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무적함대…‘닥치고 실력’ 엔리케 감독 뚝심 통했다

등록 2022-11-24 17:04
수정 2022-11-2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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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엔리케 스페인 감독이 24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코스타리카와 경기에서 팀의 네 번째 골이 터지자 환호하고 있다. 도하/로이터 연합뉴스

새로운 엔진으로 무장한 무적함대는 강했다. 아르헨티나, 독일 등 강력한 우승 후보가 줄줄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젊은 선수를 중심으로 탄탄한 조직력을 보여주며 상대를 맹폭했다. 새로운 황금세대의 등장이다.

스페인은 24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 코스타리카와 경기에서 7-0 대승을 거뒀다. 전반전부터 3골(다니 올모, 마르코 아센시오, 페란 토레스)을 몰아쳤고, 후반전에도 4골(토레스, 가비, 카를로스 솔레르, 알바로 모라타)을 추가했다. 슈팅수 17-0. 압도적인 경기다. 7골은 스페인이 월드컵서 기록한 경기 최다 골이다.

스페인 가비가 24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코스타리카와 경기에서 팀의 다섯 번째 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 하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사실 이번 대회 스페인 ‘영건’의 돌풍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스페인은 최근 몇 년 간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마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득점을 터뜨린 토레스(22), 가비(18)를 비롯해 안수 파티(20), 페드리(20·이상 바르셀로나) 등 2000년대생이 주축이다. 다른 득점자 역시 모라타(30·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제외하면 올모(24·라이프치히), 아센시오(26·레알 마드리드), 솔레르(25·PSG) 등 비교적 젊은 선수들이다.

스페인은 2010년 전후로 최전성기를 달렸다. 특히 2008 유럽선수권-2010 남아공월드컵-2012 유럽선수권으로 이어지는 메이저대회 3연패는 화룡점정이었다. 하지만 권불십년이라고 했던가. 무적함대는 전체적으로 노쇠하며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선 2014 브라질월드컵에선 직전 대회 결승 상대였던 네덜란드에 무려 1-5로 패하는 등 2경기 만에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2018년 러시아에서도 스페인은 개최국 러시아에 패하며 16강에 그쳤다.

꺼져버린 무적함대 엔진을 다시 켠 건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었다. 러시아월드컵 이후 스페인 사령탑에 부임한 그는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특히 이름값 높은 베테랑을 내치고, 10대 신예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다수가 바르셀로나 선수였는데, 이 때문에 한쪽 팀에 치우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2020 유럽선수권대회 때 아예 레알 마드리드 선수를 단 한 명도 선발하지 않는 등 냉철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카타르 대회에서도 엔리케 감독은 월드컵을 4차례나 뛴 세르히오 라모스(PSG)를 과감하게 배제했다.

스페인 페란 토레스(왼쪽)가 24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코스타리카와 경기에서 팀의 네 번째 골을 터뜨린 뒤 팀 동료 가비의 축하를 받고있다. 도하/AP 연합뉴스

선장의 뚝심 아래 무적함대는 다시 태어났다. 스페인은 레알 마드리드 선수 없이 치렀던 2020년 유럽선수권에서 4강까지 올렸다. 비록 우승팀 이탈리아에 패해 탈락했지만, 기대 이상 성과였다. 스페인은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탔고, 결국 죽음의 조로 꼽히는 E조 첫 경기부터 북중미 강호 코스타리카를 완파했다. 실제 전력에 비해 이름값 거품이 심하다는 의미에서 불렸던 ‘샴페인’이란 별명을 완전히 날려버린 모양새다.

재탄생한 무적함대는 이제 탈락 위기에 몰린 전차군단을 상대한다. 스페인이 독일마저 무찌를 수 있을까. 스페인과 독일의 경기는 28일 새벽 4시 열린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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