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부르더호프의 여름축제, 우린 이렇게 논다

등록 2021-07-19 20:15
수정 2021-07-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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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점심식사 시간입니다. 모두들 숨죽여 사회자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습니다.

“롤리팝 막대사탕 개수를 맞춘 사람은 박성훈 형제입니다.” “와”하는 함성소리와 함께 모두들 부러워합니다. 어제 열렸던 July Festival 여름 축제에 있었던 병에 들은 사탕 개수 맞추기 코너에서 제가 제일 근사치에 맞추어 당첨된 것 입니다.

날씨가 점점 후덥지근해지자 아이들은 이날만 기다립니다. 올해는 미국의 독립을 기념하는 독립기념일에 드디어 아이들, 어른들 할 것 없이 모두가 신나는 July festival 이 열렸습니다. 식당 앞 잔디밭엔 여러 과일과 종류대로 마음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바, 한쪽에선 팀이 직접 만든 햄버거를 열심히 숯불에 구운 것과 방금 튀겨 바삭한 감자튀김, 샐러드바가 놓여 있어 입맛을 당깁니다. 그 옆에선 밀전병같이 아주 얇은 크레이프를 만들어 그 위에 레몬 설탕을 얹고 여러 과일소스와 초코렛, 휘핑크림을 얹어 먹는 크레이프 코너가 인기를 끕니다. 젊은 자매들이 아이들을 위한 솜사탕도 잊지 않고 열심히 만들어 냅니다. 역시 페스티발엔 음식이 최고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코너는 어니가 만드는 즉석 브릭오븐 피자 코너입니다. 피자 반죽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토핑을 얹어 주면 어니가 브릭 오븐에 피자를 넣어 줍니다. 내가 좋아하는 토마토에 모짜렐라 치즈 덩어리를 얹고 바질을 넣어 브릭 오븐에 넣으니 몇 분 안되어 바삭한 피자가 완성되었습니다. 보통 피자 빵은 두꺼워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브릭 오븐 피자는 화씨 600도가 넘은 높은 온도에서 2-3분 정도의 짧은 시간 내에 구워 내니 빵이 얇고 바삭하고 식감이 아주 좋습니다. 맛을 보니 역시 정통 이탈리안 피자를 먹는 것 같이 풍미가 뛰어나네요.

맛있는 피자로 배를 채웠으니 슬슬 본격적으로 페스티발을 즐겨야겠죠. 이안 할아버지는 이번에도 작은 포니말에 수레을 매달아 어린아이들을 태우고 이리저리 다니십니다. 역시 할아버지답네요. 공동체 광장 입구에는 트럭터 뒤에 짚단을 놓아 공동체를 한바퀴 도는 헤이라이드가 운행해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이 열심히 라이드에 오릅니다.

우리는 우선 제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너인 병에 들은 사탕 개수 맞추기 코너로 갑니다. 이 코너에 가면 크고 작은 온 갖 종류의 투명한 통에 초콜렛, 사탕, 젤리, 견과류, 과자 등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종이에 통에 들어 있는 개수를 써서 내면 가장 근사치를 맞춘 사람이 그 병을 갖게 됩니다. 처음 저희가 우드크라스트 공동체를 와서 이 코너를 봤을 때 저걸 어떻게 맞추나 엄두도 나지 않아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다음해 영국 비치그로브 공동체에서 여름 축제가 열렸을 때 우리를 돌보시던 수잔 할머니가 하빈이를 이 코너에 데려 가더니 호도와 아몬드, 헤이즐넛이 가득 들어 있는 병을 맞추어 하빈이가 신나서 병을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이걸 어떻게 맞추었는지 참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수잔 할머니에게서 팁을 얻어 다음 해엔 제 아내가 도전했습니다. 그러더니 아내도 젤리가 들어 있는 작은 병을 상품으로 타 왔네요. 그 이후론 아내는 여름 축제가 열리면 항상 이 코너부터 가더니 실력이 늘어 매년 빠짐없이 타오더니 어느 해엔 3개 이상 맞추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내의 실력이 소문이 나자 지나가던 젊은 엄마 캐런이 아내에게 말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너무 어려 애들을 돌봐야 해서 못하니 제 대신 좀 맞춰주세요.”하며 은근슬쩍 아내에게 부탁합니다. 아기를 봐야 한다니 못 본 척 할 수 없어 아내가 캐런 대신 숫자를 적어 주었는데 캐런도 사탕이 들은 병을 상품으로 탔네요.

