욱 간호사 3주기
“변하지 않는 현실 두렵다”
공대위, 아산병원 사과 등 요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다 설 연휴 선배를 만나고 돌아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아무개 간호사를 추모하는 집회가 2018년 3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네거리에서 열렸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병원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인 ‘태움’에 시달렸던 박선욱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지 3년이 지났지만, 현장 간호사들은 “달라진 게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23일 고인이 일했던 서울아산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간호사가 죽지 않는 병원을 원한다”고 호소했다.

현장에 있는 간호사들은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20대 후반의 간호사 ㄱ씨는 “코로나19 병동 같은 경우 특히 태움이 많이 발생한다. 인력도 부족하고 열악하다 보니 실수가 거듭되는 간호사에겐 ‘태움’이란 집단 괴롭힘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행동하는 간호사회’의 김주희 간호사도 “인력이 충분하지 않고 노동환경이 열악한 상태에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업무가 주어진다. (서로에게) 한없이 예민하고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며 “3년 전 그가 떠났는데도 변하지 않는 간호사들의 현실이 두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의료연대본부와 행동하는 간호사회가 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1주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노동조합이 없는 병원의 경우 77%가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다.

간호사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이를 개선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민화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 활동가는 “‘태움’이 간호사 개개인의 괴롭힘 문제로 비치지만,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짧은 교육기간과 부족한 인력이 지속되는 한 반복될 수밖에 없다. 병원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박 간호사의 유족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서울동부지법은 “병원이 신입 간호사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않은 채, 감당하기 어려운 과중한 업무를 부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며 39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며 병원의 책임을 물었다.

23일 서울 아산병원 앞에서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대위’가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에 대한 아산병원의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대위 제공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서울아산병원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이 병원의 책임이라는 게 산재 승인과 민사소송을 통해서 확인됐지만, 아산병원은 이후 한마디 사과도 없고 재발방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향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장도 “책임지지 않는 국가와 병원 때문에 2019년에는 서지윤 간호사가 세상을 떠났다. 앞으로 제2, 3의 박선욱 간호사가 나올까 두렵다”며 “서울아산병원, 고용노동부, 동부지청은 더 늦기 전에 사과와 재발방지, 특별근로감독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2월15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로 일하던 박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유족 등으로부터 선배와 동료들의 ‘태움’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 사건은 1년 뒤인 2019년 3월 업무상 재해 판정을 받았다. 2019년 1월에는 서울의료원에서 일하던 서지윤 간호사가 같은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이후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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