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꼴찌에서 정상까지.
현대캐피탈이 2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3-0(25:23/25:17/25:22) 완승을 했다. 승점 61(20승10패)을 기록한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첫 1위에 올랐다. 시즌 내내 선두였던 대한항공(20승9패·승점 59)은 2위로 밀려났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리그 꼴찌(7위)였다.
올 시즌 첫 ‘골든크로스’다. 대한항공 독주 체제도 이로써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만 아직 1경기를 덜 치른 대한항공이 22일 안산에서 오케이(OK)금융그룹을 꺾으면 순위는 다시 뒤집힌다. 여자부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을 밀어내고 1위에 오른 데 이어, 남자부 선두 판세도 오리무중에 빠진 모양새다.
이날 현대캐피탈은 각오가 남달랐다. 앞서 17일 대한항공이 우리카드에 0-3 셧아웃 패배를 당하면서, 안방에서 순위를 뒤집을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경기 전 “긴 이야기 하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해보자’는 각오는 코트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허수봉(19득점)-오레올(14득점)을 앞세워 상대를 압도했다. 3세트 중반 13-17로 끌려가는 등 다소 흔들리기도 했지만, 최민호와 허수봉 등이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었다. 최근 기세를 올리며 리그 3위까지 따라왔던 우리카드도 속수무책이었다.

한편 이날 현대캐피탈 리베로 여오현(45) 플레잉코치는 통산 600경기 출전 금자탑을 쌓았다. 남녀 통틀어 V리그 최초 기록이다. 여오현은 경기 뒤 “승리해서 기쁘다. 후배들이 내 기록(600경기)을 많이 깨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