나이가 들어 그런지 아내도, 나도 낮잠을 자고 나면 항상 단 것이 당기어 아내가 이 코너에서 노리는 건 m&m 피넛 초코렛인데 운좋게 요 몇년 원하는 m&m 피넛 초코렛을 맞추어 아내 덕분에 저도 간식으로 잘 먹었습니다. 올 해는 저도 한번 도전해 봅니다. 제가 노리는 건 롤리팝 막대 사탕이 하나 가득 들어 있는 커다란 통입니다. 저거 맞추면 공장에 가지고 가서 같이 일하는 형제들에게 나누어 줘야겠다 마음먹고 아내한테 어떻게 통에 들은 사탕을 계수하냐고 물으니 맨 밑 바닥의 사탕을 세고 몇 줄이 있는지 세워 곱한 다음 대충 더하거나 빼서 숫자를 적어 낸다고 합니다. 아내가 말해준대로 시도하다가 세고 곱하는 것이 귀찮아 에이 모르겠다 하고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 하며 임의대로 숫자를 적어 넣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적이…… 그냥 적어낸 막대 사탕 수가 맞은 것입니다. 로또 맞은 기분에 신나서 형제들에게 롤립팝을 나누어 주니 받는 형제들도 기분이 좋고 저도 하루 종일 싱글벙글 합니다. 아내는 올해도 3개나 맞추었네요.

한쪽에서 열심히 통속의 사탕을 세는 동안 그 옆엔 퀴즈 맞추기 코너가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메이플릿지 구석 구석을 사진을 찍어 어디에서 찍은 사진인지 맞추는 코너이네요.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네요. 이건 평소에 모든 사물을 유심히 봐야지만 맞출 수 있는 거라 통과….

어른들이 열심히 퀴즈를 푸는 동안 젊은 자매들이 어린 아이들에게 얼굴에 예쁘게 페인팅을 해줍니다. 그 옆에는 아이들을 위한 카우보이 사진 코너와 동화속 요정과 공주가 되어 보는 코너가 있어 단연코 꼬마 여자 아이들에게 인기가 짱입니다.

페이스 페이팅 코너를 지나면 몇몇 형제들이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아이맥스 코너가 있습니다. 판자로 아이들 서너명이 들어갈 작은 박스 같은 영화관을 만들고 안에 스크린을 설치해 영화관 밖에 있는 노트북에 연결해 롤로코스터나 비행기, 자동차 경주 같은 동영상을 틀어줍니다. 영화관 박스 밖에 있는 형제가 롤러코스터나 비행기, 자동차가 주행하는 대로 영화관 박스를 위로 올렸다 내렸다 옆으로 흔들었다하니 영화관 박스 안에 있는 아이들이 신나서 소리치는 것이 그야 말로 수동 아이맥스 영화관입니다. 아이디어가 참 기발하네요. 땀을 뻘뻘 흘리며 온 힘을 다해 영화관 박스를 운전하는 형제들에게 박수 갈채를 보냅니다.

영화관 박스를 지나면 비탈진 언덕위에 비닐을 깔고 그 위에 비누거품을 뿌려 신나게 비누거품 슬라이드를 즐기는 아이들의 환한 미소를 보니 내 마음도 환해집니다. 비누 슬라이드 옆에는 커다란 플라스틱 파이프를 반으로 잘라 지지대로 미끄럼틀을 만들고 물을 흘러 보내어 마지막에 물속으로 첨벙하는 워터 슬라이드도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더위를 쫒는 좋은 방법중 하나입니다. 육십이 넘으신 리사 할머니도 열심히 타시니 제 아내도 할머니와 함께 물속으로 첨벙!

워터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면 모든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통나무 위에서의 베개 싸움이 있습니다. 커다란 통나무를 플라스틱으로 싸고 커다란 수조 위에 걸쳐 놓으면 베개를 가지고 상대방을 쳐서 물속으로 먼저 떨어뜨리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요즈음엔 베개 대신 그물망에 스폰지를 넣어 싸우는데 물먹은 스폰지 힘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번엔 영국에서 온 키가 작은 청년 제임스와 톰이 붙었습니다. 톰의 한방에 제임스가 통나무 밑으로 떨어지는 것 같더니 통나무 밑에 매달려 있는 힘을 다해 붙잡고 늘어져 톰의 계속되는 공격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내는 톰의 발을 잡아 당겨 톰을 먼저 물에 떨어뜨리고 자기도 물에 첨벙! 모두들 배꼽 잡고 웃고 난리가 났습니다. 역시 작은 고추가 맵네요. 나도 캐빈과 붙어 여러 번의 공격 끝에 상대를 떨어뜨리고 나도 빠지고…… 아주 시원한 전투였습니다.

한 두 살된 조그만 아이들이 무더운 여름을 잊도록 짚단으로 경계를 삼고 그 위에 플라스틱을 깔고 물을 넣은 작은 풀도 마련되어 있어 엄마들도 아기들 옆에서 함께 휴식합니다. 아기들 풀 옆에는 여러 종류의 작은 장난감과 캔디가 들어 있는 유리 항아리에 탁구공을 던져 탁구공이 들어가는 항아리 안의 것을 가져가는 게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마크 할아버지가 던진 탁구공이 단번에 들어가자 활짝 웃으시며 좋아하십니다.

탁구공 넣기 건너편엔 유빈이가 좋아하는 통나무 자르기가 있습니다. 톱으로 진행자가 제안한 크기를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가장 정확히 자른 사람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상품으로는 5가지 종류의 바베큐 소스와 유빈이가 좋아하는 말린 육포가 걸려 있어 유빈이는 친구 폴과 한 팀이 되어 열심히 통나무를 자르더니 둘이서 우승을 해 상품을 가져왔네요. 좋아하는 육포는 자기 배속에 넣고 바베큐소스는 엄마를 줍니다. 통나무 자르기 옆쪽엔 누가 빨리 포크레인으로 흙을 파 양동이에 넣나 게임이 진행되고 있는데 단연코 남자 아이들이나 젊은 청년들에게 인기 만점입니다. 나도 이 참에 포크레인 한번 운전 해봐야겠습니다. 앗! 그런데 포크레인이 우리의 자랑스런 현대 브랜드네요. 여기서도 한국의 저력이 느껴져 기분이 좋아집니다.

포그레인으로 흙 담기 게임을 보고 돌아서는데 저 멀리 커다란 울타리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함성을 지르며 환호합니다. 도대체 뭐가 있길래 저리지 싶어 가까이 가니 울타리 안에 돼지 2마리를 넣어 놓고 담요로 돼지를 덮어 잡는 “pig in the blanket”게임이네요. ‘ Pig in the blanket’은 소시지에 빵이 담요처럼 둘둘 말아 있는 음식인데 이 음식에 착안해 새롭게 만든 게임입니다. 그런데 이게 쉬워 보여도 돼지에게 다가가면 잽싸게 도망가 쉽지 않네요. 시드니는 드럼통을 가져다가 몰면서 담요를 덮으려 하는데 이리저리 잽싸게 도망가는 돼지와 그 뒤를 필사적으로 쫓는 시드니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 냅니다. 그 뒤를 이어 고등학교 여학생들도 도전하지만 여전히 돼지는 잡히지 않네요.

마지막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코너 ‘미니골프’입니다. 이 코너 역시 올해 새로 만든 코너로 우리 공동체 배관공인 닐이 직접 만든 9홀 미니콜프 인데 작은 판에 올라갔다 내려갔다 경사를 만들고, 어떤 코스는 구부러진 튜브와 풍차까지 달아 쉽게 골프 공이 홀에 들어가지 않게 기가 막히게 만들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아빠와 할아버지와 함께 치고 조금 큰 아이들은 혼자서 열심히 치는 정말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게임입니다. 이번 게임은 독립기념일을 기념해 미국 국기를 상징하는 빨간, 파랑, 흰색의 스키틀즈 캔디, 초콜렛, 프링글스, 불꽃놀이 도구, 피크닉 접시등 독립기념일 종합선물세트가 걸려 있네요. 모두들 종합선물세트를 타고자 열심히 골프채를 휘두릅니다. 유빈이도 열심히 치더니 15타 만에 9홀을 끝냈습니다. 하빈이 친구 트라비스는 유빈이를 이기고 14타 만에 끝냈네요. 저도 열심히 골프채를 휘둘러 12타만에 9홀을 끝내 1위에 올랐습니다. 내 뒤에 시도하는 많은 이들이 내 기록을 깨지 못해 안심하고 다른 곳에 가서 즐기다가 게임을 마무리할 때쯤 경기를 진행한 닐에게 누가 우승했냐고 물었더니 아니 이럴 수가…… 글쎄 제 아내가 10타로 내 기록을 깼다고 합니다. 이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골프를 잘 치나 의아해하고 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옆에서 지켜보던 에릭이 제 아내에게 어차피 당신 남편이 1등이니 기록을 10타로 적어내어 저를 골려 주자고 했답니다. 진행자인 닐의 묵인 아래 제 아내가 제 기록을 깨고 10타로 적어 낸 거였네요. 장난기 많은 에릭의 유쾌한 음모로 한바탕 웃음을 선사했네요.

아무튼 독립기념일 종합 선물세트는 제 차지가 되었습니다. 초콜렛은 유빈이가 캠핑 트립에 가져간다고 없어지고, 불꽃놀이는 옆집 이웃 아이들에게 주고, 저렇게 많은 스키틀즈 캔디는 어떻게 하나 하다가 며칠 후 제 생일날 공동 점심 식사 때 식당 앞 테이블에 캔디를 그릇에 담아 “ ‘Sunghoon’s birthday special‘ 원하는 대로 가져가세요, 단 젓가락만 사용할 것” 이란 사인을 붙여 놨습니다. 하나 둘씩 식당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사인을 보더니 재미있다며 할머니, 할아버지, 젊은이. 아이들 할 것 없이 열심히 젓가락질을 합니다. 베티할머니는 자기도 3개 성공했다고 자랑스러워 하십니다. 점심이 끝난 후 가보니 캔디가 동이 났네요. 이렇게 July 페스티발은 모두에게 기쁨을 주고 막을 내렸습니다.

박성훈/ 미국 부르더호프 메이플릿지 공동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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